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한진그룹 경영권…총수 결정 못해 일주일 연기

한진家 삼남매 경영권 분쟁설 대두…과거 ‘형제의 난’에 이어 ‘남매의 난’ 이어지나

  • 기사입력 2019.05.09 17:3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한진칼)
(사진출처=한진칼)

한진그룹 차기 총수 선정이 미뤄짐에 따라 한진가 3남매의 경영권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는 당초 9일 발표 예정이던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 결과를 오는 15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연기 사유는 한진그룹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내지 않아서다.

지난 4월 8일 조양호 전(前)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차기 총수는 정해지지 않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가라”는 조 전 회장의 유언을 전하면서 지난 달 24일 한진칼 회장에 취임했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차기 회장으로 후계계승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진그룹 측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동의한 내용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정위가 발표하기로 한 ‘올해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 지정 결과’가 한진그룹으로 인해 미뤄지면서 세간의 시선은 한진그룹에 쏠리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업계 안팎으로 술렁임이 감지되자 한진그룹 측은 “공정위에 그룹 내부적 의사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했다”고 소명했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 현황을 보면 고인인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이 17.8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4%, 조현아 2.31%, 조현민 2.30% 이다. 세 명 모두 비슷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14.98%까지 늘리며 경영권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선친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두 자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는 조현아, 조현민 두 자매가 어떤 식으로든 그룹 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두 자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큼 각종 논란에 휘말려 있어 조 회장이 두 자매의 경영 복귀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설상가상 조 회장이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선 2000억 여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조 전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의 일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곧조 회장의 경영권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진가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진이 오는 15일까지 동일인을 통보하지 않을 시 공정위는 새 총수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다시 한 번 그룹 내 '형제의 난'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의 별세 후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유산배분을 놓고 형제들과 소송전을 벌인 전례가 있다. 장남 조양호, 차남 조남호, 3남 고 조수호, 4남 조정호 네 형제들이 연루돼 당시 세간에서는 ‘한진그룹 형제의 난’이라고 호칭한 바 있다.

이 당시 차남 조남호 회장(한진중공업회장홀딩스)과, 4남 조정호 회장(메르츠증권금융지주)은 맏형인 조양호 회장이 부친의 유언장을 조작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며 형제 싸움을 벌였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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