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24시] 안녕들하십니까?…방사능 공포 더 자극한 ‘먹어서 응원하자!’

피폐해진 도호쿠 지방 부흥 위해 아베 내각이 주도하는 캠페인
지역 경제 기반 농수산물 소비 촉진 중점
정작 자국민도 꺼려하는 후쿠시마산 식자재

  • 기사입력 2019.11.03 20:54
  • 최종수정 2019.11.13 17:50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일본 농림수산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경제가 피폐해진 토호쿠 지방의 경제 부흥을 위해 이 지역 식재로 소비 촉진 캠페인 ‘먹어서 응원하자!’를 시작했다. (사진출처=일본 농림수산부)
일본 농림수산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경제가 피폐해진 토호쿠 지방의 경제 부흥을 위해 이 지역 식재로 소비 촉진 캠페인 ‘먹어서 응원하자!’를 시작했다. (사진출처=일본 농림수산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역대급 자연재해로 인해 빚어진 대규모 원자력 사고인 점도 있지만, 사고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다수 관측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일본 특유의 관료주의의 병폐가 최악의 형태로 맞물리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모든 일본 국민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설상가상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피해 및 그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연재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는 일본 정부의 행태들을 다양하게 조망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알아볼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캠페인인 ‘먹어서 응원하자!’이다.

日 “피폐해진 지방 경제를 살리자”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2011년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피폐해진 도호쿠 지방(東北地方)의 부흥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이 지역의 경제기반인 농수산물 소비 축진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가 최초 공개한 캠페인 광고영상. 해당 영상에서는 “지진 피해를 입은 동일본을 위해 먹어서 응원하자”라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출처=일본 농림수산부 캠페인 영상 갈무리)

특히 도호쿠 지방에서 생산되는 쌀은 북부의 홋카이도와 함께 일본의 빈약한 식량 자급률을 그나마 끌어올려주던 주요 농업지대였다. 아키타 현의 쌀을 비롯해 각종 채소와 과일, 버섯 등 수많은 특산품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맞으면서 해당 지역 경제는 붕괴 일보 직전에 다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이 캠페인을 통해 농수산물 생산 기반을 포함한 재해복구와 함께 농수산물 판매 활로를 확보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재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도호쿠 지역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일본 정부는 국민이 염려하는 지역의 생산물에 대해서는 전량 검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농수산물 적극 홍보…“그래도 나는 먹고 싶지 않다”는 일본인들

2011년 일본 농림수산부가 후쿠시마산 식자재 소비를 권장하는 ‘후쿠시마는 건강합니다’라는 광고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을 줄곧 강조하는 홍보활동을 이어갔다.

이 캠페인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직접 참여했으며 직접 시식도 수차례 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0월 임시 중의원회 질의에서 “매일 관저에서 후쿠시마산 쌀을 먹고 있고 맛도 보장할 수 있다”며 “안전하고 맛있는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풍문에 현혹되지 말고 소비자 여러분이 직접 먹어보길 바란다”라고 발언했다.

아울러 후쿠시마 수도국도 수돗물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후쿠시마의 수돗물을 페트병에 병입한 상품인 ‘후쿠시마의 물’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같은 행태를 해외에서는 의구심 가득한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안전성이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방사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본 국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쉽사리 표현하지 못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꾸준히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섭취하고 있으며 안전도 보장된 상태라고 홍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나 정작 이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사진출처=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공식 SNS 갈무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꾸준히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섭취하고 있으며 안전도 보장된 상태라고 홍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나 정작 이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사진출처=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공식 SNS 갈무리)

무엇보다도 ‘재해 복구로 어려움에 처한 도호쿠 지방 경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해 특산물 코너가 생기거나 제품을 상점에 비치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은 바뀌었다. ‘사고 지역 주민들은 응원하지만 나는 농산물을 먹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꾸준히 확대됐다.

자국민들의 소비가 좀처럼 증대되지 않자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자재의 해외수출로 눈을 돌렸다. 소위 ‘(외국인들에게) 먹여서 응원하자’라는 캠페인이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일본 국민들의 소비가 좀처럼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은 일본 국민들이 안전성 검사를 좀처럼 신뢰하지 않은 결과였다.

일본 정부는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벌이면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농산물들로만 제품을 만든다”라고 홍보했지만 2014년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은 농산물들이 출하되거나 판매가 제한된 식재료가 판매되는 사건 등이 연달아 일어나며 일본 국민들의 후쿠시마산 식자재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는 근본적으로 일본 정부가 도호쿠 지방 이외 지역의 안전을 담보로 도호쿠 지방을 지원하자는 태도를 취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정부가 내놓은 “도호쿠 지방 농민들이 힘드니 이 지역 농수산물을 섭취해 그들을 돕자”라는 해결책이 성립된 것도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탁상행정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대책

일본 정부가 ‘도호쿠 지방 농산물 소비 감소는 이미지 재고만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으며, 실체적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면서 실체적 위험 여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당시 시점에서는 이를 확인할수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이미 출범 전부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캠페인이었던 것이다.

후쿠시마 지역의 폐기물 관리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의 제염 과정에서 발생한 잔토 등 폐기물을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전부였다. 방사능 폐기물 봉투가 수천개씩 쌓여있는데 바로 그 옆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방사능 피폭의 공포만 더욱 커졌다.

사진 속 검은 봉지는 후쿠시마 토양의 제염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토 등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오염토 봉지 바로 옆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해당 사실이 빠르게 확산되며 논란이 일자 일본 정부는 그제서야 오염토 봉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사진출처=일본 마이니치 신문)
사진 속 검은 봉지는 후쿠시마 토양의 제염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토 등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오염토 봉지 바로 옆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해당 사실이 빠르게 확산되며 논란이 일자 일본 정부는 그제서야 오염토 봉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사진출처=일본 마이니치 신문)

애시당초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농산물이 입는 피해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간단한 검사를 하거나 눈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기만 해도 섭취가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이 판가름할 수 있다.

그러나 방사능 재해의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표면에 흡착된 방사성 물질은 세척해서 제거할 수 있다고는 해도 대사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을 내부에 흡수했다면 제거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즉각적인 기형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외관상 오염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다.

즉, 일본 정부는 성질이 다른 이 두 가지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다. 설상가상 일본 정부가 직접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조사를 통해 확실히 했다”라고 논란이 가라앉을 수 있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논란이 일 때마다 해명 및 의견 수렴에 대해서는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재해지에서 생산한 식료품을 전국에서 소비해주는 것은 지역 복구와 부흥에 힘이 되므로 의료시설, 간호, 복지시설 등에서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재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 사용을 촉진해 주길 적극 부탁한다”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마케팅은 열성적으로 진행하는 반면 후쿠시마 지역의 오염 정도를 국민들에게 해석하려는 노력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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