[세상에 이런 일이] 안개 속에 가려진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 기자가 전하는 역사적 환경오염 사건 Ⅱ
'죽음의 안개' 런던 스모그 사건

  • 기사입력 2019.03.25 11:12
  • 최종수정 2019.05.03 10:58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지출처=픽사베이)
(사지출처=픽사베이)

1950년대 초 영국 런던은 유럽에서도 공장이 가장 많은 도시로 손꼽혔죠. 런던의 템즈강 근처에는 발전소와 제철소 등 각종 공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답니다. 당시 영국은 세계적인 석탄생산량을 자랑할 때라 공장이며 가정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어요. 공장이나 가정이나 열심히 석탄을 떼고 있었지요.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른 채 열심히, 열심히 석탄을 사용했죠.

1952년 12월 4일, 드디어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런던은 대낮인데도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어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기온은 영하로 급격하게 떨어졌죠. 사람들은 서둘러 난방을 떼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난방의 연료인 석탄이 연소하면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와 공장에서 뿜어대는 매연과 짙은 안개가 만나 황화스모그를 만들었습니다.

설상가상 기온역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사건은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죠. 기온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공기순환이 안돼서 공기가 한 곳에 모이게 되잖아요. 결국 벨기에 뮤즈계곡 사건처럼 크나큰 재앙이 발생했습니다.

12월 4일부터 9일까지 황화스모그가 이어졌고 호흡기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했지요. 주로 어린이와 노인들이 치명타를 입었고 이듬해 2월 중순까지 1만 2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어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영국정부와 시민들은 석탄 사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1856년에 영국 정부는 ‘깨끗한 공기법’을 만들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지 못하는 마을을 지역마다 지정합니다. 또 가정연료를 전기나 가스로 전환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화력발전소 위치를 옮기는 작업도 추진했죠.

2017년 10월부터는 ‘유독성 부가세’를 만들어 오염물질을 발생하는 노후차량은 통행료와 주차비를 더 비싸게 매기게 했어요.

최근 영국 정부는 대중교통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작업도 한창입니다. 전체 2층 버스의 30%는 전기로 움직이고 블랙캡으로 유명한 영국택시도 전기차로 유도하고 있어요. 이제 런던에서는 디젤 택시는 허가를 받지 못하고 전기택시만 등록이 가능합니다.

2025년 영국의 모든 석탄 발전소는 문을 닫게 되었고요. 영국은 석탄과 석유를 버리고 친환경 에너지국가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세계적으로 석탄 사용을 주도했던 영국이 가스 및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모습은 미세먼지 가득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깨끗한 공기를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네요. 미세먼지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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