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산업재해 획기적으로 줄인다. 업무상 재해 인정요건 개정이 시급하다 ⑰

법조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해야
의학적 인과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가 입증해야

  • 기사입력 2019.10.22 23:19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2017년 6월 전기설계회사에 입사한 A씨는 같은 해 10월 31일 회사 숙소에서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뇌경색이 업무 수행에서 기인한 뇌혈관 질병이라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알려지지 않은 기초 질병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해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0일에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4조 제3항 관련 별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 따르면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업무상 부담이 증가해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하지만 A씨와 같이 업무 중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업무 중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으려면 근로자 측이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의 원인이나 양상은 의사 등 전문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근로자의 입장과 반대되는 법이라 여겨지기 일쑤다. 이렇게 법의 입법취지와 판례에 반하는 시행령은 회사와 법적분쟁으로 근로자의 현실적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법조계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법조계에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산업재해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입증책임 등을 근로자에서 사용자로 점차 전환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제정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이지만, 시행령 등이 업무상 재해 인정요건을 대폭 축소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한국타이어 제조공장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 중 소수 만이 산재 승인을 받은 것도 이런 법의 엄격한 인정 요건과 관련이 있다"며 "의학적 입증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인관관계를 요구하는 시행령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 과연 공평과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심도 있게 논의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질병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의학계, 법조계의 투명하고 공정한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일부 사용자는 근로자의 산재 증명을 방해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시도해 근로자를 더욱 곤경에 빠뜨린다.

이에 관계당국은  사용자의 증명 방해 행위가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거나, 산업구조와 작업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과학적·체계적 조사를 통해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정기적으로 보완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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