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영창, 악기시장 침체에도 고가 프리미엄 정책 고수…소비자 ‘빈축’
HDC영창, 악기시장 침체에도 고가 프리미엄 정책 고수…소비자 ‘빈축’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9.11.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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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현대산업개발 품에 안겼으나 이렇다 할 성과 없어
알버트웨버 브랜드, ‘유럽 로얄 피아노’ 어필하며 악기시장 거품 형성
중고 시장까지 진출하며 韓 악기업계 침체 ‘쐐기’
사업다각화 이유로 악기업과 무관한 마구잡이식 영역 확대 ‘눈총’
(사진출처=HDC영창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HDC영창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HDC영창(대표이사 김홍진, 옛 영창악기)이 장기간 지속되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프리미엄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설상가상 국내 악기시장이 1990년대부터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대폭 위축된 가운데 대기업인 HDC영창이 중고 피아노 시장에 진출하면서 악기 대리점주들의 숨통을 옭아매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결국 HDC영창의 진출로 대한민국 악기 시장은 오래전부터 ‘제살 깎아먹기’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에 있어 HDC영창은 ‘계륵’이다. 과거 영창악기가 삼익악기와 더불어 국내 악기 시장을 양분한 점 등 그 위상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기업의 궁극적 목적인 ‘이익 창출’ 면에서 HDC영창은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 2006년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이래로 여태껏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HDC영창은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며 생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고피아노 시장 진출 외에도 유통, 문화사업 등에 손을 뻗는 것도 모자라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하는 등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는 ‘피아노 제조업’이라는 HDC영창 본연의 가치가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됐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껍데기만 남은 ‘알버트웨버’ 브랜드로 가격 거품 형성

HDC영창은 1956년 설립된 악기 제작사로 삼익악기와 더불어 한국 피아노 산업의 태동을 같이한 두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으며 지난해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국내 악기 시장의 전성기는 대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가 꼽힌다. 이때는 대표적 고가 악기인 피아노가 별다른 할인 판매 없이 정가로 거래가 이뤄졌다. 1992년에 판매한 피아노 대수만 18만 7000대에 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내리막길이었다. 판매가 줄자 피아노 업체들이 하나둘씩 할인 경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영창피아노는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HDC영창은 1987년 ‘알버트 웨버(Albert Werber)’를 인수한 뒤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럽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고가판매정책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피아노 제품 연구개발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등 제품의 질 발전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출처=HDC영창 공식 쇼핑몰 및 웨버사 홈페이지 갈무리)
HDC영창은 1987년 ‘알버트 웨버(Albert Werber)’를 인수한 뒤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럽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고가판매정책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피아노 제품 연구개발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등 제품의 질 발전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출처=HDC영창 공식 쇼핑몰 및 웨버사 홈페이지 갈무리)

업계 내 독일 전통 악기 브랜드로 이름난 ‘알버트 웨버(Albert Weber)’를 들여와 고가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 ‘알버트 웨버’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가치는 가늠이 어려울 정도였다. 19세기 초 모차르트, 베토벤 등 당대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과 교류했던 알버트 웨버가 이들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귀족 등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피아노 제작·판매사 ‘Alber Weber. Mr’를 차렸다. 이 회사가 바로 웨버 그랜드 피아노(이하 웨버피아노)의 전신이다.

상류층을 주 타깃으로 설정한 만큼 성장 또한 파죽지세였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업체의 피아노 가격은 1400달러로 그 당시 대저택 매입가와 비등한 수준이었다. 사실상 상류층과 귀족 등 부(副)와 권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웨버피아노는 1970년대 들어 대중적인 저가의 양산브랜드로 악기시장의 헤게모니가 넘어가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기존 유럽의 지배층만을 대상으로 판매했던 고가의 피아노는 더 이상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지 못했다.

결국 1985년 당시 웨버피아노를 보유하고 있던 에올리온 그룹이 파산함으로써 ‘웨버피아노’ 브랜드는 그 수명이 다할 뻔 했다. 그러나 2년 뒤인 1987년 영창학기가 웨버피아노를 인수합병해 간신히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영창악기가 손에 넣은 것은 ‘웨버피아노’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뿐이라는 점이다. 피아노 제작·조율 등 관련 기술은 오간데 없이 ‘유럽 왕실인증 피아노’라는 간판만 챙겨왔다.

즉, HDC영창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피아노에 ‘알버트 웨버’, ‘웨버 피아노’라는 이름표만 갖다 붙인 이미테이션 제품을 지금까지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HDC영창은 지난 1993년 중국에 피아노 공장을 세운 뒤 꾸준히 중국시장을 공략해왔다. 최근 중국 악기 시장에서 한국산 악기에 대한 수요가 상승일로를 거듭하면서 HDC영창의 시선도 국내보단 해외에 더 쏠리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내수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웨버피아노가 중국에서 제작되는 것에 반해 이 피아노의 업라이트 모델형인 ‘알버트 웨버 피아노’는 국내에서 수출형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구잡이식 영역 확대에도 돈만 더 까먹는 ‘천덕꾸러기’

현대산업개발이라는 대기업의 품에 안겼지만 HDC영창은 그 반사이익을 좀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HDC그룹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기준 HDC영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1억 원과 6억 4000만 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반기기준 동사 영업이익은 17억 원이었다.

매출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어쿠스틱 피아노 부문 매출 감소가 거론된다. 올 상반기 HDC영창이 어쿠스틱 피아노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97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 137억 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29%나 줄어들었다.

피아노 등 악기의 수주는 해외의 경우 해외 악기쇼를 기점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학기나 졸업시즌 등 계절 변동성에 민감할 뿐더러 제품 특성상 대규모 수주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의 질(質)을 드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HDC영창의 연구개발 비용은 26억 원에서 22억 원 그리고 올 상반기 12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사진출처=HDC영창)
(사진출처=HDC영창)

그나마 두각을 보이는 전자악기 관련 매출이 같은 기간 129억 원에서 147억 원을 13% 늘어나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HDC영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디사이저 브랜드 커즈와일(Kurzwell)을 보유 중이다.

이러다보니 HDC영창은 악기업 본연에서 벗어나 문어발식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6년 음향기기 및 전자악기 사업, 공연장 사업 등 외도를 시작한 것도 모자라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는 현대산업개발의 건설현장 여섯 곳에서 식당업(함바집) 영위 내용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설업·식당업 등과 일절 연관 없는 악기업체가 계열사 건설현장에서 함바집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HDC그룹 관계자는 “HDC영창은 악기제조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산업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다각화를 검토하고 도전함으로써 정체된 악기시장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악기업계가 전체적으로 성장이 정체돼있는 가운데 HDC영창은 커즈와일의 사운드칩 개발완료 등 꾸준한 영업활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악기산업은 경기변동성에 매우 민감한 사업이다. 전문 연주자, 일반 소비자, 동호회 취미활동 등 소득수준에 따라 수요가 급격히 달라진다. 노동집약적 사업인 만큼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며 그만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이미 국내 피아노 시장의 비중은 중고 피아노로 옮겨간 지 오래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미국과 유럽의 업체들이 최고급 피아노 시장을 선점했으며 일본도 ‘야마하’ 등을 앞세워 고급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는 등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악기판매가격정책만을 고수하며 제품의 발전 도모를 게을리 하는 것이 HDC영창의 현주소다.

소비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을 갖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HDC영창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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