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산업재해 획기적으로 줄인다.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①

산업안전보건법에 발주자 의무, 책임 신설
건설업 발주자 주도로 산업재해 미리 예방

  • 기사입력 2019.08.07 10:33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대한산업안전협회)
(사진출처=대한산업안전협회)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 국가적 과제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만큼 안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 정부의 화두가 됐다. 특히 정부는 산업안전을 강조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했다.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추진안을 마련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하여 산업안전을 위한 정부의 추진안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문제점 및 향후 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이번 회차에서는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아보고 개정 의의와 내용 및 향후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안전관리 책임 발주자와 상관없는 일? 아니, 발주자 책임 확대

정부는 건설업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건설재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연간 약 500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있으며, 사망율은 2013년 크게 증가 후 감소하다 2016년에 재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건설업에서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출처=고용노동부)
사망만인률: 인구 1만 명당 사망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 (사진출처=고용노동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선진국에서는 건설재해 감소를 위해 계획 및 설계단계부터의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건설업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서는 접근 방법부터 변화해야 하는 필연성을 갖게 됐다.

건설공사 참여자는 발주자, 시공자, 설계자, 건설사업관리기술자, 근로자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도급자인 시공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건설공사 안전관리체계는 시공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이다.

이에 그 동안 안전관리 주체로 인식되지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건설공사에 영향을 주는 최상위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에게 일정부분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인식디 대두됐다. 이미 영국, 독일, 미국 등의 해외 산업안전 분야 선진국에서는 발주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도화 또는 권장하고 있다. 최근의 건설업 안전보건제도의 세계적인 추세는 발주자 및 설계자를 건설공사 안전보건관리에 참여시켜 안전보건관리 범위를 계획과 설계단계까지 확대하며 사전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여 근본적인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것을 중요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도 발주자 주도의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건설공사 산재예방에 효과적이며, 발주자가 기관 특성에 맞게 효율적으로 책무를 수행할 다양한 방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여 발주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건설업은 제조업에 비해 관리 방식, 노사관계, 사업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 간에도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주자가 상대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건설업의 특성 상 건설사업의 모든 요소는 발주자에 의해서만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사현장에 실질적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하며 비용을 지불하는 발주자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근원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설공사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공정하게 분담시킨다는 기본 원리에 의해 발주자에게 안전보건관리 책무를 부여하는 관련 법령의 제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발주자 의무, 책임 개정안

정부는 발주자에게 권한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건설공사 산업재해 감소의 핵심 요소임을 인식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건설현장 안전 보건관리 참여주체에 발주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포함했다.

발주자는 건설사업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건설사업의 소유자 및 최종이익 귀속자이다. 발주자는 건설시장의 영향력 있는 리더이며, 자금 집행자이며 의사결정권자로 생산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게임의 법칙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존재로 수급자를 선정하고 수익을 취득하는 과정의 의사결정권자이지만 그동안 건설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시공자 중심의 안전보건관리는 불안전한 공사조건하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공사의 최상위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에 따라 공정하게 안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럼 발주자 주도의 종합적 건설사업 안전관리체계는 어떻게 개정됐을까?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에서는 건설업에서 발주자 등의 책임 강화 등을 위하여 '건설공사에 관한 특례'의 장을 신설하고, 건설공사의 계획ㆍ설계ㆍ시공 단계별로 발주자의 의무를 신설했다. <표 참조>

(사진출처=고용노동부)
(사진출처=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주자 주도로 미리 예방

이번 개정안을 통해 건설업 발주자의 책임과 의무는 커졌다.

발주자는 사업계획 단계, 설계 단계, 시공 단계 참여자들의 주체별 책임과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

발주자는 작업자 안전이 고려된 설계가 이루어지도록 사업계획 및 설계 단계부터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위험성 평가를 통해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설계에 반영하도록 확인·관리해야 한다. 또한 유해·위험요인의 감소 대책의 수립은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공자가 사업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발굴되어 평가된 유해·위험 요인을 반영하여 유해·위험방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하며 설계 단계에서 해결될 수 없거나 고려대상이 되지 않아 시공자가 직접 관리 하여야 할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관리 대책도 유해·위험방지계획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발주자는 유해·위험방지계획이 현장에서 이행 되고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발주자는 계획-설계-시공의 사업 과정에 걸쳐 안전보건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선제적 안전보건관리를 수행하여 시공 단계의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

발주자는 해당 건설공사의 특성과 규모에 맞게 안전보건관리를 제어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건설 분야 안전보건전문가를 활용하여야 한다. 활용 하는 전문가의 수와 자격, 능력 등은 해당 건설공사의 안전보건 목표와 연관하여 발주자가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의 한계와 향후 과제

산업재해의 근본원인을 미리 예방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발주자에게 산업안전 관리의 의무와 책임을 확대하고자 하는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의 근본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발주자가 건설 분야 안전보건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지 않거나, 안전 보건 전담조직을 갖추지 못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제시된 발주자의 안전보건조치를 수행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방법으로 발주자가 안전보건전문가를 고용하여 발주자의 책무를 지도·조언· 대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칫 산업안전보건법에 제시된 발주자의 의무가 안전보건전문가에게 전가될 수 있는 위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것은 또 하나의 편법을 낳을 수 있다.

또한 발주자에게 산업안전 관리의 의무와 책임 확대로 건설사업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공사기간이 지난해 질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과다한 공사 대장의 의무기록 등으로 형식적인 절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발주자의 인식의 전환과 책임 의식이 수반돼야 함은 기본이며 공사기간의 단축을 위한 편법이 근절돼야 할 것이다. 또한 발주자의 의무와 책임이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행정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