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제도적 형태

불법 촬영 및 유포로 인한 피해 지속 증가…반면 기소율은 하락일변도
방심위, 여가부 등 정부기관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민간기구 활동

  • 기사입력 2019.08.04 16:39
  • 최종수정 2020.09.13 13:24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200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사이보 공간에서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행위가 과거에는 특정 사이트에서의 음란물 공유나 성매매 알선 등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동의없는 성적 영상물의 촬영이나 옛 연인과의 성행위 촬영물의 동의 없는 유포행위 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위 주요국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제도적 대응실태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제도적 대응실태 및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만의 문제점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쓰이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용어, 무엇이 있나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디지털 성범죄’란 개념이 정립되기 전 ‘사이버 성폭력’, ‘인터넷 성범죄’ 등의 용어를 혼용해왔다.

우선 ‘사이버 성폭력’이란 디지털 기기가 매개가 돼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 촬영물의(촬영의 동의 유무 불문) 불법 유포(영리 목적 불문), 온라인 기반 성매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온라인상의 성적 괴롭힘 등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즉,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하는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가 사이버 공간인 경우를 일컫는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 2017년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몰래 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종합대책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는 종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별법)」 제14조가 규제하고 있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과 그 촬영물의 불법유포를 가리킨다.

또 불법 유포행위 중 촬영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유포에 동의가 없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로 소위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시 되는 유형의 사이버 성범죄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 등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복수 포르노’ 또는 ‘보복성 포르노’로 번역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복수’라는 표현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암시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포르노’라는 표현으로 인해 피해자를 음란물 대상으로 취급하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및 처벌 현황

대검찰청의 ‘2017 범죄분석’에 의하면 지난 2011년 이후 카메라 등 이용한 촬영 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6년 들어 다소 감소세를 보였다. 현행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유포죄가 동일 법조문에 규정돼 있으므로 이 수치는 불법촬영과 불법유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편, 2018년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현황’ 자료에 기재된 범죄 발생 및 검거인원과 구속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검찰청 자료와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인 추이를 살펴볼 때, 2016년 잠시 주춤했던 사건 발생 건수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찰에서의 범죄자 처분 결과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기소율이 계속 줄어든 결과, 2016년의 기소율은 2011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에서 카메라 등 촬영죄에 관한 공식적인 판결 통계를 제시한 바 없으나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온라인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심포지엄’ 발표자료에서는 자체적인 판례 분석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 연구에서는 서울 지역을 관할로 두고 있는 각급 법원에서 2011년 1월 1일부터 2016년 4월 30일까지 선고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1심, 상소심 포함 총 2398건 중 1심을 기준으로 2016년 6월 30일까지 선고돼 확정된 1540건을 대상으로 설정했다.

대상 사건 전체의 피해자는 여성이 98.9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함은 물론, 모르는 가해자에 의한 경우도 약 90%에 달했다.

방심위의 심의 및 조치 현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디지털성범죄정보 심의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지난 달 30일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5년간 디지털성범죄정보 심의 대응 현황’에 따르면, 2014년 방심위가 심의한 건수는 1807건이었다. 이후 2015년 3768건, 2016년에는 7356건으로 매년 2배 이상 씩 증가했다.

2017년에는 제4기 방심위 구성 지연으로 7개월여 가량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2977건을 심의하는 데 그쳤으나, 2018년에는 7648건(7월 31일 기준)을 심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8년의 경우 시민단체에 의한 인지가 두드러진 것을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다. 2017년 자체인지 1886건(63.4%), 일반인신고 1091건(36.6%)였던 것에 비해, 2018년에는 자체인지 2509건(36.6%), 시민단체 1526건(22.3%), 일반인신고 2817건(41.1%)으로 시민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법촬영 및 불법유포 관련 형사법 처벌

성폭력특별법 제14조 제1항은 불법촬영을 규제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규정이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서는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요하여 성적 용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이 조문은 1998년 성폭력특별법의 개정으로 신설됐다. 개정 이유에서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건조물·선박·항공기 등에 카메라·비디오 등을 설치해 촬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최근 물의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의 폐해를 방지하고,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며,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이라고 입법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제14조 불법촬영의 객체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이며 ‘동의 없는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한 촬영’이다 .

불법유포와 관련해 살펴볼 형사법은 성폭력특별법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성폭력특별법은 제14조 제1항에서 불법촬영과 함께 불법유포를 규정하고 있다. 제1항 유포의 행위 객체는 불법촬영의 결과물인 ‘그 촬영물’이므로 처음부터 촬영에 동의가 있었던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제2항은 전항이 제외한 동의 하에 촬영된 촬영물을 행위 객체에 포함시키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규정상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제1항에서 제외된 행위 객체에 대한 촬영물은 제2항에서도 제외된다.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유포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이다.

유포와 관련한 구성요건적 행위는 ‘반포·판매·임대·제공·공연한 전시·공연한 상영’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 건전한 환경 조성을 방해하는 음란물 유포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법률의 기본적인 성격 및 형법상 음란물 관련 범죄와 비교해 볼 때 이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성폭력 범죄로서의 성격보다는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판단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동의 없는 유포로 인한 외부적 명예의 훼손은 동법 제70조의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적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해당 조문은 ‘비방의 목적’을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닌 명예를 직접적인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 불법유포죄를 염두에 둔 직접적 구성요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 및 관련 단체의 활동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불법정보를 심의하고 인터넷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자로 하여금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인터넷 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권리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도 임시적 차단 조치를 해야 한다.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경우 민사배상에 대한 감면이 인정된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보다 강력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범죄 차단을 위한 사전 조치와 게시물에 대한 즉시 삭제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사상의 배상책임이 아니라 형사상 처벌을 부과 받게 된다.

(사진출처=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가족부는 2018년 4월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피해사례를 수집해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는 한편, 경찰 신고를 위한 증거 채집, 방심위 심의 요청 등을 지원한다. 더불어 무료법률서비스 및 의료비 지원 등도 연계한다.

민간단체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사이버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민간단체다. 기본적인 피해자 지원활동 이외에도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입법 추진 활동, 사이버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특성, 피해지원과 대응방은을 위한 강의 등을 제공한다.

또 다른 단체인 D.O.S.는 2015년 국내 최대 디지털 성폭력 사이트 ‘소라넷’의 폐쇄운동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이다. 이들 단체가 주로 하는 활동은 입법 추진 활동, 관련 강연, 디지털 범죄기사 기고 등이 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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