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24시] 안녕들하십니까?…도쿄전력, 그 화려한 은폐의 역사

2011년 사고 이전부터 관리허술 및 은폐 지적받아와
수차례 사고 위험성 경고에도 묵살…그 결과 더 참혹한 피해
경영진 해체와 국유화…그러나 방사능 오염수는 여전히 바다로 유

  • 기사입력 2019.11.24 21:36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지난 9월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도쿄전력 회장, 다케쿠로 이치로 전 부사장, 무토 사카에 전 부사장 등은 재판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본인들의 책임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태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 법원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출처=일본 마이니치 신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9월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도쿄전력 회장, 다케쿠로 이치로 전 부사장, 무토 사카에 전 부사장 등은 재판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본인들의 책임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태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 법원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출처=일본 마이니치 신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9월 일본 법원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관리하는 도쿄전력의 운영진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이들이 쓰나미 피해를 예상해 안전대책을 사전에 세울 수 있었는지였다.

당시 일본 검찰은 경영진이 쓰나미 위험성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받았으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44명을 숨지게 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일동은 하나같이 “쓰나미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책을 미루지 않았다”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도쿄지방재판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도쿄전력 회장, 무토 사카에 전 부사장, 다케쿠로 이치로 전 부사장 모두에게 형사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도쿄전력의 피해 대책 또한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며 당시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면 전력 공급 차질로 사회적 혼란이 빚어졌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도쿄전력이 이미 사고가 나기 이전부터 원전 관리에 미흡함을 수차례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사고 당시에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경영진들이 제 한 몸 사리기에 급급했다는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사고 때부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방출하며 전 세계 환경에 크나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 2011년 사고 이전부터 반복해왔던 은폐

도쿄전력 본사 (사진출처=위키피디아)
도쿄전력 본사 (사진출처=위키피디아)

도쿄전력은 1883년 설립된 도쿄전등 전신인 회사로 1951년에 창립한 민영 전력회사다. 일본 관동지방(도쿄, 가나가와, 군마, 도치기, 사이타마, 야마나시, 이바라키, 지바)과 야마나시 시즈오카현 일부에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업체다.

지난 2002년에 원자력 발전소 관련 검사 기록 변조 사실이 발각돼 당시 가동 중이던 원전 17기가 모두 중단돼 점검에 들어갔고 회장과 사장, 부사장 등 핵심 간부들이 모두 사퇴한 전례가 있다.

이들은 처음 원전 가동을 시작한 1977년부터 2002년까지 크고 작은 관련 사건사고 200여 건을 은폐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원자로 노심에 금이 간 사실마저 허위보고했다.

2005년 정부의 승인 아래 원전 가동을 재시작했으나 불과 2년 뒤인 2007년 내부 감사로 또다시 사고 은폐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이해 7월에는 카시와자키-키리와 원자력 발전소가 진도 6.8의 지진으로 변전소에 불이 나 소량의 방사능이 바다로 유출되는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 사고 당시 도쿄전력의 행태

2011년 원전사고와 관련해 기존 동종 원전의 노후화와 가동기간 연장 등으로 예견된 사고였다는 견해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쿄전력에 대해 비판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들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함 때문이었다.

사고 당시 피해상황 관련 브리핑의 내용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사건의 중대함을 은폐하며 기기 고장과 그로 인한 비용 지출을 이유로 원자로에 해수 투입을 망설이는 등 각종 비판에 시달렸다.

당시 행정 수반이었던 간 나오토 일본 총리마저 “TV에서는 사고 폭발 영상이 방영되고 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연락조차 못 받았다”고 크게 격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도쿄전력의 행태는 점입가경이었다. 2011년 지진이 난 후 상급자가 내린 명령이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였고 그 말을 들은 작업원들은 그날 전부 귀가했다.

더욱이 이 직원들 중 상당수가 다른 업체에서 파견 나온 저임금 노동자들인 것으로 밝혀지며 도코전력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가중됐다.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히 사태를 파악하고 수습 지시를 내릴 전문인력들이 부재 중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사고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소위 전문가라는 불리는 이들은 원전 근처에 얼씬도 않았다.

이듬해인 2012년에 드러난 사고 당시 상황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계속된 사고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원전이나 발전소 시설에 법에서 정한 안전기준에 맞는 장비 등을 전혀 구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전력도 자연스레 재조명됐다. 대표적으로 △비상용 펌프가 부서졌음에도 정부에는 “정상 작동한다”라고 허위보고하고 운행을 강행하다가 발각 △사고 발생 전 감사에서 정기 ‘정기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적발돼 시정 명령 조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행을 멈추면 안 된다면서 제대로 된 조치를 안 한 점 △원전이 점점 노후화되는데도 정기점검 간격으로 오히려 더 늘리려고 하는 점 등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일본 시민들이 이번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결정적 사례도 일찌감치 나타났다. 2008년 회사 내부에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쓰나미가 올 수 있다”라고 연구결과를 제출했지만 도쿄전력 본점 원자력설비관리부가 ‘가능성이 없다’면서 아무런 대비도 안 했다는 사실이 2011년 공개됐다.

◆ 국유화돼도 오염수는 여전히 방출

가장 심각한 점은 도쿄전력이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오염된 냉각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법상 하자가 없는 행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일본에 자국 바다에 오염수를 배출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을 뿐, 인접국과 상의 없이 행하는 방류는 용납할 수 없다고 극력 반발했으나 도쿄전력은 “민영화된 기업은 타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라는 주장 한 마디만 남기고 방류를 개시했다.

도쿄전력은 원전사고 발생 직후부터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진출처=그린피스)
도쿄전력은 원전사고 발생 직후부터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진출처=그린피스)

특히 도쿄전력은 2012년 국유화되는 것이 최종 결정됐으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원자력 수습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해오다 2013년 느닷없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원을 받아 (원전 일대를) 복구하겠다. 그만큼 중대한 상황”이라고 기습 발표했다.

지금도 도코전력이 무책임하게 배출한 방사능 오염수가 얼마나 되는지 그 오염수에 어떠한 오염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오염수를 방출한 일본부터가 그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그저 “정부의 관리하에 안전하게·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라는 설득력 부족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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