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가습기피해로 모자라 사찰까지...

애경직원, 피해자가족인냥 위장 6개월간 사찰 논란
오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 중요 쟁점될 듯

  • 기사입력 2019.08.22 23:54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애경산업홈페이지)
(사진출처=애경산업홈페이지)

애경산업(대표 이윤규, 채동석)이 가습기 피해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온라인 모임(네이버 밴드)인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밴드지기 이성진)은 피해자 가족으로 위장해 밴드에서 활동한 애경산업 직원 A씨에 대한 자료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21일 제출했다.

해당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가습기 피해 사태와 관련해 애경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을 고발한 이후부터 애경산업 직원 A씨가 익명으로 밴드에 가입해 고발인들의 글을 사찰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5월 모임이 실명제로 전환된 뒤에도 자신을 ‘자녀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속인 뒤 지속적으로 사찰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한 회원이 명함에 적힌 애경 직원 이름과 A씨의 이름이 같은 것을 눈치 채자 지난 6월 27일 탈퇴했다.

A씨는 고발인들이 검찰조사를 마친 뒤 정리한 조사 내용과 특조위의 진상조사 및 피해자 워크숍 회의록 등을 열람했다. 이 밖에도 환경부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이 업무와 간담회 등을 진행한 내용을 공유한 게시글 등 환경부의 활동 방향 또한 사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A씨가 탈퇴할 때까지 6개월간 170여 개 게시글을 읽은 뒤 회사 상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사찰의혹에 애경산업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현재로서는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특조위 관계자는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에서 조직적 사찰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열릴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해당 단체가 또 다른 사찰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오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에서 애경산업의 사찰이 중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특조위는 지난 16일 애경 측 관계자와 만나 식사 접대를 받는 등 부정 청탁한 혐의로 양순필 상임위원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양 상임위원은 애경 측 관계자와 만나 6차례 식사를 하는 등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경산업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SK에서 제조한 ‘파란하늘 맑은가습기’를 약 8만개 판매했으며,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SK케미칼에서 원료물질을 받은 ‘가습기메이트’를 약 160만개 판매했다.

해당단체에 따르면 현재 신고된 애경산업에 의한 피해자 수는 1475명이고 이들 중 약 300명 정도가 사망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애경은 특별구제계정에는 분담금을 냈지만 현재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은 하지 않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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