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최악 물가’…“일시적 기우” vs “이미 진입” 팽팽

올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상 최초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 기사입력 2019.12.03 22:35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통계청)
(사진출처=통계청)

우리 경제의 저물가·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전년 동월 대비 0.2%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는 8월 0.0% 보합을 보인데 이어 9월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10월 다시 0.0%로 보합을 보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0.8%로 집계된 이후 11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이는 196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물가가 상승 전환한 것은 공공요금과 서비스 요금이 일부 오르고, 농산물과 석유류의 가격 하락세가 다소 완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와 수도, 가스요금이 1.5%, 개인서비스 가격이 1.6% 각각 올랐다. 10월에 3.8% 떨어졌던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달 2.7% 하락해 내림 폭이 줄어들었다. 석유류 역시 –7.8%에서 –4.8%로 하락 폭이 감소했다.

11월 소비자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저물가 행진 역시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현상을 지난해 기저효과와 더불어 정책적 요인이 크며, 연말부터는 0% 중반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경계를 늦추 지 않고 있다. 물가 상승세의 원동력이 전반적인 수요 회복이 아닌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3분기 GDP디플레이터는 근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GDP디플레이터는 경제주체들이 만든 부가가치의 가격으로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수치다. 국내 생산된 제품과 투자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 가격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곧 기업 실적 악화 및 임금 축소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가계 소비 여력 감소 및 소비 수요 감소로 인한 상품 가격 재차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의 낮은 물가가 정부 설명처럼 단순히 공급측 요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농산물과 유가 등 가격 변동이 심한 부분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원물가란 소비자물가에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 예측하기 어려운 공급요인을 제외하고 수요 측면의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년 대비 근원물가 상승률은 2008년 4.3%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2019년 들어 근원물가 상승률은 0.7%다.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이렇다 할 반등 계기가 없다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외환위기로 물가가 급락했던 1999년 이후 20년 만이다. 그리고 근원물가의 하락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 상황이 나빠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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