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사람입니다, 제발 욕하지 말아주세요”

대전시 근무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중 71% ‘언어폭력 경험 있다’ 응답
상담원의 ‘먼저 전화끊을 수 있는 권리’, 산재 인정 불구 근본적 해결책 못 돼
“감정노동자 보호 위해선 사업주 역할이 중요해”

  • 기사입력 2019.09.04 17:22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유통, 금융, 안내,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각종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대전시노동권익센터는 4일 ‘대전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감정노동자 825명 중 71.0%에 달하는 586명이 ‘시민 또는 고객으로부터 언어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빈도와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4.8%가 ‘매우 자주 듣는다’라고 응답했다. ‘자주 듣는다’ 10.1%, ‘가끔 듣는다’ 56.1%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22.9%는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도 언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자의 19.7%(162명)은 시민 또는 고객에게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성적 폭력을 고백한 감정 노동자 비울도 17.3%(143명)이나 됐다.

감정노동자들이 각종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은 우리 사회 내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갑을관계’와 함께 사회 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속칭 ‘라면 상무’로 알려진 포스코 임원 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자의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해당 사건은 미국 출장 차 비행기를 탄 포스코 임원이 승무원에게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각종 무리한 요구를 해대다가 종국에는 승무원 폭행까지 이뤄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형성됨은 물론 감정노동자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2017년 위메프 등 일부 고객센터에서는 콜센터 상담원을 위해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도입하는 등 감정노동자 보호에 나섰다.

정부도 2016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콜센터 상담사, 항공기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업무상 사유로 우울증 등 정신적 질병을 얻었을 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가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근무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혜란 KIRI(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감정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와 사업주 역할’ 레포트를 통해 “사업주는 감정노동자를 지지하고 직무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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