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이프] 무심코 받은 영수증 내 환경호르몬, 괜찮을까요

이기자가 전하는 생활 속의 환경이야기 Ⅱ
장기간 지속 시, 체내 비스페놀A 축적 우려…영유아·임산부 취급 주의

  • 기사입력 2019.03.29 10:55
  • 최종수정 2019.05.03 10:59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한국환경공단)
(사진출처=한국환경공단)

카페에서 마트에서 무심코 건네받은 영수증, 은행에서 뽑는 번호대기표 등에 환경호르몬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갑자기 손이 찝찝해 지는데요.

우리 생활 속에는 여기 저기 알게 모르게 환경호르몬이란 녀석이 숨어 있어요.

비닐이나 페트병에 환경호르몬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영수증에까지 환경호르몬이 있다니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환경호르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죠.

그럼 왜 영수증에 환경호르몬이 있는 걸까요?

백화점, 편의점,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영수증은 거의 감열지를 이용해요. 감열지는 열을 받으면 색이 드러나게 만든 종이에요. 여기에 약품처리를 하는 거죠. 바로 이 약품 중에 비스페놀A라는 물질이 들어간답니다.

비스페놀A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으시죠. 우리가 사용하는 비닐이나 페트병, 1회용컵 등에 들어 있는 악명 높은 환경호르몬이죠.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영수증 속 비스페놀A는 영수증 무게의 1~2%의 양이 들어가 있고 영수증을 손으로 집고 입에 물고 있어도 비스페놀A가 인체에 쌓일 위험이 있다고 하네요.

스위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열지를 5초만 잡고 있어도 피부를 통해 약 0.2~0.6 마이크로그램(㎍)의 비스페놀A가 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요. 물론 인체에 무해한 양입니다.

하지만 지속해서 만지면 인체에 쌓이게 되고 위험한 지경에 이르죠.

실제 2018년 서울대 연구팀은 영수증을 많이 다루는 마트 계산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요.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체내 비스페놀A 농도가 2배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답니다. 실로 놀라운 일인데요.

연구팀은 지속적으로 영수증을 다룰 때는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꼭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또 미국 미주리 대학 연구팀은 손소독제나 핸드크림을 바르고 영수증을 만지면 맨손으로 만질 때 보다 비스페놀A 체내흡수가 58%정도 높게 나타난다고 발표했어요.

손소독제나 핸드크림에 들어 있는 보습유연제 성분이 비스페놀A의 흡수를 촉진한다고 하네요.

비스페놀A는 내분비계를 교란해서 장애를 일으키는 악랄한 물질이고 불임이나 성조숙증, 암, 기형아출산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이에요.

이제부터 영수증 만질 때는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들이 영수증을 만지거나 입에 물지 않도록 보호자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해요. 임산부의 경우도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영수증을 받으면 빨리 버리세요.

또 핸드로션이나 손소독제를 바르고 영수증을 만지는 행동은 이제 금물입니다.

(사진출처=환경부)
(사진출처=환경부)

환경부는 영수증의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각 기업과 연계해 전자영수증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데요. 빨리 법으로 개정이 돼서 환경호르몬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이기자의 에코라이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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