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제자산신탁, 제주도 용천수 위에 버젓이 호텔 세워...화재 위험 도사려

신탁사, ‘날림공사’하고도 돈만 받고 책임 회피
지하에서 샘솟는 바닷물…감전 위험 도사려 폐쇄
시행사는 신탁인데, 하자보수 문제는 위탁자에게?
제2의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 화재참사 예고 우려

  • 기사입력 2019.09.25 16:55
  • 최종수정 2019.09.25 19:1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실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하 콘크리트 바닥에선 물이 샘솟았다. 지하실 벽면은 거미줄처럼 여러 개의 금이 가 있고 그 사이에서 쉴새없이 물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 물의 정체는 바로 지하 아래에 흐르는 용천수인데 놀라운 것은 이 용천수 위에 세워진 건물이 호텔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용천수 위에 세워진 호텔은 다름아닌 서귀포시에 위치한 더베스트제주성산호텔 (舊 제주성산 라마다앙코르호텔)이다.

해당 호텔은 2016년 12월에 승인을 받고 현재까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새어나오는 용천수와 날림공사로 인해 정상적인 호텔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곳에 버젓이 호텔설립을 승인해준 관계당국도 문제지만 부적합한 땅에 분양형 호텔을 세워 분양을 하고 돈만 챙긴 토지소유자와 시행사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다. 또한 용천수 누수와 날림공사로 인해 감전 및 화재의 안전사고 문제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출처=청와대청원게시판)
(사진출처=청와대청원게시판)

현재 이 사건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행사 국제자산신탁, 엉터리 계약서 논란

청원인 A씨는 2014년 ‘연11% 확정수익률’, ‘매월 100만원씩 호텔에서 월급 받는다’는 광고를 보고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더베스트제주성산호텔(舊 라마다 앙코르 제주성산)의 객실을 1억 8000여만 원에 분양받았다. A씨는 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우로 노후를 위해 해당 호텔에 투자를 했다.

더베스트제주성산호텔(舊 제주성산 라마다 앙코르호텔)은 분양형 호텔(레지던스)로 아파트처럼 분양자(투자자)들이 객실별로 소유권을 갖고, 호텔 위탁운영사가 수익을 배분하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당시 토지 소유자였던 제이엔피홀딩스(대표 표종민)는 부동산 전문신탁회사인 국제자산신탁(대표 이창하)에 사업을 맡겨 호텔사업을 시행했으며 A 씨와 투자자들도 전문성과 재정적 규모를 갖춘 국제자산신탁을 시행사로 믿고 해당 호텔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국제자산신탁은 시행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서의 조항도 불공정했던 것이 드러났다.

A 씨는 “제이엔피홀딩스는 토지를 소유한 회사일 뿐 호텔분양사업 능력이 없는 회사다. 그러므로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에 사업시행을 맡겼다. 국제자산신탁은 그동안 호텔 준공일이 지연되고 하자가 발생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한 번도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고지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실제로 해당 호텔은 건설 당시 지하에서 용천수가 나와 해남(海男)을 동원해 수중작업까지 진행해야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신탁사가 관리한 것이 아니라 제이엔피홀딩스가 나서서 관리하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16년 3월로 계약된 사용예정일이 지켜지지 않았다. 공사 지연에 대해 지체상금 안내를 한 것도 제이엔피홀딩스였다. 2016년 12월 사용승인이 되어 분양자들에게 잔금납부를 안내 한 것도 제이엔피홀딩스였다. 제이엔피홀딩스는 준공일만 앞당기려고 날림공사를 신경도 쓰지 않았고 국제자산신탁 역시 마찬가지였다.

A 씨는 “우리는 국제자산신탁과 계약을 했고 그 회사에 분양대금을 납부했다. 그런데 분양사업을 완성하고 책임져야 할 국제자산신탁은 돈 받는 일만 했다. 그렇다면 이름만 빌려 준 꼴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A 씨와 분양자들은 해당 호텔이 2016년 3월 영업을 개시한 후 6개월 치 수익만 지급받고 2017년 11월부터는 수익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호텔의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공사의 책임을 분양자에게 전가시켰다. 이에 이들 청원인을 포함한 분양자 20여명은 2018년 국제자산신탁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제자산신탁과 계약한 계약서의 맹점을 확인하며 애초부터 이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계약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분양계약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호텔 사업을 하면서 해당 계약서에는 건축물(호텔)운영 및 시설물의 관리 조항이나 하자보수에 대한 조항을 살펴보면 ‘수분양자는 갑인 국제자산신탁에게 어떤 권리나 주장, 의무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해 본연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분양계약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분양계약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또한 신탁사업에 관한 조항에서도 국제자산신탁은 ‘수탁자로서 의무만을 부담한다’고 못을 박았다. 가장 문제가 된 조항은 계약의 해제에 대한 것이다. 계약서에는 ‘을(분양자)은 ’국제자산신탁‘의 귀책사유로 사용지정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잔금을 납부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용지정일에는 이미 잔금이 납부가 된 상태이기에 애초부터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계약서에는 교묘하게 잔금납부일을 '사용승인일의 익일부터 사용지정일 이전 일'까지로 명시되어 있다. 당시 분양자들은 이런 불공정 계약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당시 분양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부동산이나 호텔사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로 해당 계약서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줄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60, 70대 투자자들은 직원의 말만 믿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더군다나 계약서의 앞표지에는 ‘계약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계약하는 것임’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어 계약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분양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법원은 1심에서 이러한 불공정한 계약 상태를 확인하고 해당호텔분양사업이 불완전판매임을 인정해 분양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일간지 광고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일간지 광고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제이엔피홀딩스가 지급한 광고비용(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제이엔피홀딩스가 지급한 광고비용(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제이엔피홀딩스는 2014년 9월 25일부터 2015년 3월 5일까지 중앙일간지 등을 통해 분양광고를 하면서 ‘7천만원 투자시 매월 93만원’, ‘매월 100만원 월급처럼 따박따박’, ‘매월 100만원 매년 1200만원 호텔에서 월급 받는다’, ‘연11% 확정수익률’, ‘매월 100만원씩 호텔에서 월급 받는다’, ‘수익률 년 11%’ 등으로 허위 광고해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들이 중앙일간지에 사용한 광고금액만 1조가 넘는다.

계약서 앞표지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계약서 앞표지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이들은 글로벌 1위 호텔로 인지도가 높은 라마다 브랜드 로고를 사용해 투자자를 기망했다. A 씨도 “계약서에도 버젓이 라마다로고를 사용해 분양자들은 라마다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오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로얄티를 안낸건지, 2018년 슬며시 호텔 상호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허위광고의 문제들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국제자산신탁은 해당 사업의 신탁계약 기간종료로 면책적 포괄적 책임이 제이엔피홀딩스에 이전되므로 분양대금반환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법원은 2심에서 국제자산신탁의 손을 들어주어 분양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국제자산신탁은 본지 취재팀에게 “신탁계약종료와 함께 모든 돈은 제이엔피홀딩스에 지급했으며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전할 할 말이 없다”고 일체 함구했다.

A씨 및 분양자들은 “호텔은 집합건물이다. 전체가 분양이 되어야 호텔 본연의 모습을 갖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신탁계약 기간 내에 분양의 완성이 안 돼 사업 진행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신탁 본연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제자산신탁이 신탁계약기간 종료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라고 주장했다.

바닥에서 용천수 솟아, 여기 저기 날림공사 흔적들...제2의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 되나

지난 1월 14일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라마다앙코르호텔 지하 1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48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절연파괴’ 였다. 다시 말해 많은 작은 전선들이 몰려 있어 스파크가 일어나 불이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실한 건축자재 사용이나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경찰이 ‘문제없음’으로 판명했지만 화재발생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A 씨와 분양자들은 해당 호텔이 제2의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이 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호텔은 분양일에 맞춰 공사하기에 급급해 초기 터파기 공사가 부실시공 됐다. 이에 호텔 지하에 용천수가 유입되어 중대한 하자가 여기저기 발생하고 있다. 스카이 풀과 루프탑 바가 부실시공으로 인해 개장이 늦어진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이런 부실시공으로 인해 해당 호텔은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다. 보일러와 엘리베이터가 녹슬어 고장 나고 지하 벽에 금이 갔으며 베란다 및 철근 난간이 녹슬고, 벽지는 들떠 보수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호텔은 하자 감정평가액만 40억 원이 넘었고 원천적으로 복구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심각한 것은 지하 연회장이다. 현재 소방당국은 안전사고 위험을 문제삼아 연회장을 폐쇄했다.

 A 씨는 "호텔의 전체 객실은 271개인데 주차장 규모는 56대 밖에 주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단체손님을 받아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연회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단체손님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니 제대로 된 수익이 나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라고 전했다.

A 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손익이 19억에 달하고 있으며 준공지연 및 건축하자 시공사분쟁으로 인한 운영 피해금만 4억 5천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이엔피홀딩스는 시공사와 공사비 분쟁에 휘말려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위탁운영사가 운영을 부실하게 하고 있어 2017년 11월부터 약정수익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분양자 몇몇은 파산을 한 상태다.

청원인은 “하자문제로 다시 팔수도 없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호텔 운영을 위해 몇몇 분은 운영위탁사를 다시 선정해 운영을 하고 있지만 쳇바퀴 도는 하자 수리와 법적인 공방 등으로 이루말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분양형 호텔(레지던스)은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제4조가 개정되면서 탄생한 기형적 숙박업(취사가 가능한 생활숙박업)이다. 정부는 관광업의 활성화를 위해 분양형 호텔의 법률을 완화해 줬다.

하지만 분양형 호텔은 일반 호텔과는 다르다. 일반 호텔은 관광 진흥법의 관리를 받아 분양이 금지돼 있고 3년마다 등급관리를 받지만 분양형 호텔은 공중위생관리법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별다른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달리 말하면 투자자에게 아파트와는 달리 투자에 대해 별다른 법적인 안전장치가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시행사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 분양사업을 진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만 거둬들이고 분양이 완료되면 사업에 손을 떼는 것이다. 애초 계약 당시 시행사가 분양형 호텔에 대해 광고하면서 확정운영수익 보장기간도 사실은 1년 뿐이며 A씨의 사례처럼 호텔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호텔 운영수익이 적자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분양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이런 분양형 호텔 허위·과장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분양 관련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우선 분양형 호텔과 같은 생활형 숙박시설을 30실 이상 분양할 때 분양신고 대상이 되게 하여 허위·과장 광고 등을 차단하고 소비자가 재산권을 보호받게 할 계획이다. 또 건축물 분양사업자가 과장광고 등으로 인해 처벌받은 경우 소비자가 해약할 수 있는 근거가 분양계약서에 마련될 예정이다.

청원인은 “사기분양으로 현재 힘없고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법의 엄격함과 정의로움을 보여 주시어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민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고 호소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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