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24시] 안녕들하십니까?…직접적 피해 웃도는 후유증 남긴 후쿠시마 원전사고

공식 사망자는 1명…그러나 사고 수습과정서 사망자 다수 발생
IOC총회에서 “방사능 관리 완전 통제 중”이라했던 아베
정작 자국 언론조차도 “무책임한 발언” 맹비난
사고 피해 덮고도 남을 경제적 성장 보여준 日…단, 후쿠시마는 ‘해당 없음’

  • 기사입력 2019.10.24 18:08
  • 최종수정 2019.10.24 18:09
  • 기자명 임영빈 기자

2012년 7월 일분 국회 사고조사위원회는 전년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이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자연재해가 아니라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밝혔다. 그리고 조사위가 제시한 근거는 하나같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애초부터 침수 위험 지대에 전력설비를 지하에 지은 것부터가 중대한 결함이었다. 또 방호벽보다 훨씬 높은 쓰나미가 덮쳐 비상발전 시스템이 침수돼 고장난 것은 ‘천재지변’으로 판단할 수 있다하더라도 발전소의 운영주체인 도쿄전력이 바닷물 투입을 망설인 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바닷물을 끌어왔으면 그나마 원자로를 식혔을 수는 있었겠지만 바닷물에 녹아있는 소금 성분이 원자로가 용도폐기 되는 것을 도쿄전력은 아까워했다는 것이다. 이후 야기된 천문학적 피해 규모를 생각해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인 셈이었다.

더욱이 도쿄전력은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총리에게 제대로 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014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출처=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 공식 홈페이지)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014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출처=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 공식 홈페이지)

간 나오토 전 총리의 증언에 따르면 국무총리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는 총 세가지가 있다.

바로 △현장 자체의 판단이 틀린 경우 △현장에서는 정확히 알고 있는 정보가 본사를 통해 총리에게 오면서 손실되거나 잘못 전달된 경우 △업체 측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아예 숨겨버려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경우의 세 가지가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 세 가지 패턴이 모두 나타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야기한 다양한 형태의 피해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1명’…그러나 그 이면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피폭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된 인원은 단 1명이다. 사고 발생 2년 뒤인 2013년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보고서에서는 “방사선으로 인해 사망한 인원이 없다”라고 명시했으며 1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시점도 2018년이었다.

사망한 이는 50대 남성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현장에 투입돼 방사선 측정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 남성 사고 발생 5년 뒤인 2016년 2월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사망자 수는 마찬가지로 7등급 원전사고였던 체르노빌의 그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사고 관련 근로자 중 사망한 인원만 28명이었으며 이후 UNSCEAR 및 세계보건기구(WHO)가 사고 후 18년 동안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18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 결과 총 43명의 공식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원전사고 이후 피폐해진 체르노빌 지역(왼쪽)과 후쿠시마 지역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원전사고 이후 피폐해진 체르노빌 지역(왼쪽)과 후쿠시마 지역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사고로 인한 직접 피폭 사망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는 있다. 대신 후쿠시마의 경우, 토양이 방사능에 오염됐고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한 식품 섭취로 인한 내부 피폭 및 암 발생자 가능성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 비록 피폭이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한 이의 수가 적더라도 대지진 및 원전사고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및 과로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발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총량에 대해 각국의 석학들은 대체적으로 체르노빌 사고의 10~1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도 80% 이상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문제가 되는 플루토늄의 경우 학계의 시선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유출된 총량을 1g 이하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핵실험, 각종 사고, 원폭 투하 등으로 전세계에 유출된 플루토눔 양을 톤 단위로 추산하기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방출된 플루토늄이 지구에 쌓인 인공 방사능 총량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및 이들에게 동조하는 일부 세력이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아베 신조(あべしんぞう,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013년 IOC 총회에서 진행된 2020년 올림픽 개최지 최종 투표 직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의 연설과 질의응답에서 “(오염수)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The situation in under control)”, “후쿠시마 근처 바다의 모니터링 수치는 최대치가 WHO 음료수 수질 기준치의 500분의 1”, “건강에 대한 문제는 없다. 지금까지도, 현재도 앞으로도 없다”라고 자신 있게 발언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는 오히려 더 큰 의문과 불안함을 표했다. 심지어 자국 언론에서조차도 아베 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13년 9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방사능은) 완벽히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일본 국무총리실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13년 9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방사능은) 완벽히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일본 국무총리실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아베 총리를 가리켜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해도 되는 것이냐”며 “폐로까지 앞으로 수십여년 이상 걸릴 텐데 아베 총리의 발언은 위화감을 느낀다”라고 보도했다.

교도(共同)통신 역시 교토대 원자로 실험소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교수의 “무엇을 근거로 (방사능이) 통제되고 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기가 막힌다”라는 발언을 소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사고 발생 당시 원전 인근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을지 몰라도 그 뒤에 나타난 부실한 관리 상태는 일본 정부의 대처가 과연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은 지난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 유실된 사고와 관련해 “환경에 영향이 없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일본 TBS 갈무리)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은 지난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 유실된 사고와 관련해 “환경에 영향이 없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일본 TBS 갈무리)

특히 이달 중순 일본을 덮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후쿠시마 방사능 제염 폐기물이 대량 유실되는 사태는 이를 방증한다.

후쿠시마 오염토와 나무 등을 담은 검은 비닐봉지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무방비하게 쌓여있었으며 태풍으로 인해 유실된 양이 정확히 얼마인지 일본 정부는 태풍 발생 후 지금껏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회수한 폐기물도 고작 10개에 불과할 뿐더러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환경상은 “태풍에 유실된 원전 폐기물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일본의 방사능 대처에 대한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덜했던 경제 피해…단, 후쿠시마는 예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경제에 심각한 치명타를 입혔으며 사고 발생 후 8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일본 정부가 2차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을 폐쇄하고 주변 지역을 청소하는 데만 해도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령 정화를 포기한다고 해도 원전 봉인과 후쿠시마 인근 지역 봉쇄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는 없다.

2018년 12월 말 기준, 일본의 총 부채 규모는 약 1100조 엔(1경 2000조 원)으로 조사됐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약 250%로 세계 1위다.

원전 방사능 오염과 사후처리만큼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전력부족이다. 사실상 21세기에 전기 없이 돌아가는 산업이 없고, 그 전기가 부족하면 모든 산업 현장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사고 후 한동안 일본의 전력난이 가중됐다. 원자력 발전소는 대개 가동 정지에 들어간 뒤 재가동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시 원자력 발전소 2곳이 가동을 멈췄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는 6기 중 4기가 폐기가 확정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당시 일본 전역의 전력 상황이 불안해졌으며 그 결과 일본 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대도시마다 3시간씩 돌아가면서 계획 정전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이웃국가들에게 긴급 지원을 받아 화력 발전소를 풀가동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역시 후쿠시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사고 수습과정에서 모아둔 방사능 오염 폐기물을 무방비하게 방치해두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출처=일본 마이니치 신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역시 후쿠시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사고 수습과정에서 모아둔 방사능 오염 폐기물을 무방비하게 방치해두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출처=일본 마이니치 신문)

그러나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원전 사고로 인한 일본 전체 경제에 큰 타격은 없었다. 사고 발생 후 2년 뒤인 2013년 일본 경제사업연구소(CEBR)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최대 경제국 순위 상위 5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순으로 2011년과 동일했다.

또 아베 내각이 적극적으로 친(親)서방을 표방하며 외교에 나선 결과 G7의 동의를 얻어 양적완화를 시행해 일본의 경기는 오히려 동일본 대지진 이전보다 여러 지표에서 진전되기까지 했다. 즉,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긴 했으나 수출 향상 및 내수경기 활성화 성공에 힘입어 이를 상회하는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단, 원전사고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쓴 후쿠시마 지역은 일본 전체와는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 종사자들은 파산 일보 직전에 내몰렸으며 제염작업 역시 ‘보여주기식’에 그쳤다.

심지어 올해 기준 후쿠시마로 귀향한 주민은 원전사고 발생 전과 비교했을 때, 고작 1000여 명(6%)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마저도 대부분이 아베 정권이 피난 지시를 해제하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금을 끊어 어쩔 수 없이 돌아온 사례가 대부분이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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