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주 유명 요양병원, 간병인이 환자 유품까지 손대 ‘절도’ 논란

24k 순금 시계와 목걸이, 지갑 등 값나가는 금품 가져가 처분
유족들 “양말 한 켤레도 남기지 않고 모두 없애 버렸다” 비통한 심정
병원 측 용역 준 간병인이 유품 절도 논란에 “묵묵부답” 일관
간병인 용역업체 대표자, “갖다 버린 거지, 훔친 건 아니다” 궤변

  • 기사입력 2019.11.12 15:53
  • 최종수정 2019.11.12 16:47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페이지 갈무리)

“돌아가신 아버지의 안경도 양말도 가족들 주려고 열심히 접은 종이학도 모두 깨끗이 치웠다. 그들에게는 소중하지 않더라도 가족들에게는 너무 소중한 물품들인데 흔적도 안 남겼다. 무려 6년이나 입원했던 병원은 ‘간병인이 치웠다’며 그쪽으로 책임을 돌렸다.”

경주시에 위치한 노인전문 유명 A 요양병원(이하 요양병원)에서 용역을 준 간병인이 6년 동안 입원한 환자의 유품을 몰래 가져가 처분한 것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환자가 사망한 후, 병원 측에 “아버지의 유품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관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부탁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고인을 돌봤던 병원 측 용역업체 간병인이 유품 일체를 멋대로 가져가서 처분해 버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병원과 간병인 용역업체는 유족들에게는 고인의 유품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떠한 형태의 동의도 얻지 않고,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이에 해당 병원 관계자와 간병인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경찰에 절도죄로 신고하고 나선 상태다.

병원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유품 반환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책임 전부를 용역업체 간병인에게 떠넘기며 수수방관해서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득세하자, 현재 인터넷에는 유족들을 비방하는 이상한 글까지 유포되고 있다.

간병인이 훔친 유품과 관련해서 병원과 용역업체가 유족에게 협의안을 제시한 것을 놓고 누군가 유족들이 쓴 호소 글에 “아버지 시체 장사하는 파렴치한”이라고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작성하고 나서고 있다.

한 술 더떠 간병인 용역업체 대표자 A씨는 유족 모르게 고인 유품을 멋대로 가져간 간병인의 절도죄 행위 논란과 관련해서 “간병인이 유품을 갖다 버린 것이지 훔친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하기 일쑤다.

장례 이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유품…병원은 ‘나 몰라라’

고인의 딸 최씨는 지난 9월 말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유품을 챙기기 위해 생전 고인이 입원해있던 요양병원을 찾은 가족들은 황망함을 금치 못했다. 그리도 부탁을 했건만, 아버지의 유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머물렀던 병실 내 침상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A씨는 “팬티 한 장, 양말 한 켤레, 평소 쓰시던 안경은 물론 시계와 목걸이, 지갑 등까지 모두 사라졌다”며 “그래서 도난신고를 하니 병원은 오히려 ‘(도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달라’고 뻔뻔하게 응수했다. 자기들이 다 치워놓고 나서 우리에게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라며 병원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아버지의 유품이 제일 각별하고 소중한데, 병원은 유가족들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유품을 폐기처분했다”라며 좀처럼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A씨는 선친의 장례 이후 병원을 찾았으나 아버지가 생전에 착용했던 고가의 시계와 팔찌는 물론 옷가지와 소지품 등 유품 일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홀로 남은 모친은 마음의 병을 얻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는 선친의 장례 이후 병원을 찾았으나 아버지가 생전에 착용했던 고가의 시계와 목걸이는 물론 옷가지와 소지품 등 유품 일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홀로 남은 모친은 마음의 병을 얻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요양병원의 이 같은 처사로 인해 남은 가족들은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갖지도 못한 채 오히려 더 큰 마음의 병이 생겼다. 남편의 온기를 추억할 수 있는 유품이 단 한 점도 안 남았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한 최씨의 어머니는 장례 직후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자식들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큰 불효를 했다는 죄책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은 최씨 가족들을 무성의한 태도로 임했다. 심지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간병인협회 측에 떠넘기면서 자신들은 협회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요양병원의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언급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자식들이 아버지 시체 팔아 돈 벌어 처먹으려고 한다’라는 댓글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가족들은 해당 댓글의 출처가 병원 또는 간병인협회 측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페이지 갈무리)

최씨는 “‘1억’이 언급된 것은 남동생이 간병인협회와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당시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협회와 병원이 반반씩 보상을 해주겠다’라는 것을 제안이랍시고 하자, 감정이 격해진 남동생이 ‘10억이건 100억이건 1억이건 유족들은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씨가 올린 청원에서 가족들이 1억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글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씨는 사이버수사대에 해당 악성댓글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환자 보호도, 위생도 모두 수준 이하

최씨는 대화 도중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신 것이 후회된다고 수차례 말했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무려 6년여 동안 병원신세를 진 아버지가 좀 더 나은 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버지를 더 고통스럽게 한 것은 아닌 가라며 한탄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지난 2015년 4월 요양병원에 처음 입원했다. 최씨 가족들은 병문안을 갈 때마다 마주했던 병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 결국 아버지를 더 힘들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최씨는 병원 내 위생 관념 수준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보살피던 간병인들이 어르신들의 틀니를 먹고 난 식기에 넣어서 헹구는 모습을 여러번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에게 무례하게 굴던 간호사들, 환자들에게 무관심한 요양사들, 책임감 없는 병원의 모습을 보면서도, ‘다른 곳으로 아버지를 모시기 힘들다’는 우리 입장 때문에 병원에 크게 항의할 수도 없었다”며 “병원에 남겨져 있는 아버지에게 우리가 모르게 어떤 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용히 지나가곤 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 역시 병원 측의 무책임한 태도의 희생양이 됐다. 최씨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6월 같은 병실에 있던 40대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말다툼을 하다 실랑이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넘어진 고인은 허리 골절로 6주 진단을 받았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최씨는 “그 일이 있기 전부터 그 환자 분은 아버지에게 수차례 폭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병실을 분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방치해왔다”며 “폭행이 일어난 뒤에도 여전히 아버지와 그 환자 분을 같은 병실에 두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사건 이후 한 달 뒤인 7월 최씨의 아버지는 피를 토하는 몸 상태가 급속도로 쇠약해져 두어 달 뒤에 사망했다.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유가족 우롱하는 병원과 간병인협회

가족들은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요양병원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간병인은 잘못을 인정하며 깊은 사과를 했다”며 “정작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의 유품 보관 및 전달의 책임은 병원에 있는데도 이들은 ‘도의적 책임은 지겠다’, ‘간병인업체 측과 협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간병인협회와 계약을 맺은 주체는 병원이며 협회 소속 간병인들은 병원에 고용돼 환자들을 돌본다. 즉, 이들 간병인들은 병원 측의 지시·감독 하에 환자들을 돌보는 만큼 병원 내에서 실질적으로 간병인과 이들이 돌보는 환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최씨는 “선친을 여의었다는 슬픔도 있지만, 요즘 국가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많은 세금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이렇게 엉터리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이 한 두 곳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가족들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최씨의 이런 바람과 달리 본지 취지 결과 요양병원과 간병인협회 측은 여전히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간병인이 어떻게 마음대로 폐기처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 부분에서는 현재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또, 고인의 유품 중 24K 순금 시계와 목걸이에 대해서는 “버리지 않았다. 유족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다시 유족들과 이야기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요양병원은 수차례 연락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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