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죽음의 푸른빛, 고이아니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이 기자가 전하는 세계 환경오염 Ⅷ
세슘에 대한 무지가 낳은 브라질 고이아니아 사건

  • 기사입력 2019.05.13 10:45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브라질 고이아스 주(州)의 고이아니아는 1930년대에 건설된 계획도시에요. 중서부 지방에서는 브라질리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며 녹지가 많아 공원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죠.

그런데 이런 곳에서 도저히 쉽게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일이 벌어져서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어요. 과연 무슨 일이었을까요?

1985년 고니아니아의 한 암 전문 의료원이 새 건물로 이전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건물주와 법적분쟁으로 낡은 건물을 철거하지 못하게 돼요. 뿐만 아니라 의료원안의 암 치료 기기도 가져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암 치료 기기에는 방사능 물질, 염화세슘이 들어있었어요. 의료원은 원자력위원회에 여러 차례 염화세슘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위원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어요. 단지 법원이 경비원을 고용해 이 암 치료기기를 지키게 했죠.

그렇게 2년 동안 방치되던 암 치료기기가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1987년 9월 13일 의료원 경비원이 무단결근을 했을 때 주변에 살고 있던 산투스알베스와 파헤이라라는 청년이 병원에 몰래 들어가 이 문제의 암 치료 기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두 청년은 이것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기를 분해하기 시작했어요. 암 치료기기가 너무 무거워서 통째로 가져가기가 힘들었거든요. 이들은 기기에서 주먹보다 작은 캡슐을 꺼내서 집에 가져옵니다.

이 캡슐에는 염화세슘이 들어있었고 이들은 그것도 모른 채 캡슐안의 물질을 꺼내려고 했어요. 이들이 캡슐을 해체하려는 동안 감마선의 영향으로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였지만 이들은 음식을 잘못 먹었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증세가 심해졌으나 병원에서도 단순 알레르기라고 진단받았어요. 며칠 후 이들은 기어이 캡슐을 해체해서 내부의 염화세슘을 꺼내고 맙니다. 캡슐 안 염화세슘에 포함된 Cs-137의 방사능은 무려 50.9TBq이었어요. (1Bq : 방사능의 단위로 1초당 1번 핵붕괴를 하는 양)

이들은 푸른빛을 내는 염화세슘 가루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갖고 놀다가 고물상 주인 데바이르 아우베스 페헤이라에게 25달러에 팔고 맙니다. 고물상 주인도 이 푸른빛의 물질이 신기해서 이웃 주민들과 친지들에게 자랑하며 나눠주기까지 했어요. 이 가루 중 일부를 가져간 고물상 주인의 형제는 자신의 6살짜리 딸 레이데 다스 네베스 페헤이라에게 보여주었고 그녀는 그 가루 일부를 먹었어요. 그녀의 엄마 가브리엘라 마리아 페헤이라도 그 가루를 만졌고요.

약 보름 후 이 가루를 만진 사람들에게 구토, 열, 손과 팔의 상처 등 방사능 피폭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마리아 가브리엘라 페헤이도 몸에 이상증세를 느껴 동물병원에 갔고 수의사는 그녀가 만진 푸른색 가루를 보더니 그녀에게 더 큰 병원에 가라고 충고했어요. 그녀는 가루를 들고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어요. 그녀가 병원에 가는 동안 방사능 오염은 일파만파 퍼졌고요.

푸른 빛 가루의 정체가 밝혀지자 온 나라는 비상에 걸렸어요. 정부는 부랴부랴 원자력 위원회 소속 기술진을 고이아니아에 보냈어요. 그런데 사태는 더 어이없이 진행되었어요. 많은 기술진들이 장갑이나 적절한 신발도 착용하지 않은 채 조사를 했고 기술진마저 방사능에 오염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죠. 또한 환자들을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오염이 계속되었어요. 환자들은 공항에서 병원까지 일반 앰뷸런스에 의해 이송되었고 병원에서도 방사능 오염 환자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도 준비되지 않았으며 격리병동도 없었어요. 이 사건으로 249명이 방사능 오염 진단을 받았고 약 5000여명이 방사능 피폭에 대한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 진단을 받았어요.

방사능 오염 진단을 받은 249명중 4명은 신체를 절단해야 했고 17명은 골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문제의 가루를 먹은 6살 레이데 다스 네베스 페헤이와 그녀의 엄마 가브리엘라 마리아 페헤이는 같은 날 사망했어요. 염화세슘 캡슐을 훔친 두 청년도 죽었고요. 며칠 간격으로 고물상 주인도 사망했어요.

당시 체르노빌 사건이 터진지 얼마안 된 후라 방사능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극에 달해 있었어요. 약 11만 2800명의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장에 모여 단체 검진을 받았어요. 마리아 가브리엘라와 레이데의 관은 600kg이상의 두껍고 무거운 납으로 감싸져 고이아니아 공동묘지에 묻으려 했지만 도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장례식장은 폭력으로 난장판이 되었답니다.

해당 지역은 각종 약품과 진공청소기까지 동원되어 청소가 이루어졌으며 건물의 페인트까지 벗겨내 수거했어요. 이때 수거된 방사능 폐기물의 양은 3,000㎡에 달했고 이 폐기물은 지금도고이아니아시 외곽에 매립되어있답니다.

현재에도 이 고이아니아 지역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이 사건은 방사능 물질에 대한 무지가 빚어낸 참사라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 방사능에 대한 소홀한 관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이런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방사능 물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기자의 세상에 이런 일이였습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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