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다이옥신 때문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

이 기자가 전하는 세계 환경오염 사건 Ⅶ
미국 타임스비치의 다이옥신 사건

  • 기사입력 2019.05.09 11:21
  • 최종수정 2019.05.09 13:0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타임스비치는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카운티에 있는 마을이에요. 푸른 초원에서 말들이 뛰어다니는 평온한 마을이었죠. 마을에 고민이 하나 있었다면 매년 여름 비포장도로에서 날아드는 먼지였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은 1971년부터 수년 동안 도로에 기름을 뿌렸어요. 이 방법으로 먼지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타임스비치와 계약을 맺고 기름을 뿌리는 러셀 폴리스라는 업자가 기름 값을 아끼려고 기름에 인근 화학공장에서 판매하는 폐유를 섞은 거예요. 이 폐유에 다이옥신이 들어있었던거죠. 도로에 기름이 뿌려지면서 다이옥신도 함께 뿌려졌어요. 도로에 뿌려진 다이옥신은 토양으로, 대기로, 하천으로 퍼져나갔어요. 이후 주민들은 끔찍한 일들을 목격하게 되죠.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져 죽고 집에서 기르던 개와 고양이가 갑자기 마당에서 죽어 버린 거죠. 주민들의 몸에서도 이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이유 없이 몸에 통증을 느꼈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요.

기름은 도로에만 뿌려진 게 아니었어요. 인근 목장에도 살포되었는데 그 목장에서도 말이 죽어 나가고 목장에 살던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미국 질병조사센터는 조사에 착수했지만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어요. 당시에는 다이옥신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규명되기 전이었기에 주민들이나 미국정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사태는 더 심각하게 번졌어요. 임산부들은 유산을 하거나 기형아를 낳았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폐암부터 신장암, 후두암, 간질환 환자들이 대거 발생했어요.

결국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1983년에서야 이 지역 주민 2만 2000여 명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버리고 마을은 통행금지를 시켰어요. 당시 얼마나 사태가 심각했는지는 마을 앞에 붙어 있는 표지판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차에서 내리지 말 것’, ‘포장도로에서 벗어나지 말 것’, ‘창문을 닫을 것’, ‘이 곳을 지나는 행위를 최소화 할 것’ 등.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고향을 잃어버렸고 마을은 유령마을이 돼 버렸죠. 정부가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데는 3670만 달러(약 35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고요.

그러나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인 러셀 폴리스는 겨우 1년형을 받았어요.  당시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정말 어이없는 결과이지만 재판 때까지도 다이옥신의 심각성은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나중에서야 미국 정부는 타임스비치 사건의 원인을 파악했고 다이옥신의 위험성이 알려지게 됐어요. 다이옥신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는 맹독성 물질이고 그 맹독성이 청산가리의 1000배라는 사실을요. 오랫동안 정화작업을 거친 타임스비치는 현재 주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요. 

이 사건을 보면 무심코 행한 개인의 이기심이 일파만파 퍼져 환경을 크게 훼손하고 삶의 터전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돼요. 환경오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작은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기로 해요.

지금까지 이 기자의 ‘세상에 이런 일이’ 였습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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