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0억 원 분양사기극의 전말 드러나..."내 돈 어디에..."

손씨, 쌍용건설·아시아신탁 이름 걸고 조합원 모집
대형 건설사·신탁사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이름 빌려주고 피해는 모르쇠
믿고 투자한 서민들만 돈 찾을 길 없어 눈물

  • 기사입력 2019.06.25 19:02
  • 최종수정 2019.06.25 19:30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지난 2016년에 일어난 120억 사기분양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400여명의 피해자와 피해액만 120억에 이르는 춘천우두주택조합 아파트분양 사건. 이 사건의 주범 손 모씨는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사기극을 벌일 수 있었을까.

2015년 부터 손씨는 홍보블로그를 통하여 쌍용예가 조합원을 모집했다(사진출처=홍보블로그)
2015년 부터 손씨는 홍보블로그를 통하여 쌍용예가 조합원을 모집했다(사진출처=강원도 춘천 우주택지 지역주택개발사업 쌍용예가 아파트 분양 홍보블로그)
버젓이 시공사를 쌍용건설로 기재했다 (사진출처=홍보블로그)
버젓이 시공사를 쌍용건설로 기재했다(사진출처=강원도 춘천 우주택지 지역주택개발사업 쌍용예가 아파트 분양 홍보블로그)

2015년부터 건축업무대행사 ㈜덴의 대표 손 씨는 춘천우두주택지구(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700-5번지 일원)에 아파트 쌍용예가를 분양한다고 조합원을 모집했다. 당시 춘천시 균형발전의 기폭제로 떠오르고 있는 우두택지지구는 개발 사업이 한창 추진 중이었다.

손 씨는 지하2층에~지상26층까지 26, 32평형대의 835세대를 시공한다는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했다. 이 광고에는 국내에 내놓라하는 건설사인 쌍용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아시아신탁이 안전한 자금관리를 맡는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손 씨의 회사는 ‘2015 대한민국 문화 경영 대상’ 시상식에서 건축 시행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었다.

손씨는 주택홍보관까지 짓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고 홍보관 직원들은 쌍용예가 마크가 찍힌 명함까지 만들어 돌렸다.

본지가 확인해 본 결과 당시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블로그마다 ‘3.3㎡ 당 620만원의 파격적 분양가’, ‘건설 명가 시공사, 쌍용건설’, ‘신탁사, 아시아신탁’, ‘설립인가 신청 완료’ 등의 문구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 손 씨는 시공사와 신탁사의 안정성을 적극 광고함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이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결혼예비부부 및 저소득층 무주택자들 600여명이 조합원으로 신청했다.

그 결과 손 씨는 2016년 1월 말 춘천교원공제회관에서 ‘쌍용예가’ 건설 사업에 동참한 조합원과 예비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춘천우두지역주택조합(가칭) 창립총회를 성황리에 개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조합형의 아파트의 경우 80%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애초부터 이 지역은 춘천시에서 도로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땅으로 아파트가 설 수 없는 자리였다.

(사진출처=기사)
(사진출처=춘천시청)

더구나 취재결과 시공사도 쌍용건설이 아니었다.

쌍용건설측은 주택조합 측에 2016년 4월 12일 시공예정사의 지위를 빌려줬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2년 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자 2018년 11월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손 씨는 2015년부터 쌍용건설의 이름을 이용해 조합원을 모집했다. 쌍용예가의 이름으로 모델하우스까지 지었다. 2018년 완공예정이라고 홍보했다.

누가 쌍용건설을 시공예정자라고 여기며 사업 중간에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겠는가. 

또한 여기서 대기업이 2년동안 불확실한 사업에 아무 대가도 없이 명의를 빌려준 것에 강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측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예비 시공사로 참여했을 뿐이다" 며 "시공사로 참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쌍용건설은 해당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해서 건설사의 이름만 빌려줬던 것이다.

더불어 해당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설 사업의 신탁업무를 맡았던 아시아신탁은 자금관리도 허술하게 집행했다. 취재결과 아시아신탁은  "신탁업무와 무관하게 자금 관리만 담당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신탁 측 관계자는 "당시 회사는 주택조합추진위원회·대행사(손 씨의 회사 덴)와 삼자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의 절차에 따라 자금을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강원도 춘천 우주택지 개발 당시 지역주택조합사업 조합원 모집은 임의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합원 모집이 50%이상 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조합은 조합원이 낸 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인데 당시 사업비를 관리하면서 추진위원회와 대행사의 날인을 받아 적법하게 시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조합원의 돈은 다 사라진 걸까.

이에 대해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추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이 사업 대행사였던 ㈜덴에게 모두 집행하게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시아신탁은 120억 원이 넘는 당시 사업 추징금의 행방이나 규모 및 계약서의 내용은 모두 함구했다. 당시 이 사업의 자금집행을 관리했던 아시아신탁의 직원은 퇴사한 상태다.

하지만 이 사업과 관련해서 아시아신탁의 자금관리집행 업무에 대한 의혹은 가시질 않고 있다. 신탁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주택조합 인가설립 전까지는 사업 추징금 50%만 집행이 가능한 데 현재 전액이 인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돈이 쉽게 인출될 수 있다는 것은 자금관리에 대한 조합의 감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손 씨는 10년 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20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내 집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갈무리)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갈무리)

이 사건은 2017년 청와대 청원까지 올랐다. 피해자 중 한 신혼부부는 "결혼하고 빠듯한 신혼살림에 내 집 마련이라는 꿈과 기대감에 목돈을 모아 계약했는데 사기를 당했다" 며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못자고 있다" 고 호소했다. 춘천시민이라고 밝힌 한 피해자는 "춘천시장과 대행사 대표가 함께 아파트 홍보물을 들고 찍은 사진에 혹해 계약한 분도 있다고 들었다"며 "조기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데 못 막았다"며 춘천시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이 사기극은 손 씨의 혼자 힘만으론 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손 씨는 대기업 건설사와 신탁사의 브랜드네임의 힘으로 집 없는 서민들을 울린 것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쌍용건설과 아시아신탁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부는 이러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허술한 점을 보완·개선하여 재발방지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