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이제 수소경제다. 부생수소도 뜬다 ⑮

서산 세계 최초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설립
부족한 부생수소 조달 관건

  • 기사입력 2019.07.05 08:56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한화토탈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한화토탈 홈페이지 갈무리)

석유화학공장과 정유공장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의외의 이점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부생수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소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수소 생산방법 중 부생수소(by-product hydrogen)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연재에서 수소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생수소’를 얻거나 액화천연가스 등을 개질해 추출하는 추출수소, 물(H2O)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을 통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 있다. 수전해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고 기술 개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 2030년 수소 경제 초기까지는 부생수소나 추출수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이러한 부생수소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발전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 석유화학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

그럼 부생수소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부생수소는 석유화학공장 공정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반면 정유공장은 휘발유, 경유 등 유종을 분류할 때부터 많은 양의 수소를 필요로 한다. 정유공장은 인근 석유화학공장에서 부족한 수소를 사온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업체인 한화토탈(대표 권혁웅, 장막오테로델발)이 남아도는 수소를 인근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 대산공장에 판매하는 식이다. 양사 간 내부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소의 이동이 이뤄진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다 보니 석유화학공장과 정유공장이 가까이에 있다.

한화토탈은 남아도는 수소를 현재 짓고 있는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는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의 한화토탈 공장 부지에 총용량 50㎿ 규모의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짓고 있다 이 발전소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반면 철강공장에서는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생가스가 먼저 나오고, 여기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순차적인 과정을 거친다.

현대제철(대표 안동일)은 당진제철소에 491억 원을 투자해 수소공장을 만들었다. 순도 99.99%의 수소를 생산하도록 설계됐는데 2016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하루 약 8200㎏, 연 300만㎏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대표 정몽구외 3인) 수소전기차 '넥쏘'의 1회 충전량이 6.33㎏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약 13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다.

현재 연간 수소 생산량은 13만 톤 수준인데, 이 중 90%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물론 친환경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그린수소를 생산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에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활용해야 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안전하고 순도 높은 수소 생산을 위해 적정 유량, 열량, 압력, 온도에 맞춘 에너지를 공급한다. 코크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G)에 함유된 성분(수소 58%, 메탄 23%, 일산화탄소 8%, 질소 7%, 미량의 타르와 황) 중 전처리공정으로 타르와 황을 제거하고, TSA 및 PSA 공법을 통해 메탄, 일산화탄소, 질소를 제거한다. 이후에는 잔여 불순물 제거 공정을 거쳐 수소전기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99.999%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수소연료 공급은 물론 냉연 제조 공정 중 소둔, 아연도금 등의 분야에 수소를 사용한다. 현대제철은 향후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수소 생산 설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진제철소에 있는 여분의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출처=한화에너지)
(사진출처=한화에너지)

◆ 세계 최초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설립

작년 8월 16일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서는 50MW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식을 개최됐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한화에너지(대표 류두형)와 두산(대표 박정원외 2인), 한국동서발전(대표 박일준), SK증권(대표 김신)이 손을 잡고 만든 특수목적법인 ‘대산그린에너지(대표 김영욱)’가 세계 최초로 초대형 부생수소(화학공정 부산물로 발생한 수소) 연료전지 생산이 가능한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총 사업비 2,550억 원이 투입돼 20,000㎡ 규모의 부지에 세워질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오는 2020년 6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충남지역 약 1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40만MWh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번에 착공된 발전소의 주목할 점은 석유화학단지의 화학공정 부산물인 수소를 추출해 산소와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부생수소지만 미세먼지의 주요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분진 등이 발생하지 않는데다 미세필터를 통해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낸다는 것에 있다. 국내최초, 세계 최초이다.

이번 발전소 설립으로 한화에너지는 기존의 집단에너지사업과 태양광발전사업에 이어 수소 연료전지 발전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종합에너지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는 “이번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와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향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한화에너지가 미래 신성장동력인 에너지 신사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차세대 핵심 사업을 신재생에너지로 낙점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산 역시 협력사들과 함께 연료전지용 ESM 공동개발, 슈퍼모듈의 국산화를 완료하는 등 부생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통한 시장 선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부생수소 연료전지를 독자개발에 성공한 두산은 새롭게 세워지는 발전소에 연료전지 114대(총용량 50MW)를 공급하고 준공 후 사후관리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연료전지 사업 진출 이래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제 초기 단계인 부생수소 연료전지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부족한 부생수소 조달 숙제

최근 석유화학 업체들은 국제유가 변동과 불안정한 경기상황에 따라 정유사업 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고부가가치를 내는 비정유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부생수소의 필요량이 증가되고 있으며 외부 조달을 늘리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업체들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자체 화학 공정에 투입하는데, 양이 부족해서 필요 물량의 20% 정도는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정유 업체 한 곳은 지난해 부생수소 자체 생산 물량이 부족해 무려 3만 톤을 외부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부생수소 5만 톤(수소차 25만대 분량)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에서 필요한 부생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체들은 업계 자체적으로 사용하기에도 부생수소의 양은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부생수소를 추가로 생산하더라도 수소차에 투입할 여력은 없다는 것이다.

에쓰오일(대표 후세인에이알카타니)은 지난해 고도화 설비 가동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부생수소만으로 부족해 수소 제조업체인 '덕양'으로부터 조달받기 시작했으며,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도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필요한 부생수소의 양을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언급한 서산 연료전지 발전소를 기반으로 부생수소 생산을 서두를 예정이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입장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입장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또한 지난달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이끄는 석유기업 아람코가 현대차에게 수소 인프라 및 수소차 확대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람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258조원, 순이익 126조원을 기록한 석유기업으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산업에 막대한 관심을 보였다. 탈(脫)석유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 현대차의 수소경제 계획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거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의 약속 덕분에 현대차의 수소 인프라 및 수소차 확대 프로젝트가 날개를 달 것이라고 분석했다.아람코의 최대 장점은 보유하고 있는 거대 정유화학시설을 통해 풍부한 부생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외협력투자를 통해서도 부생수소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로드맵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가 다양한 통로를 통해 부생수소 확보해야 하며 국내 부생수소 생산 인프라 시설을 서둘러 확충하여 부생수소 공급의 원활함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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