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포대학교 무책임한 태권도 대회 논란, 다친 아이…나몰라라

만 14세 출전 선수 경기 중 안면함몰 부상…응급처치 없이 15분 넘게 방치
대학 측, 병원 이송 후 보호자에게 전화 걸어 “상해보험”가입 유 무 확인
무늬뿐인 선수 보호 서약서, 어린 선수 모아놓고 다쳐도 책임 없다 서약

  • 기사입력 2019.08.27 15:25
  • 최종수정 2019.08.27 16:35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청와대청원게시판)
(사진=청와대청원게시판)

김포대학교가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태권도 대회에서 경기 중 안면함몰 부상을 입은 만 14세 출전 선수를 15분간 응급처치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대학 측에서 어린 선수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학교 측이 부담할 수 있는 상해보험비 지급 규모는 50만 원까지가 한도다”며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상해보험”가입 유 뮤를 확인해 이를 자비로 처리하게끔 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끊이질 않는다.

김포대학교가 주최한 총장기 전국 태권도대회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는 체육협회나 태권도협회의 정식 승인을 받지 않고도 개최할 수 있는 대회였다.

무책임한 김포대학교의 태권도 대회 개최는 “어린 태권도 출천 선수들의 꿈을 볼거리 삼아 장기자랑 들러리로 세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 측은 만 14세의 어린 선수가 태권도 대회에 출전해서 큰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동안 솜뭉치로 지혈한 게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최측은 안전장치는커녕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A군(14세)은 지난 5월 25일 김포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제2회 김포대학교 총장기 전국 태권도대회’에 출전했다가 안면 골절상을 당했다. 이 사고로 ‘관혈적 정복술 및 흡수성 판 고정술’이라는 대 수술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큰 대회에서 사고를 당한 A군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트라우마까지 입은 상태다.

본지 취재팀은 A군의 어머니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민간 주도 태권도 대회의 크고 작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안전수칙 무시한 김포 태권도 대회 논란

대회요강서류(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서약서인지 선수보호를 회피하려는 건지 알수 없는 서약서(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당시 대회 주최 조직위원회(책임자 양00교수, 이하 조직위)는 대회 시작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대회 모집 인원 채우기에만 급급해서 제대로된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몇몇 체육관에게는 대회요강마저 보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 및 같은 체육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회 출전 전에 대회요강을 보지 못했다. 체육관 관장의 말만 듣고 참가비만 납부한채대회에 참가했다.

조직위측도 이점을 시인했다. 행정의 과부하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며 대회요강 관련 서류를 일부 체육관에게 보내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 대회요강이다. 대회요강에는 대회 신청서, 경연종목, 대회개요, 접수 및 안내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안전수칙에 대한 조항은 전무했다. 눈에 띄는 것은 '선수보호 서약서'라는 서류인데 '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학생은 부상 및 상해 발생시 개인 또는 참가팀 대표가 져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 서약서에 사인을 해야 대회에 참석과 수상이 가능했다.

김포대학교로 부터 받은 상장(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김포대학교로 부터 받은 상장(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그런데 취재결과 A군은 이 서류에 사인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군은 대회에 출전했고 은상까지 받았다. 조직위에서 만든 대회요강을 조직위 스스로 어긴 셈이다.

또한 주목할 대목은 대회요강 중 '경기중 발생한 부상은 응급처치 외 대회 위원회에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부분이다.

A군의 어머니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어린 학생들이 출전하는 데다 부상이 난무하는 격투기 대회에 주최측이 학생들의 부상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조항은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A군이 대회 당시 다쳐서 얼굴에 피범벅이 됐을 때도 주최측은 응급처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0여명이 학생이 출전하는 대규모의 대회에 의료팀도 마련되지 않아 A군은 구급차가 올때까지 간이의자에 누워 휴지로 출혈을 막고 있었야 했다.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밝힌 것처럼 대회요강 어디에도 의료팀이 배치되어 있다던가 지정병원이 있다는 항목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학부모들은 "어린 학생들을 내세워서 행사를 만들고 다치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000명이 참가한 대회 안전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며 이구동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도 “태권도대회에선 각종 부상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수보호차원에서 의료팀 배치가 필수이고 지정병원도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수술비 200만원 넘게 나왔으나 보상은 50만원...조직위측 편법보상 제시

피해학생 진단서(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피해학생 진단서(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점입가경은 A군이 병원에 가서부터다. 사고 당일 지방에 있던 A군의 부모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A군이 실려간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A군의 부모가 병원에 올 때 까지 병원에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조직위는 학생의 안전보다는 책임소지와 보험문제때문에 A군의 치료를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조직위는 A군의 어머니에게 전화했을 때도 “보험에 가입했냐”고만 득달같이 물었다.

A군은 5시간에 걸친 대 수술을 받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휴우증을 걱정하며 병원에 다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위는 최대보상액은 50만원밖에 안된다고 통보해 A군의 어머니를 황당하게 했다.

이에 A군의 어머니가 항의하자 조직위는 "격투기 특성상 보험가입이 어려워서 겨우 보험에 가입했다"고 변명하며 보상액이 적으니까 편법으로 A군이 다니는 체육관에서 연습하다 다친 것으로 조작해 체육관의 가입보험으로 처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태권도협회에 따르면 "격투기 종목의 특성상 보험가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협회측에서 대형보험회사와 협의해 보험상품을 만들어 계약하고 있는 상태다. 스포츠안전재단에서도 태권도 관련 보험이 있다. 민간대회 개최시 대한태권도협회에 자문을 구하면 보험에 대해 소개는 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조직위의 발언은 허울좋은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수술 마치고 입원당시 피해자 학생 사진(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현재 A군의 어머니는 조직위의 성의없는 대처에 실망하여 A군의 치료비를 자체상해보험으로 처리한 상태이며 조직위는 김포대학교 상부에 사건 발생및 사후처리에 대해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

조직위는 A군의 수술과 입원 당시에도 병원에 찾아 오지 않았으며 여전히 보상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남자아이들이 여기 저기 다칠 수도 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해서 다쳤냐, 살살 하지” 이런 안일한 발언을 쏟아내 그동안의 안전문제를 경시하는 조직위의 관행을 짐작케 했다.

조직위는 현재 "사고 후 병원 후송 조치에 있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피해자 측에 입장에서 최대한 수용을 다 했다는 것과 보험금과 거불어 도의적 책임으로 약값으로 십시일반 걷은 50만원을 전달하려 했으나 후유증상에 대한 합의까지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들 안전 담보로 난립하는 태권도 대회 이대로 괜찮은가

(사진출처=김포대학교 홍보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김포대학교 홍보블로그 갈무리)

현재 김포대학교 측은 총장 이름을 걸고 주최한 대회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은폐하고 있는 실정이다. 버젓이 학교블로그에 해당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다고 홍보하고 있다. A군은 졸지에 투명인간이 되었다.

본지 취재팀은 이번 사고에 대한 김포대학교측의 입장을 받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학교는 조직위 책임자인 양00교수에게 답변을 떠넘겼다. 이에 대처하는 양00교수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양 교수는 본지 취재팀 통화내내 "피해부모와 합의가 잘 되고 있으니 기사는 나중에 써라" 라며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한 태권도협회에 따르면 민간대회는 협회의 승인없이도 개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우후죽순으로 민간 대회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많은 대회를 그 누구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회에서 크고 작은 분쟁과 부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참가 체육관의 보험으로 처리하거나 은폐되기 일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이처럼 학생들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대회의 난립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꿈을 위해 태권도 체육관에 보내고 있다. 체육관에선 입상에 필요한 각종 대회에 아이들을 출전시키기 바쁘다. 하지만 오늘도 안전은 배제된 채 각종 민간대회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아이들의 꿈을 담보로 안전을 무시하는 민간 태권도 대회의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수칙 강화에 나서야 할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학부모들 스스로도 참여하는 대회에 대한 주최측에 모집요강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대회 안전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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