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일정 올스톱’ 문무일 검찰총장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정면 비판’…오는 4일 조기 귀국 예정
여야 4당, 문 총장 발언에 불편한 기색 내비쳐

  • 기사입력 2019.05.02 17:10
  • 기자명 임영빈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출처=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출처=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방안에 대해 검찰 수장이 정면으로 맞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초 예정됐던 해외출장 일정도 단축했다.

문 총장은 지난 달 28일부터 오만·우즈베키스탄 등을 돌며 사법공조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섰다. 당초 귀국일은 9일이었으나 에콰도르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닷새 빠른 4일 귀국한다.

문 총장의 조기 귀국의 배경으로는 최근 국회에서 지정된 패스트트랙 중 검·경 수사권 조정방안이 지목되고 있다. 전날 문 총장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내부와 경찰, 청와대와 여당 등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인해 발생할 실무와의 괴리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중론이 형성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2일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날 경찰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 통제방안을 강화했다”며 “검사는 영장 청구권을 통해 언제든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즉, 검찰이 구속영장을 비롯해 압수수색영장 등에 대한 영장 청구권을 여전히 독점하고 있으며 이를 경찰 수사 통제권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경찰 수사 사건의 경우, 검찰에 관련 자료를 모두 송치해야 하므로 검찰은 경찰 수사내용을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 시 재조사 또는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문 총장의 “경찰이 독점적 권능을 가진다”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비판했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갈등은 무려 70여 년 간 지속·반복됐다. 1945년 12월 해방 이후 미 군정이 영미법계의 검찰제도를 한국에 도입했다. ‘법무국 검사에 대한 훈령 3호’에서 경찰은 수사권, 검찰은 기소권을 분담하는 것에 각각 전념하도록 명시한 것이 시작점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장이 정부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을 이례적이다. 때문에 여야 4당은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1일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 국회에서 그간 숙의된 내용”이라며 “검찰이 조직 논리만으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검찰이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사법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에 섣부른 걸림돌처럼 돌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 역시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의 이익을 위해 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이 개념없는 언행은 기득권을 포기 못하는 검찰 권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선언한 뒤 특별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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