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쌉니다 천리마마트”아닌 공영홈쇼핑, 대량의 허위 매수 주문 사태 ‘일파만파’

지난해 초 대규모 허위주문 반복…4개월 지나서야 겨우 적발
청탁, 입점 제안, 방송 불법 편성 요청 및 독점 등 비위 ‘천태만상’
개국 이래 4년 연속 적자 불구 최근 신사옥 설립 계획 발표

  • 기사입력 2019.10.01 15:48
  • 기자명 임영빈 기자
2018년 12월 공영홈쇼핑 방송에 소개된 게르마늄 전자 팔찌 세트는 의학적 효능이 인정되지 않은 제품임에도 버젓이 방송에 편성됐다. 심지어 협력사 한 곳이 브랜드 이름을 바꿔가며 중복 방송을 함은 물론 방송 후 주문 물량을 대거 취소하는 등 허위주문을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자행했다. 공영홈쇼핑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진출처=공영홈쇼핑 방송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공영홈쇼핑 방송에 소개된 게르마늄 전자 팔찌 세트는 의학적 효능이 인정되지 않은 제품임에도 버젓이 방송에 편성됐다. 심지어 협력사 한 곳이 브랜드 이름을 바꿔가며 중복 방송을 함은 물론 방송 후 주문 물량을 대거 취소하는 등 허위주문을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자행했다. 공영홈쇼핑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진출처=공영홈쇼핑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해 TV 홈쇼핑 공영홈쇼핑(대표이사 최창희)에서는 같은 회사의 게르마늄 팔찌를 이름만 다르게 해 판매되는 초유의 방송 사고를 냈다. 그런데 정작 공영홈쇼핑 측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내부 감사를 통해 뒤늦게 적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속여 판매된 공영홈쇼핑 측 판매 상품만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정 협력사의 제품이 노출되게끔 이름만 다르게 해 바꿔 판매되는 등 유리하게 방송을 편성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공영홈쇼핑은 비위 협력사로부터 청탁도 받았다. 대놓고 비위 전력이 있는 협력사의 제품을 팔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공공기관이지만,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방만한 경영행태로 이에 따른 지적이 난무하다. 회계 비리 고발도 즉시 이뤄줘야 한다고 업계 내 안팎에서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공영홈쇼핑은 ‘완전자본잠식’상태로 문 닫기 직전에 상황에까지 도달해 있다. 이를 회복하려면 국가 예산이 편성돼야 하고, 그만큼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공영홈쇼핑은 생방송 중단사고, 낙하산 인사 논란, 사내 성추행 등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아 공영홈쇼핑을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은 최근 신사옥 설립 추진 사실을 밝히는 등 소비자 신뢰 회복보다는 외형 확대에 더욱 골몰하고 있어 스스로가 더 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마그네슘 팔찌 세트 판매 대박…알고 보니 협력사 직원 소행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공영홈쇼핑 방송에서 소개된 A사의 마그네슘 팔찌세트와 B사의 마그네슘 팔찌세트. 이 제품들은 ‘착용만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팔찌’라는 입소문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홈쇼핑 방송만 탔다 하면 완판이 보장되는 히트 상품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정작 방송이 끝나면 주문이 대거 취소되는 사태가 장장 4개월 동안 반복됐다.

그해 5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이하 알리오)에 올라온 공영홈쇼핑 내부 감사에서 그 전말이 공개됐다. A사의 팔찌세트, B사의 팔찌세트 뿐만 아니라 C사의 그릴, D사의 악어백, E사의 팬츠 제품이 동일인으로부터 반복적으로 허위주문이 이뤄진 것이다.

5~6월까지 이뤄진 공영홈쇼핑 내부 감사 결과, 동일한 협력업체가 복수의 사업자로 활동했으며 방송 이력이 있는 제품이 재차 방송에 편성되는 등 불건전한 영업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진출처=ALIO)
5~6월까지 이뤄진 공영홈쇼핑 내부 감사 결과, 동일한 협력업체가 복수의 사업자로 활동했으며 방송 이력이 있는 제품이 재차 방송에 편성되는 등 불건전한 영업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진출처=ALIO)

이 중 A와 B사의 팔찌제품은 4개월 동안 적게는 17건에서 많게는 83건까지 허위 주문이 이뤄졌다. 주문자는 조 모 씨, 남 모 씨, 김 모 씨 3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영홈쇼핑은 이 4개월 동안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조사도 제재도 진행하지 않았다.

한 달 뒤 진행된 특정 감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A사와 B사는 전산상 서로 다른 협력사 코드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같은 회사였던 것이다. 즉, 한 회사가 동일한 팔찌를 브랜드명만 바꿔 판매하는 얕은 꼼수를 자행한 것이다. 그리고 공영홈쇼핑은 이를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홈쇼핑에서 허위주문을 통해 인기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은 엄연한 불공정 거래 행위다.

게다가 논란의 중심인 게르마늄 팔찌세트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게르마늄 자체의 효능·효과를 식약처에서 인정한 적은 없다”며 “홈쇼핑 등에서 ‘게르마늄 팔찌가 건강에 좋다’라고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어르신 등에 좋다고 판매하면 이 또한 위법하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공영홈쇼핑은 그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동시에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지난 달 30일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으며 규정에 따라 해당 제품 편성을 중단했다”면서 “이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등 예방제도를 도입했으며 현재까지 이와 유사한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들은 공영홈쇼핑의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번 대량의 허위주문 사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방만 운영’이 최악의 형태로 빚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보다 못한 방만 운영…이 와중에 신사옥 운운

2015년 개국 이래로 공영홈쇼핑의 방만 운영 문제는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다. 특히 대량 허위주문 사태 역시 무분별한 청탁, 입점 제안, 방송 편성 요청 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기에 전산 상에서 협력사, 운영사, 제조사 등에 대한 뚜렷한 정의 구분조차 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운영 행태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이는 공영홈쇼핑의 태생적 노출과도 일정부분 관련이 있다. 6월 감사에서는 ‘중소기업유통센터, 농협, 수협 등 주주사에게 신규 상품 운영과 편성 등에서 불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경우가 종종 잇으며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라는 지적이 대두된 것도 이에 기인한다.

결국 이는 △동일 벤더사가 복수 사업자로 활동 △전상상 협력사 코드를 고의적으로 비노출 △기존 운영 상품 및 협력사의 중복 입점 △방송 이력이 있는 협력사가 중복 방송 △온라인상 팀품평회 불투명 운영으로 중복 입점 제안 다수 발생 등 ‘불법 종합 세트’를 이뤄 공영홈쇼핑 내부를 좀먹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설상가상 공영홈쇼핑은 2018년 7월 최창희 대표 부임 이후에도 적자 누적 지속, 사내 성추행 은폐 시도, 모바일 등 신(新) 수익창출 기반 미흡 등 내홍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신사옥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외형 확장에 골몰하는 행태를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발표하는 것이 시급한 이 시점에 나오는 이야기가 신사옥인 만큼 공영홈쇼핑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져만 가고 있다.

지난 30일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신사옥 건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며 현재 관련 내용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해명하면서 “지적받고 있는 방만 경영 문제 역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체질 개선을 위해 공영홈쇼핑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에 대해서는 “최근 임원진 및 실장급 직원들이 월급의 10%를 회사에 납부하는 등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라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즉, 공영홈쇼핑이 소비자들에게 위기를 헤쳐 나갈 대책 마련 등 역량 부족을 방증한 셈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작금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왕도(王道)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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