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랑풍선, 뇌출혈로 쓰러진 여행가이드 2달 간 해외병원에 방치…산재은폐 논란

병원비 발생하자 “직원아니다”...재직증명서 발뺌해 사문서위조 논란
현지 병원 의사 진단서 “업무 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뇌출혈 발생 “
산재은폐 논란 커지자 뒤늦게 “산재보험 처리하겠다“…늑장 대응 논란

  • 기사입력 2019.09.18 17:51
  • 최종수정 2019.10.21 14:23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주)노랑풍선 홈페이지)
(사진출처=(주)노랑풍선 홈페이지)

스위스에서 여행객을 인솔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여행가이드에 대한 ㈜노랑풍선의 파렴치한 행태에 논란이 뜨겁다.

지난 7월 29일 노랑풍선 소속 여행가이드인 임지현씨(29세)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여행객을 인솔하다 쓰러졌다. 그날은 이태리+스위스 7박 9일 OZ투어의 6일차 되던 날이었다. 임 씨는 병원에 도착해 뇌출혈로 인한 개두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임씨는 살아났지만 임씨와 가족들은 병원에서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맞이해야만 했다. 바로 소속 회사 노랑풍선의 만행이 시작된 것이다.

◆ 우리가 고용했지만 우리 근로자는 아냐

임씨의 사고가 발생하자 노랑풍선 측은 스위스 병원에 관계자를 보내 임씨의 가족들에게 병원비는 회사에서 지급할 것이니 걱정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관계자는 “임지현 씨는 회사의 직원이고 가족이다. 병원비 외에 가족들의 체류비 등의 제비용을 모두 지원하겠다”고 전하며 병원비 보증금 납부에 관한 서류를 챙겨갔다.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회사를 믿었다.

하지만 8월 20일 병원비 지급일 바로 당일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회사로부터 받게 된다.

회사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임지현은 직원이 아니고 프리랜서이니 주식회사 노랑풍선에서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인 거액의 병원비를 납부 할 수 없으며, 보험사측은 원인이 불분명하니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통보였다.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4억에 달하는 병원비도 문제였지만 그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 온 임 씨가 직원이 아니라는 말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회사가 발급해준 명함(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회사가 발급해준 명함(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임 씨 가족들에 따르면 임 씨는 2017년 2월에 노랑풍선에 입사했고 지금까지 노랑풍선의 가이드 일을 했다. 임 씨는 입사할 때 일용직(특수직)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씨는 회사측에서 만들어준 명함을 가지고 다녔고 회사에서 실시하는 교육도 받았으며 회사 상부의 직접적인 지시도 받았다. 회사에서 정한 일정과 규칙에 맞춰 일을 수행했다.

회사업무지시 단톡방(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회사업무지시 단톡방(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회사 관계자들과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임 씨에게 회사관련 업무를 지시하는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이사의 날인까지 버젓이 찍여 있는 임 씨의 재직증명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대표이사의 날인까지 버젓이 찍여 있는 임 씨의 재직증명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임 씨에게 발급해준 재직 증명서이다.

재직증명서는 회사에서 근로자의 재직사실을 보증하는 공식적인 문서로 대표이사의 직인이 날인되어 있어야 하므로 임의로 작성할 수 없다.

그런데 노랑풍선은 이런 중요한 공문서를 발급하고도 임 씨를 직원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의 재직증명서에 대한 질의에 노랑풍선 측은 “해당 증명서는 쇼핑커미션을 받기 위한 문서로 절차적 필요상 발급한 것으로 근로자임을 증명하는 문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직원도 아닌 사람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했다면 사문서위조의 중죄에 해당하게 된다. 회사 스스로 허위로 문서를 작성한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가족들은 “일을 시켜놓고 이제와서 직원이 아니라는 회사의 행위는 여행가이드라는 고용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 산재신청하고 나서자 뒤늦게 부랴부랴 산재보험 처리 약속

가장 큰 문제는 노랑풍선측이 업무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했는데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임 씨는 평소 고혈압, 당뇨 등의 진단을 받은 적도 없고 약을 복용한 적도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회사 측에서는 임 씨의 해당 사고가 회사 업무로 인한 발병인지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의사의 소견서와 임씨의 업무 상황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임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소견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임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소견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당시 임 씨의 수술을 진행했던 USZ 신경외과 전문의 진단서에 따르면 임 씨의 병명은 전대뇌동맥의 해리성 동맥류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젊은 환자가 해리성 동맥류가 발생하는 것은 (만성 혹은 일시적) 고혈압에 의해 혈관의 벽에 가해진 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과로를 경험한 환자들에게서 유사한 조건이 흔하게 발견되고 추가적으로, 뇌혈관 관련 증상들은 장시간 근로와 매우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임 씨는 여행 가이드로 단체관광객의 인원 점검 및 식사, 호텔점검, 일정에 맞춰 이동하는 등 24시간 손님을 케어하고 안전관리를 해야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당시 노랑풍선이 기획한 7박 9일의 일정은 1박은 무박으로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장시간 비행 후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또한 7시간의 시차가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님을 케어해야 했으므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상당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투어에는 회장의 지인이 포함되어 있어 임 씨가 받은 스트레스는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해외출장 근무 중 받은 과중한 신체적 피로가 질병을 악화시켜 근로자가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한다는 법원의 판결 사례도 있다. 해당 재판부는 “망인과 같이 당뇨나 고혈압을 앓지 않은 건강한 여성에게서 뇌내출혈은 흔하지 않은 질병이다”며 “결국 망인은 연수 동안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과중한 신체적 피로를 느끼고, 반복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돼 평소보다 루푸스 증세가 빠른 속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판단했다.

현행 산재인정기준에서 과로사 및 기타뇌심혈관계질환자의  경우 의사의 소견만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랑풍선은 스위스 현지에서 여행가이드로 일한 임 씨가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진단서까지 제출했지만 산재보험처리를 거절했다.

​국내의 경우, 현행 산재인정기준 제시 때문에 과로사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인정 건 수가 지난 2008년 법 개정이후 전문가의 소견서 발급이 어려운 탓에 반토막 난 상황이지만, 임 씨는 해외 병원에서 이와 같은 진단서를 다행히도 발급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노랑풍선은 이같은 산재인정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임 씨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처리를 회사가 하게 되면, 이 자체가 업무 상 배임에 해당된다”는 어설픈 변명을 늘어 놓은 것이다.

또한 노랑풍선 측은, 임 씨가 해외에서 여행가이드를 하다가 쓰러진 사실을 관할고용지청에 알리지도 않았으며, 이를 보험사에 즉각 처리하지 않았다. 산재은폐 문제가 이는 이유다.

노랑풍선 측은 임 씨가 과로로 쓰러져 일어나질 못하는 2달의 시간 동안 시간을 끌다 여행가이드는 근로자가 아니라며 은폐하기 바빴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에 이같은 회사 측의 대응을 제보한 임 씨의 가족들은 “회사 측이 병원비를 지급한다는 미끼로 시간을 벌었고 어떻게 책임을 회피할지 현장을 살펴보고 방안모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청와대 청원게시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게시판)

하지만 본지가 노랑풍선 측에 임 씨가 쓰러진 직후 현재까지 시간을 끌며, 관할고용지청에 산재사고 발생 보고를 하지 않은 점과 산재처리를 즉각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물은 이후 태도를 바꿨다.

17일 본지와 통화한 노랑풍선 측 홍보실 관계자는 “오늘이나 내일 임 씨의 사고를 산재처리 신청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같은 날 임 씨의 가족들도  “고용공단에 산재를 신청했고 회사측으로부터 산재보험 처리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 씨의 가족들은 본지 기자에게 “임 씨와 같은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수직 근로자들의 실태가 이번 기회에 드러나 그 문제점들을 고쳐야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현재 임 씨와 가족들은 4억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해결 못하고 스위스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회사측의 늑장 대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임씨와 가족들은 한국으로 이송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회사가 이를 즉각 대응하지 않아 빠른 쾌유를 장담받지 못한 상태다.

금번 노랑풍선의 산재은폐 시도 논란은 과로사로 숨질 뻔한 임 씨의 목숨을 담보로 한 중차대한 문제인만큼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및 직원의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조작한 행위를 조사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노랑풍선 관할 고용지청 산재예방 근로감독관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후에 회사 측 산재처리를 지켜보며 도울일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직원의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여부에 대해서는 “사문서 위조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수사기관에서 어떤 목적으로 발급했는 지 여부를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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