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꺼리는 ‘스승의 날’…韓 교권침해, 어디까지 왔나

일부 교사 및 교원 노조 “의미 퇴색, 차라리 폐지”…靑 청원 한가득
“스승께 감사의 뜻 전하는 의미 있는 날…폐지보다 보완해야” 반론 만만찮아

  • 기사입력 2019.05.15 18:23
  • 최종수정 2019.05.20 09:34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게시판 갈무리)
(사진출처=청와대 청원게시판 갈무리)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됐지만 최근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환경에서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스승의 날’이 가지는 본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 폐지 청원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스승의 날은 제자들이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의미 깊은 날이기 때문에 폐지보다는 추락한 교권을 살릴 수 있는 보안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교권 존중 의식을 높이고자 국가에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82년 이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지켜지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교사에게 꽃을 달아준다거나 정성을 담은 선물을 건네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었다.

그러나 선물을 빙자한 고가의 뇌물 및 촌지 전달 등의 폐해와 교사에 대한 선물 제한 등 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 시행, 교권 추락, 교원에 대한 사회적 존중 약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면서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대거 축소되거나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교사의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조차 작금의 교육 현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교사에 대한 폭행과 모욕 등 교권침해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여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성적 희롱을 호소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은 지난 2014년 86건에서 2018년 165건으로 불과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성희롱·성폭행 등 성범죄도 역시 동 기간 80건에서 180건으로 2배 이상 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일부 학부모들의 그릇된 태도도 교권 추락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학생 훈육 과정에서 해당 학생 및 학부모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초등교사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교사들의 사기도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 이하 교총)이 발표한 교원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 중 87.4%가 ‘사기가 떨어졌다’라고 응답했다. 2009년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55%의 응답률을 기록한 것에 비추어 보면 10년 새 30% 이상 늘어난 셈이다.

교사들이 가장 토로하는 애로사항은 ‘교권 보호 제도의 공백’이다. 과거와 달리 학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각종 민원 및, 학교·교육청 등 관계기관의 제재 등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조창익, 이하 전교조)은 15일 “많은 교사가 불편해하는 만큼 스승의 날을 폐지해 사회적 소음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논평을 냈다.

전교조 측은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제도, 교육실패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교육행정, 성과급·교원평가 등 경쟁주의적 교원정책, 교육권보호에 대한 무관심 등이 교단의 분노를 불렀다”고 작금의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의미를 잃어버린 스승의 날 폐지를 청원한다” “김영란법이 생기면서 이것 때문에 스승의날 의미가 아주 무색해졌다”며 스승의 날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승의 날’ 의미가 퇴색됐다고 하여 이를 폐지하기보다는 교사의 귄위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사진출처=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공식 SNS)
(사진출처=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공식 SNS)

진만성 교총 회장 직무대행은 15일 교총회관에서 열린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식 및 제67회 교육공로자 표창식’에서 “교육은 사랑과 존경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지금의 교육현실은 교육정책 남발과 경제우선주의 정책들 때문에 학교가 피폐해지고 교원들도 지쳐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총은 학교가 존사애제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55만 교육자와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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