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개도국 지위 공식 포기 결정…성난 農心, 외교부 앞 항의 집회

홍남기 부총리 “당장 미치는 영향 없어…농민 피해 논의 계속할 것”
뿔난 농민들, 항의 집회서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식량주권 포기 의미”

  • 기사입력 2019.10.25 14:32
  • 최종수정 2019.10.25 14:33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사진출처=기획재정부)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사진출처=기획재정부)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요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골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우리 농업의 민간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고 보유·행사한다는 전제 아래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뒤이어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돼 있는 협상이 재개돼 타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번 결정이 농업분야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도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WTO 가입 시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가소득 저하 △농업기반시설 낙후 등을 이유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선택했다. 당시에는 회원국의 선언만으로 개도국 지위를 선택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WTO 개도국은 수입품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국내 생산품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회원국이 합의한 관세 인하 폭과 시기 조정 등의 규제 적용도 다소 느슨한 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줄곧 인정받아 왔으며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의 부분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려왔다.

이듬해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우리나라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농업과 기후변화만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최근 들어 WTO 내에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들도 우리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경제규모,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 다수 국가가 향후 개토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고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라고 첨언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외교부 청사 앞에 몰려와 항의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관련단체가 지난 18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WTO개도국 지위 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가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전국농민회총연맹 공식 SNS)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관련단체가 지난 18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WTO개도국 지위 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가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전국농민회총연맹 공식 SNS)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가 참가한 ‘WTO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오늘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외교부 앞에서 모여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계속되는 수입개방 정책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은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이 최저치를 찍는 등 한국 농업은 무너져버린지 오래”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 농업을 미국의 손아귀에 갖다 바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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