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해외 주요국의 디지털 성범죄 제도적 대응 실태-Ⅳ.일본
[뉴스핫라인] 해외 주요국의 디지털 성범죄 제도적 대응 실태-Ⅳ.일본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9.07.31 16: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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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율기구 ISA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콘텐츠 차단 활동 전개
‘사적인 성적 영상물 제공’ 법률 용어 도입 등 통합 규제 체제 마련 추진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일본은 불법촬영과 불법유포의 문제를 구별해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서양의 다른 나라들처럼 불법유포를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유사한 법적 규제 체계를 가진 국가다. 지난 2014년에는 디지털 성범죄를 전면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형사입법을 단행했다. 지금도 민간 자율 기구(Internet Safer Association)를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 차단에 적극 임하고 있다.

또 최근 일본은 새로운 특별법을 제정해 ‘사적인 성적 영상물 제공’을 법률 용어로 도입하고 불법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이는 과거 처벌하지 못했던 행위를 처벌하게 됐다는 점 보다는 사적인 성적 영상물 제공의 심각성을 정부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더불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에 대한 특례 규정이나 관련 정책 규정 등을 함께 규정함으로써 통합 규제 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불법촬영을 경범죄로 취급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민폐조례로써 불법촬영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더불어 경찰들의 인식 개선 및 단속·상담·수사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현황

일본에서 성적 영상의 불법촬영은 그 자체로 중범죄로 취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그 폐해가 확산되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조례를 재·개정했다.

2014년 법무성의 범죄백서의 따르면, 성적 영상의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각 도도부현의 조례 위반 도촬사범 검거 건수는 총 3625건이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이 중 범행시간은 ‘오후 3시부터 6시’가 27.9%(909건), ‘오후 6시부터 9시’가 19.8%로 높게 나타났다. 범행장소는 ‘역 구내’가 32.2%(1049건)’,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28.5%(929건)으로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범죄에 쓰인 촬영기기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80.9%(2312건)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소형(은닉형) 카메라가 11.0%(359건)으로 뒤를 이었다.

불법촬영 행위 심각성 인식 및 폐해 확대 따른 법령 개정 및 마련

일본은 성범죄로서 불법촬영 일반을 규제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만 경범죄법에서 타인을 훔쳐보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훔쳐보기를 처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국민의 성적 풍속을 단속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불법촬영 행위를 경범죄로서 규제하는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불법촬영 행위를 경범죄 취급함으로써 불법성이 경시되고 결국 불법촬영이 촬영물의 불법유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허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아울러 해당 조문에서는 범행 장소를 ‘사람의 주거, 목욕탕, 탈의실, 화장실, 기타 사람이 보통 옷을 입고 있지 않는 장소’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소적 제한으로 인해 법률이 제시한 공간 이외에서의 불법촬영 행위는 포섭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받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불법촬영을 ‘저속한 언행’ 또는 ‘추잡한 언행’의 일종으로 보아 조례로써 규제하기도 한다. 현재 일본 47개 모든 도도부현은 일명 ‘민폐조례’라 불리는 조례를 가지고 있는데, 이 조례들은 주로 치한행위, 스토킹행위, 호객행위, 도촬행위 등을 규제한다.

그러나 장소적 제한이 일반적인 불법촬영을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규제 범위를 확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2018년 도쿄도의 조례 개정이 대표적이다.

도쿄도의 ‘공중에 현저하게 폐를 끼치는 폭력적 불량행위 등의 방지에 관한 조례’는 개정 전에는 규제 장소를 ‘공공장소, 대중교통, 공중화장실, 공중목욕탕, 공중탈의실’로 한정했다. 그러나 개정 조례에서는 ‘주거,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을 추가했다. 아울러 ‘학교, 사무소, 택시 기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이용하거나 출입하는 장소’를 포함시켜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불법유포의 경우, 일반적으로 음란 영상의 유포는 형법 제175조의 음란물배포죄나 「아동 성매매 및 포르노 관련 행위 등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제해왔다.

그런데 과거 교제 상대와의 이별 후 분풀이나 재결합 강요 등의 의도로 인터넷에 성적인 사진, 영상 등을 게시하는 행위가 ‘리벤지 포르노(revene porno)’라 불리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법률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2013년 10월 도쿄에서 여고생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인 소위 ‘미타카 스토커 살인사건’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성적 영상의 불법게시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요구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이에 2014년 형사특별법인 「사적인 성적 영상기록의 제공 등에 의한 피해 방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IAJapan, SIA 등 민간자율기구 중심 피해자 구제 활동 실시

일본에서는 방송통신에 관련한 정부 규제 일반을 총무성이 담당하고 디지털 콘텐츠에 관련된 규제는 경제산업성이 담당한다. 인터넷 콘텐츠의 일반적 심의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없으며 서양의 다른 국가들과 유사하게 민간에 의한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불법 콘텐츠에 대한 차단이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업자단체인 ‘일본인터넷협회(Internet Association Japan, IAJapna)이다. 협회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등급판정, 사이버범죄에 대한 대응,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검토, 필터링 소프트웨어 보급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출처=일본 인터넷핫라인센터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일본 인터넷핫라인센터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더불어 ‘인터넷 핫라인센터(Internet Hotlines in Japan, IHJ)’를 운영하며 불법정보의 유통차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이보다 앞선 2013년에 설립된 일본 인터넷안전협회(Safer Internet Association, SIA)는 2016년 4월부터 경찰청 수탁으로 인터넷 핫라인센터와 함께 자체적인 ‘세이프라인’을 운영해 사적인 성적 영상물의 삭제 요청을 담당하고 있다.

SIA는 IHJ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 구제를 위한 기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단, IHJ의 불법콘텐츠 처리 지침에 따르면 음란 관련 정보에는 음란물 전시(형법 제175조제1항), 아동포르노 공개적 게시(아동프르노법 제7조 제6항), 성매매 여성 등의 유인(성매매방지법 제5조 제3호 및 제6조 제2항 제3호), 데이트사이트규제법 위반 유인 행위(데이트규제법 제6조)를 제시하고 있으며 사적인 성적 영상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반면 SIA는 지침에서 음란물 이외에 ‘특히 사회문제화되고 있거나 그러할 우려가 있는 불법정보’를 추가했으며 여기에 사적인 성적 영상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SIA가 이와 관련해서는 보다 주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진출처=일본 인터넷안전협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일본 인터넷안전협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017년 SIA가 핫라인과 세이프라인을 통해 파악한 콘텐츠 총 63만 5142건을 지침에 따라 분류했을 경우 ‘불법 콘텐츠’가 4만 3647건, ‘유해 콘텐츠’가 1453건, ‘제외 콘텐츠’가 59만 42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불법·유해콘텐츠 중 사적인 성적(性的) 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9% 정도다.

SIA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자신들에게 의뢰된 불법·유해 정보 중 87%가 삭제됐다고 한다. 사적인 성적 영상물의 삭제율은 전체 불법·유해정보 삭제율에 훨씬 못 미치는 79%(총 4181건 요청 중 3319건 삭제)로 이는 2016년 삭제율 91%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 수치다.

삭제율이 낮은 원인은 한 상담자가 처리해야 하는 삭제 요청 건수가 수백 개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삭제율이 70% 안팎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SIA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불법·유해정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경찰 신고와 함께 사이트 관리자 등에게 삭제요청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한편, 사적인 성적 영상물로 SIA에 상담해 온 사람은 150명이었으며 2015년 25명, 2016년의 105명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수치다. 이렇게 상담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SIA가 상담 관련 게시판을 마련하고 피해자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타 법적 구제 방법으로는 불법촬영 및 불법유포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이 가능하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안에서 유포 정도, 게시물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성의 알몸을 몰래 촬영해 성인비디오로 판매한 사안에서 2009년 3월 오사카 지방법원은 600만 엔의 위자료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불법촬영된 이미지의 유포나 동의 없는 성적 영상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영상물 삭제 가처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이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 집행관에게 보전 집행을 신청해야 하며 게시물 삭제 가처분을 위해서는 보통 30~50만 엔의 가처분 비용이 소요된다.

유포행위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발신자 정보공개 청구 가처분을 실시해 상대의 정보를 얻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위해서도 가해자를 특정할 필요가 있는데 콘텐츠 제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송신차단 조치 요청받을 경우 2일 내로 처리해야

일본은 2001년에 인터넷 등 특정 전기통신에 의한 정보의 유통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배상책임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 및 피해자가 침해자의 개인정보 공개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특정 전기 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손해 배상 책임 제한 및 발신자 정보의 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특정 정보의 전송을 차단하는 조치를 강구하였고, 그 조치가 필요한 범위 내인 경우, ①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② 피해자로부터 차단 조치에 대한 신청을 받고 발신자에게 송신 차단 조치에 관한 동의 여부를 물었으나 그로부터 7일이 지나도록 반대 의견의 표명이 없었던 경우, 해당 차단 조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위의 법률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성적 영상물 피해방지법은 제4조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에 관한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특례를 둔 취지는 영상의 확산으로 회복 곤란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신속하게 정보의 삭제 등 송신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에 다. 그 결과 동의 여부 확인 기간이 기존 7일에서 2일로 단축됐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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