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고나라 카페 운영자 협박한 인터넷 피싱사기범 “가족정보 유포하겠다”…피해액만 수백억원

중고거래 사이트 운영자에게 “피해글 내리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포하겠다”협박
‘재택근무 알바’라며 타인 신분증 및 계좌 확보 후 조직적 사기 행위
송금 절차 복잡화 및 공문서 위조로 경찰 추적 교묘히 피해나가…
중국집에 무작위 배달주문 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보복까지 하고나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낳은 온라인거래 피싱사기, 직접거래 아니면 믿기 힘들어

  • 기사입력 2019.11.06 11:58
  • 최종수정 2019.11.06 15:47
  • 기자명 임영빈 기자
A씨 등이 2차, 3차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네이버 중고나라 커뮤니티에 사기 예방 정보 게시물을 올리자 사기꾼 일당은 중고나라 운영진들에게도 협박 및 전화테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 등이 2차, 3차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네이버 중고나라 커뮤니티에 사기 예방 정보 게시물을 올리자 사기꾼 일당은 중고나라 운영진들에게도 협박 및 전화테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소비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사기꾼 일당이 활개를 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일당은 400여명 가량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도 들어와 피해자들을 조롱·협박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 유포 및 피해자 지인의 신분 도용 등 2차, 3차 가해까지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금액만 수십억 원에 달하며 단체채팅방의 존재를 모르거나 채팅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수까지 고려한다면 피해자 수는 수천 명에 육박하며 피해금액 역시 수백억 원대로 대폭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기가 막힌 노릇은 금전적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중인 이 시점에도 사기꾼 일당은 오히려 네이버 중고나라 등 커뮤니티 운영진에게 피해자들의 호소 글을 내리도록 협박 및 전화 테러까지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조차 이들의 신원 및 범죄 행위를 명백히 할 수 있는 증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기꾼 일당은 피해자들과 경찰을 조롱하며 뻔뻔하게 사기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기 피해자들의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본지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한 A씨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A씨는 현재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사기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치밀·대범·교묘’한 수법…중고나라 운영진도 거침없이 협박

A씨는 사기단의 사기수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기단은 먼저 ‘재택근무 알바’라고 속여 사기 친 돈을 송금할 사람들을 구한 뒤, 이들이 서로 송금하게끔 뒤에서 종용한다. 이는 혹 경찰의 추적을 받더라도 쉬이 추적할 수 없게끔 하는 수법이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이후 이 돈들을 한 곳으로 모은 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전환한다. 이후 이 가상화폐들을 다시 해외 몇 개 국가를 거쳐 거래를 한 뒤 최종적으로 일당의 지갑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A씨는 “피해자들이 일당에게 받는 신분증과 계좌는 ‘재택근무 알바’라는 말에 속아서 송금을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면서 “일당은 그 사람들의 이름만 이용해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자체를 위조해서 만들고 사기를 치기 전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용도로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사기꾼 일당이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등 공문서를 위조하는 동시에 네이버 등 포털에 존재하지도 않는 매장의 정보를 허위로 올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는 사기꾼 일당이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등 공문서를 위조하는 동시에 네이버 등 포털에 존재하지도 않는 매장의 정보를 허위로 올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그러면서 이들이 사기를 치기 위해 인터넷 상에 광범위한 그물망을 펼쳐놓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휴대폰이나 가전, 가구 등의 매장으로 위장한 수많은 피싱 사기 블로그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포폰 번호를 무한대로 생성하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매장을 네이버 포털에 허위로 등록하는 수법까지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이런 사기 행위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체계적으로 역할분담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기단이 △물품을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홍보담당 △수많은 카카오 계정을 사용하며 구매자들이 연락하면 응대하는 고객응대 담당 등 전문적 조직 형태를 갖췄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렇기에 이들 일당이 인터넷 유명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 상주하며 운영진들을 겁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5월 사기단이 중고나라 직원에게 가족 사진을 이용한 협박 문자와 전화테러 등을 통해 우리 커뮤니티 사람들의 게시글을 모두 삭제 처리하고 강제 탈퇴 시키라고 협박했다”며 “ 중고나라 측은 ‘직원들이 개인 사생활 영역까지 언급되며 매우 심리가 불안한 상황’이라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라고 말했다.

A씨 “피해자 조롱·협박 등 2차 가해 불구 경찰은 못 잡아”…왜?

사기꾼 일당의 뻔뻔함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수시로 난입해 피해자들을 조롱하거나 오히려 협박을 가하기까지 한다.

A씨는 “실제로 놈들의 정보를 쫓거나 사기행각을 방해하려고 하면 피해자 개인정보를 유포하거나 가족·연인의 사진을 도용해 사기를 치고 집으로 수많은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마저 벌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경찰서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작 경찰에서는 ‘어쩔 수 없으니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이사를 가는 수 밖에 없다’라는 답변을 듣기 일쑤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사기단이 경찰 수사망에 좀처럼 걸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경찰은 사기꾼 일당의 범죄행위 근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 또는 사기 범행을 한 진범의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못해 번번이 사건을 기소중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는 “경찰은 사기꾼 일당의 범죄행위 근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 또는 사기 범행을 한 진범의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못해 번번이 사건을 기소중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우선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더라도 돈을 송금한 예금주 대다수가 “재택근무인줄 알았다. 나도 속았다”라고 항변하면 경찰은 이들을 무혐의 처분한다.

여기에 범행의 실행위자는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없다. 왜냐면 사기단이 사용하는 신분부터가 모두 허위이기 때문이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사기단 일당 중 재택알바를 모집하는 인사담당은 카카오톡 프로필을 전문 업체의 인사담당자처럼 꾸며 놓았다. 혹은 아기 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올려 가정적 분위기를 연출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A씨는 “놈들은 자기들이 절대 잡히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고 경찰조차도 적극 검거에 나서지 않고 있으니 더욱 대담하게 사기를 치며 그 피해액수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건 수사에 나서주신 모든 수사관님들께서 ‘오랜 기간 수사했음에도 범인을 잡지 못해 답답할 뿐 아니라 피해자분들께 너무 송구스럽다’라고 해주셔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라고 첨언했다.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건 ‘1원 송금’ 뿐

경찰 수사도 좀처럼 진척이 없는 현 상황에서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 중 몇몇은 현재 일종의 자경단 활동을 펼치고 있다.

A씨는 현재 일당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과 함께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카페 ‘사기나라’ 공색 홈페이지 갈무리)
A씨는 현재 일당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과 함께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카페 ‘사기나라’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사기단 수법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사기단이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기 위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해당 게시물이 사기꾼들의 미끼임을 알려주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증거물들은 과거 자신들이 당했던 사기의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A씨가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다양한 예방책을 홍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원 송금법이 있다.

1원 송금법이란 사기단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계좌와 전화번호를 확보한 다음에 그 계좌로 단돈 1원을 송금하면서 예금주로 하여금 자신이 사기에 연루됐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A씨는 “이를 통해 사기단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준 계좌의 예금주는 송금을 멈춰 사기단의 현금회수를 차단, 역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 경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활동 중인 커뮤니티의 운영진은 지금도 사기단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해 협박 등 각종 괴롭힘을 받고 있다”라면서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검거돼 법의 엄준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도 꾸준히 지혜를 모으며 이들에게 대응해나가고 있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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