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행장 허인, 이하 KB)이 국민임대 아파트 사업 민간 시행사의 국민임대 아파트 설립 기금 지원을 허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에 위치한 아트피아 국민임대아파트는 민간에서 시행을 맡아 KB로부터 주택도시기금 대출 지원을 받았지만, 6개월 이상 이자를 내지 않아 현재 부도 통보 받은 상태다.
하루아침에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몰리며, 입주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낸 보증금마저 시행사가 먹고 튄 상태이기 때문에 아파트가 이대로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KB는 무책임하게도 경매를 집행할 계획에 있다.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위기에 대해서 KB 측은 책임이 전혀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아파트는 정부가 지정한 사업자가 국민주택기금으로 낮은 이자율에 대출 지원을 받고 지은 국민임대 아파트인 만큼 KB가 대출 실행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보증서도 없이 자본금 5억 원 미만의 영세사업자에게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실행한 점이 확인된 것이다. 담보가 허술한 영세사업자에게 대출을 지원하려면 기본 요건이 따라야 하고, 그 중에서도 담보의 확실성과 보증이 잇따라야 하지만 KB는 이 모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확인돼 ‘무담보 불법대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된 시행사는 6개월 연속 주택도시기금 대출 이자를 미납해 지난 9월에 KB로부터 부도 통보 받았다. 최종 부도 판정만 남아 있다.
아파트는 시행사 부도 통보로 법원에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 해당 아파트 근저당권 설정자 1순위가 KB이기 때문이다.
만일 아무 대책도 없이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입주자들은 보증금은 고사하고, 낸 전세보증금마저 한 푼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된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확대되자, 입주자들은 LH 측에 해당 아파트가 인수의사를 제안하고 나선 상황이지만, LH는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 ‘서민 위한’ 국민임대아파트, 정작 입주민들은 ‘강제퇴거’ 공포
국민임대 아파트는 민간 임대아파트와 다르게 공공임대 아파트와 같은 요건을 갖추고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 설립되는 아파트를 일컫는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 목적은 무주택 주민들의 주거 안정화에 있다.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저리(低利)에 지원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정하고 요건을 갖춘 사업자여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임대 아파트는 우선순위가 무주택자에게 있고, 주로 8~20평형의 소형 주택 위주가 공급되며 거주기간은 보통 30년 이상이다.
시행사의 부도로 경매 위기에 놓인 강릉시 초당동 아트피아 아파트는 지난 2005년 세워졌다. 현재 267세대(18평 244세대, 14평 23세대)가 거주 중이며 입주자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이들 모두 전세로 입주했지만, 보증금은 시행사에서 멋대로 쓰고, 아파트까지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
지난 9월 해당 국민임대아파트 시행사인 아트피아주택건설(주)(대표자 이숙영, 이하 아트피아)는 KB에 주택도시기금 이자를 6개월 연속 미납해 부도 처리됐음을 통보받았다.
주민들의 아파트 관리비 납부 통장도 이미 가압류됐다. 지난 9월부터 아파트 공과금이 연체되고 있으며 3개월 연체될 경우, 다수 세대의 전기 및 가스 공급이 차단된다.
본지에 아파트의 어려움을 제보한 입주민 A씨는 “주민 대부분이 사회초년생, 어르신들이다 보니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잘 모른다”면서 “모두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국민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안전을 침해받은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시와 태백시에서도 입주민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대사업자와 법정 소송을 이어간 전례가 있다.
이 지역에 자리한 청솔임대아파트 입주민들 역시 강릉과 마찬가지로 임대사업자가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임대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입주민들이 시행업체를 상대로 임대 보증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설령 주민들이 승소하더라도 이들 모두가 온전히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행사가 임대 보증금 전액 지급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혹은 입주민들의 돈을 뒤로 빼돌리고 ‘먹튀’해 버렸다면 주민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해당 사태와 관련해 KB 관계자는 지난 16일 “강릉 아트피아 국민임대아파트 건은 당행이 LH로부터 수탁을 받아 아트피아 측에 국민주택기금을 대출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관계자는 “다시 말해, 정부가 지정한 사업자가 국민임대아파트를 세우게끔 국민주택기금을 전달받아 지원해주고 사후 관리를 하는 것이 KB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도시기금대출 관리는 LH의 몫”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은행 등 1금융권에서는 임대 보증금 자체를 담보로 잡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KB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전세계약서 원본을 담보로 잡는 경우는 서울보증보험에서 하는 대출 외에는 없다”며 “이번 사태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LH”라고 첨언했다.
◆ 주택도시기금 “아트피아 아파트 보증서 조회되지 않는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임대아파트를 사업을 맡은 민간사업자가 지원을 받으려면, 담보가 있거나 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강릉 초당 아트피아 아파트는 5억 원 미만의 영세사업자로 담보가 뚜렷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십억 원에 대출을 지원받아 국민임대아파트를 지었다.
이에 본지가 주택도시금을 통해 해당 아파트 시행사의 기금 대출 보증서 조회를 부탁한 결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관 주무부서 담당자는 “강릉 아트피아 아파트는 기금 대출 보증서가 조회돼지 않는다”며 “보증서 없이 대출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대출 업무를 맡은 은행에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관계자는 보증서 없이 아트피아 아파트 시행사에게 대출을 실행해 준 배경에 대해서 “제 3자의 정보는 말할 수 없다”며 “자세한 사항은 LH에게 물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KB는 기금 대출 수탁사업자지, 서류 접수나 심사에 관한 부분은 LH나 강릉시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일반적으로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보증서가 필수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담보가 확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서와 담보요건을 갖췄다라고 해도, 국민임대아파트는 공공임대아파트와 같은 조건을 갖춰야만 사업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담보와 보증이 부실한 은행의 대출 업무와 관련해서 법무법인 시선 최석봉 변호사는 “담보가 부실하고, 보증서가 없이 대출이 실행됐다라고하면,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수도 있다”면서 “가령 대출 심사를 한 은행과 시행업체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선 결과, 불법 대출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가 야기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입주자가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