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마법의 웅덩이에 돌을 던지면 연기가 나요.

이 기자의 세상에 이런 일이 Ⅹ
화학물질로 오염된 러브커낼(Love Canal)사건

  • 기사입력 2019.05.17 11:16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1970년대 나이아가라 폭포의 인근 마을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곤 했어요. 비가 그친 후 생긴 물 웅덩이에 돌을 던지면 돌에서 연기가 나면서 부식되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주민들은 그저 신기한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것이 죽음의 전조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죠. 이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시간을 거슬러 1892년 윌리엄 러브라는 사업가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대적인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나이아가라에 7마일에 이르는 운하를 건설하여 선박을 다니게 하고 발전소를 세우는 계획이었죠. 그렇게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꿈꾸며 공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공사진행 중에 미국에 경제불황이 찾아오게 돼요. 재정난에 봉착한 그는 1마일의 큰 웅덩이만 남기고 1910년 운하 사업을 중단했어요. 이 웅덩이의 이름이 바로 러브커낼(Love Canal)이었어요.

이 웅덩이는 몇십년 동안 방치되어오다가 1940년대에 후커케미컬 화학회사에 넘어갔고 회사는 화학폐기물을 철제 드럼통에 넣어 이 웅덩이에 매립했어요. 회사는 1942년부터 1950년까지 20000여 톤의 유독성 화학물질을 운하에 매립했죠. 그리고는 회사는 인근 땅을 포함해서 1953년에 이 폐기물을 매립한 땅을 나이아가라 시교육위원회에 기증했어요.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어요. 기증한 땅 러브커넬에 학교와 집이 세워졌는데 학교 운동장에서 이상한 화학물질이 나오고 돌을 던지면 돌이 연기를 내면서 부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 지하실에 이상한 물질이 스며나오고 하수구가 검은 액체에 부식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이 지역 주민들은 피부병과 두통에 시달렸고 다른 지역에 비해 유산율도 증가했어요.

정부는 1977년 이 지역을 조사했고 지하수가 유독성 화학물질로 심하게 오염된 것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요.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로이스 깁스라는 주민은 자신의 아들이 앓고 있는 만성천식이 이 지하수와 관련이 있다고 여기고 학교 측에 전학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결국 그는 주민들 자녀들을 조사했고 아이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그의 끈기있는 조사가 정부에 받아들여져서 정부의 역학조사가 시작되었고 놀라운 결과가 밝혀졌죠. 지하수에는 벤젠 등 11가지 후보 발암물질이 발견됐고 폐기물이 토양을 통해 이동했으며 공기의 오염도도 높았음이 규명되었어요. 이에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산율이 4배가 높았고 1973~1978년에 이 곳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이 정신박약, 심장 및 신장질환 등 선천성 기형아라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1978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연방환경처는 이 지역을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거주하던 주민들을 이주시켰어요. 집과 학교는 모두 철거됐고 오랫동안 복구작업이 이어졌어요. 1980년 당시 카터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이 지역에 선포하기도 했답니다. 러브커낼사건은 미국의 유해산업폐기물 처리기금 관련법인 슈퍼펀드법 (Superfund)이 제정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어요. 이 지역은 세 차례에 걸쳐 총 2억 5000만 달러를 들여 복구작업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도 이 곳은 여전히 죽음의 마을로 버려진 상태입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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