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문화인가 중독인가’ WHO 발표 후 국내 찬반 대립 심화
‘게임, 문화인가 중독인가’ WHO 발표 후 국내 찬반 대립 심화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9.06.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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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학 5개 학회 등 “게임사용장애, 실존해…질병 분류지지”
게임업계 “‘게임=중독 원인’이라는 의학계 논리 해괴해”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 질병 분류의 국내 도입을 두고 게임업계와 정신의학계 간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요는 과연 게임이 중독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냐는 것인데 게임업계는 게임은 하나의 문화이지, 치료가 필요한 중독의 원인이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반면 정신의학계 내에서는 ‘게임 중독은 엄연한 질병’이라며 WHO의 발표에 동조하고 있다.

10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한국역학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5일 열린 세계보건기구회원국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체계 11판의 만장일치 승인을 지지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게임의 중독적 사용에 따른 기능 손상에 대해 건강서비스 요구를 반영한 적절한 결정”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게임과 게임산업 전반의 가치에 대한 찬반이라는 흑백논리에 근거한 소모적 공방을 멈추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5개 학회는 게임사용장애를 ‘생물정신사회적 측면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정신행동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도박장애, 알코올장애 등 인간 뇌 속의 도파민 회로의 기능이상을 야기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기능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실존하는 질병상태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두뇌 발달 과정에 접어든 청소년시기에 게임중독의 질병 인정은 필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기 중독문제를 겪으면서 언어발달, 학업, 교우관계 등 다방면에서 균형잡힌 성장과 발달이 저해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학회는 최근 정부 일부 부처 및 게임업계 등 당사자 혹은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측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국민건강을 최우선에 두어야할 정부부처가 게임업계의 이익을 더 대변하고, 보건의료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매우 개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신의학계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자 게임업계 역시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단체도 같은 날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관련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게임은 좋은 것이지만 치료가 필요한 중독의 원인’이라는 의학계의 논리를 “해괴하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아울러 이들은 게임 중독을 다룬 논문들이 사용하는 중독 진단에서 쓰이는 척도가 이미 20년 전에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되받아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3년 복지부예산으로 인터넷게임 중독 선별도구로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에서 게임 중독 진단 척도로 삼는 자가문진 내용이 1998년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 문항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시대에 흐름에 걸맞지 않는 문항으로 진단을 하다 보니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자가문진을 하더라도 ‘잠재적 위험군 혹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게임업계 내 일부에서는 “한국의 게임 중독 연구 논문이 편향됐다”고 서슴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지난 9일 북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순방 일정 중 e스포츠 경기 관람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3~15일 스웨덴 방문 일정을 소화하면서 e스포츠 친선전을 관람한다. 이 대회는 글로벌 통신업체인 에릭슨사가 주최하는 대회로 한국과 스웨덴의 e스포츠 국가 대표팀이 경기를 가진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