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젤3, 금융선진화와 한국경제 붕괴 기로에 서다

2022년 바젤Ⅲ도입, 경제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면 지금부터 과감한 개혁 필요

  • 기사입력 2019.05.13 14:51
  • 최종수정 2021.01.22 13:13
  • 기자명 박현군 희망사회연구소 대표
(사진=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상 갈무리)
(사진=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상 갈무리)

2022년부터 적용되는 바젤Ⅲ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바젤Ⅲ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은행의 BIS비율 산출방법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바젤Ⅲ에 대한 논의는 한참 늦은 것이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 BCBS)가 2010년 제정한 권고안이다.

금융당국은 2022년부터 이 권고안을 도입하여 대한민국 금융감독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바젤Ⅲ 권고안은 바젤Ⅱ에 비해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에 대한 위험인식의 범위를 더욱 넓게 계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들이 바젤Ⅲ 기준에 따라 BIS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게 되면 현재의 BIS비율(바젤Ⅱ 기준으로 산정됨)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을 주채무기업으로 거느린 은행들의 경우 BIS비율이 현저히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바젤Ⅲ는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강화, 은행들의 경기대응 완충자본 확보, 은행들의 여신 프로세스 관리 강화, 자금조달·운용행태 및 자기자본 계획·전략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은행이 1998년 IMF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금융대란과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그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바젤의 기준은 국제결제은행의 소위원회 성격인 BCBS가 제시한 권고안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자국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권고안을 거부하거나 도입시기를 미루면 이를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바젤Ⅲ 도입을 정치적 판단으로 거부하거나 더 연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바젤체제는 1997년 말 IMF협약을 통해 강제 도입되었다.

즉 1997년까지 은행에 대한 건전성 감독기준이었던 한국형 자기자본비율이 BIS자기자본비율로 전환된 것은 김영삼 정부 혹은 김대중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IMF와 BIS는 우리나라에 바젤Ⅲ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의 요구에 따라 금융감독기준을 BIS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금융시장이 개방되었고, 현재는 씨티은행, HSBC은행, 푸르덴셜생명 등 수많은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진출했다.

또한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해외에 지점을 개설하는 등 글로벌 은행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 완전히 편입되었고, IMF, BIS, 미국 연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만으로 BIS체제에서 빠져나오거나 BISⅢ를 거부하는 것은 한국경제구조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BISⅢ의 도입은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크게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금융과 차입금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차입금을 빌려서 차입금을 갚아 나가는 한계기업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8년 재무재표 결산 결과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 59곳이, 작년에 ‘번 돈’보다 ‘이자 낼 돈’이 더 많았다.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 10% 이상이 한계기업이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에서 한계기업에 묶여있는 투자금만 3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히며 한계기업에 대한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문제는 한국기업들의 총체적 부실 원인이 특정 재벌기업의 과도한 경영실패나 정경유착 등 비리로 인한 부실, 노조의 강경파업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지엽적 원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경제 전체의 구조과 각 산업별 잘못된 관행들로 인해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경제 현실이 개선되지 않은 채 BISⅢ가 도입되면 어떻게 될까?

바젤의 변천과정(사진=금융위원회)
바젤의 변천과정(사진=금융위원회)

BISⅢ의 취지는 은행들을 향해 “충분한 여유자금을 쌓아놓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왔을 때를 대비하라”는 메시지다. 은행들이 충분한 여유자금을 쌓아놓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에게 대출한 여신을 회수하고 신규대출과 신용공여를 종전보다 더 깐깐하고 꼼꼼하게 진행해야 한다. 즉 개인과 기업의 입장에서 BISⅢ 도입은 은행의 문턱이 높아지고 돈줄이 틀어막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BISⅢ체제가 도입됐을 때 한국경제가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들은 2010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한국경제가 1950년대 폐허와 같은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그러나 BISⅢ 도입은 한국경제가 받는 타격이 심각할 것처럼 예상되더라도 연기 혹은 거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과 신용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BISⅢ 도입까지 5년 남았다.

5년 후 BISⅢ를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제고하여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모맨텀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2024년 이후 중소·중견기업군의 줄도산과 가계부채의 붕괴 위험 상황으로 맞이할지는 지금 어떠한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박현군 희망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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