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탁도계 조작있었다

기준치 높아지자 고의로 작동 멈춰
경찰, 조직적 은폐 수사집중

  • 기사입력 2019.09.24 22:51
  • 최종수정 2019.09.24 22:55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지난 5월 30일 발생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초기 담당 공무원의 탁도계 조작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촌정수장 소속이었던 A씨 등 2명을 공전자기록 위·변작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B씨 등 5명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5월 30일 A씨는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수계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정상인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측정하는 기계(탁도계)를 고의로 끈 혐의를 받고 있다. 

탁도계를 끄면 기계에 표시되는 탁도 수치 그래프가 일시적으로 정상으로 표시된다.

A씨의 조작으로 인해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탁도계의 정상수치를 믿고 안일한 대처를 해 사태를 더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지난 20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 18일 정부 원인 조사반의 중간 조사에서 “탁도계가 고장 나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월 13일 인천시의회 특별조사위원회 탁도계 관계자는 "국가 공인 검증기관에서 탁도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진술했다.  

공촌정수장에는 수돗물 생산 공정별로 총 35개의 탁도계가 설치돼 있다. 문제가 된 탁도계는 수돗물이 정수장에서 급수 구역으로 나가는 최종 관문에 위치한 탁도계였다.

경찰은 지난 7월 11일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정수장의 탁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현재 정상인 탁도계가 사태가 악화하는 시점에서 고장이 난 원인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공촌정수장 탁도계가 수돗물 탁도 수치가 0.12NTU 이상일 때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된 것을 확인하고 탁도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임의로 누군가가 작동을 멈췄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공촌정수장 탁도는 평균 0.07NTU이지만 지난달 수계전환 이후 30분 만에 최대 0.24NT로 3배 수준까지 늘어났고, 별도의 조치 없이 붉은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공급돼 사태가 악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상수도본부 직원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상수도사업본부 측의 조직적 은폐가 있었는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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