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 수천만원 성금에 손 댄 파렴치한 도둑들 잡혀

매년 불우이웃 돕는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 훔치기 위해 3일간 잠복
범인들, 도주하느라 훔친 돈 쓸 시간없어..특수절도 혐의 적용

  • 기사입력 2020.01.01 22:0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전주의 일명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수천만원의 성금을 훔치기 위해 계획적으로 잠복까지 하고 귀한 돈에 손을 댄 후 달아난 용의자들이 경찰에 잡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31일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전날 오후 2시25분과 40분쯤 A씨(35)와 B씨(34)를 특수절도 혐의로 각각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7분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6000여만원 상당의 성금을 훔쳐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분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중년남성이 주민센터로 전화를 걸어 "센터 인근에 성금이 담긴 종이박스를 놔뒀으니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곧바로 센터 주변을 샅샅이 살폈지만, 성금은 없었다.

몇 분 뒤 이 남성에게 전화가 두 차례 더 걸려와 다시 주변을 샅샅이 살폈으나 성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주민센터 직원은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린 후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 28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를 수상히 여기고 추적에 나섰다.  또한 한 주민이 "이틀 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서 못 보던 차가 있어서 차량 번호를 적어놨다"는 제보를 해 이들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이후 경찰은 충남경찰청과 공조해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다행히 성금 전액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도주하느라 돈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범행을 주도한 A씨는 논산에서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진술에서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의 사연을 알게 됐다"며 "컴퓨터 수리업체를 하나 더 차리려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A씨가 무직인 B씨에게 먼저 범행을 제안했으며 경찰은 A씨 휴대전화에서 '노송동주민센터'를 검색한 인터넷 기록을 확인했다.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할 것을 예상하고 수일 전부터 범행 현장 인근에 잠복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진 인물이다. 이날 경찰이 회수한 성금이 주민센터에 전달되면 천사가 올해까지 20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모두 6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노송동주민센터는 그동안 그가 건넨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4900여 세대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할 것이며 범행에 사용한 차량 번호를 제보한 주민에게 포상금과 감사장을 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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