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韓 뒤흔든 디지털 성범죄…정부 근절 의지 무색케 해 ①

상대방 동의 없이 불법 촬영 후 인터넷·SNS 등 공유
文 정부, 출범 초기부터 디지털 성범죄 근절 의지 피력
정작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법안 대다수는 국회 계류 중

  • 기사입력 2019.06.28 22:41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한국정책방송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한국정책방송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지난 2018년 11월 24일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시발점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연일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됐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시작했으나 이윽고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 마약 투약 의혹, 탈세 의혹으로 차츰 범위가 확대되다가 결국에는 성매매 알선, 성접대, 그리고 불법 촬영 동영상 공유까지 폭발한 것이다.

뉴스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이슈가 바로 성범죄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변종의 디지털 성범죄가 이뤄지면서 국민들이 충격과 불안에 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줄곧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처벌 강화 등 강력한 대응을 수차례 주문했으나 정작 이를 뒷받침해줄 관련 법안들은 다수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대한민국 헤집어놓은 디지털 성범죄…여전히 현재진행형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나 그 밖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불법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디지털 성범죄는 과거 ‘도촬’, ‘몰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오래 전부터 횡행돼왔다. 문제는 과거에는 사회 음지 내에서 이뤄졌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 곳곳 어디에서나 존재하게 됐으며 이를 범죄가 아니라 일종의 ‘유희’라고 보는, 비뚤어진 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2018년 11월 ‘버닝썬 게이트’가 촉발되면서 드러난 연예인 불법촬영 공유·유포 사건이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연예인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 이곳에서 그들은 여성에 대한 동의 없이 불법으로 영상을 찍고 이를 동료들과 공유·유포해왔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 여성만 해도 무려 1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출처=한국정책방송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한국정책방송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더욱이 이들이 채팅 중 욕설이 포함된 성희롱, 여성 비하 발언, 구 일본군 ‘위안부’ 모독 발언, 제노포비아 발언 등을 주고 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들이 다수 연루돼 그 파장이 더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디지털 범죄’는 이미 만연한 상태다. 2015년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 도촬 사건, 2017년 남탕 도촬 사건, 2018년 5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도촬 사건 등 관련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설상가상 디지털 성범죄는 각종 다양한 형태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그 대상도 나이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있다. 일례로 지인의 사진을 도용해 나체 사진 등 음란물에 합성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소위 ‘지인능욕’이라는 신종 디지털 범죄가 발생하는 등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은 나날이 더해져 가고 있다.

文정부 “‘몰카’판매도 규제…처벌 수위 대폭 강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사람을 중심에 두고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며 어떠한 차별도 없는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차별 해소의 핵심은 다름의 존중와 성평등 사회의 실현에 있으므로 사회전반에 성평등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를 위해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젠더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체계 마련을 2017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해 11월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디지털 성범죄(몰래 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종합대책에서는 △변형 카메라 불법촬영 탐지·적발 강화 △불법촬영물 유통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 국민인식 전환을 4대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

이에 기반해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 이하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그 결과 2018년 4월 30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총 4만 9897건의 피해 지원이 이뤄졌다. 세부적으로는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4만 4382건. 상담지원 6016건, 수사·법률지원 334건, 의료지원 65건이다.

(사진출처=청와대)
(사진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도 성범죄 근절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몰카범죄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관련해 “수사가 되면 해당 직장이라든지 소속기관에 즉각 통보해서 가해를 가한 것 이상의 불이익이 가해자에게 반드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려 해도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지난 3월 여가부는 13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미투 운동 이후 많은 제도 개선이 있었으나 아직도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왜곡된 인식과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한계는 여전하다”라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 관련 법안이 조속히 제·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진 장관의 발언과 달리 여전히 18개 법률 제·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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