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G디스플레이 공장 올해도 인원감축 예고...파견업체 직원까지 파장

아웃소싱업체 직원들, 설 전 해고로 대거 반발
2년에 걸쳐 벌써 6000여명 희망퇴직자 낳아
올해는 위로금받기도 어려워...인원감축 예고
무급·순환휴직 및 교대근무 고통분담 검토중

  • 기사입력 2020.01.09 18:34
  • 최종수정 2020.09.13 21:04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LG디스플레이(대표 한상범)가 지속적인 경영 악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감에 따라 구미공장에 이어 올해 파주공장 인원도 대거 축소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직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여파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아웃소싱 직원들에까지 미쳐 200여명이 대거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갑작스런 해고 통보에 인력공급업체 파견직원들은 망연자실하며 청와대 게시판에 자신들의 사연을 호소하고 나섰다.

올해도 어김없이…2년간 희망퇴직자만 6000여명

LG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을 전환하고 실적악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미공장 축소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은 2·3·4·5·6·P2·P3·P4·P5·P6 ·6E·M3·M4·M5 등이 있다.

이중 2·3·4공장과 P2·P3·P4 폐쇄됐고 5·6공장은 규모 축소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구미공장에서 2017년부터 파주공장으로 전보 발령받거나 베트남으로 출장받은 이동 인원수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미공장에서 실직된 인원수만 약 2000여명 정도다. 현재 구미공장에 남은 인원 수는 약 57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만 여명이 넘던 직원수가 2017년 이후, 인원감축에 의해 절반이나 줄었다.

이와 관련 파주공장 노조 관계자는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구미공장에서 실직된 근로자만 2000여명이 된다"고 전하며 "구미공장에서 파주공장으로 이동된 인원수는 이보다는 적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구미공장의 폐쇄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공장 폐쇄설은 사측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18, 2019년 2회에 걸쳐서 근속 5년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이에 약 6000여명 정도가 실직됐으며 이들은 고정급여 6개월치를 퇴직 위로금으로 받았다. 해마다 약 3000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이는 올해 또한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조직 통합 등을 통해 임원을 20~30% 줄이는 방안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회사측이 희망퇴직이 마무리된 후 추가적인 LCD생산라인 폐쇄가 결정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구미공장이라고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는 기존 파주 P7·P8 라인 일부의 생산을 중단하고 OLED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 파주 P10 공장의  OLED 패널 생산 라인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올해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어 근로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는 희망퇴직도 어려워보인다. 현재 회사의 실적악화 및 경영난에 대해 직원들도 고통을 분담하자는 의견이 대두돼 무급 · 순환휴직 및 교대근무 등을 실시하려고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렇게 사측이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 남아도는 인력을 배치할 자리가 부족함에 따라 이 여파는 즉시 아웃소싱업체에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아웃소싱업체 직원들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이들 중에는 삼구아이앤씨 소속의 직원으로 짧게는 1년이하 길게는 10여년간 일했던 직원도 있다. 이들은 오는 25일까지만 근무하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의 자리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대체하게 되며 이들에게 인수인계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일해온 아웃소싱업체 직원 A씨는 “LG직원들은 퇴직위로금이라도 지급되지만 우리같은 아웃소싱직원들에게는 아무런 보상 얘기가 없다”며 “고작 실업급여를 탈 수 있게 권고사직처리 해주겠다는 말과 올해 연차수당을 지급해준다는 말뿐이었다”고 호소했다.
또한 A씨는 "똑같이 LG를 위해서 일했는데 누구는 퇴직위로금을 받고 누구는 자리까지 내놓아야 한다"며 "생산라인이 없어지지 않고 생산도 그대로인데 자사직원이 협력사업무를 빼앗아 해고당해야 하는 것은 대기업의 갑질이다"라고 억울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근무한 아웃소싱 근로자의 계약서. 매년 계약기간이 적혀 있지 않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근무한 아웃소싱 근로자의 계약서. 매년 계약기간이 적혀 있지 않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구자관 운영 아웃소싱업체...

기간 없는 계약서 작성 유도, 연차 주지도 않아.

A씨는 아웃소싱업체 삼구아이앤씨(대표 구자관, 동일범)의 소속 직원으로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10년이 넘게 일했다. 하지만 매년 회사와 계약을 할 때마다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회사측에서 해마다 사용하지 않은 연차에 대해 돈으로 지급하기 싫어서 억지로 다 사용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에 인력을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인 삼구아이앤씨는 국내 1위의 인력공급업체다. 청소, 시설관리, 제조, 물류, 음식생산 등 그 사업영역도 다양하다. 고객사만 360개가 넘으며 직원수만 1만 8614(2018년12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웃소싱업체의 신화로 알려진 해당업체는 2015년에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을 노예처처럼 부리는 곳이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2018년에는 '최저임금 위반' 기업의 명단에도 올라 빈축을 샀다. 당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 직장갑질119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법을 지켜야 할 대기업과 공고기관에서 버젓이 불법, 편법을 동원해 최저임금제를 위반하고 있다"며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삼구아이앤씨의 구자관 대표는 한 언론사에서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 자사 직원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뽑는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아웃소싱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사진출처=네이버)
(사진출처=네이버)

LG디스플레이의 인력감축 및 구조조정의 여파는 비단 아웃소싱업체에만 번지는 것이 아니다. 파주 지역경제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주변 LCD관련 협력업체들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주변 상권에서는 매출 감소 등 상권 침체가 나타나고 있고, 원룸 등 임대주택에서도 공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과 설비 전환으로 인한 지역경제 영향이 최소 1~2년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본지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구미공장 폐쇄설에는 결정된 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한 아웃소싱업체 근로자 해고와 관련해 "그들은 삼구아이앤씨 소속 근로자이고 LG가 해고시킨게 아니다"라며 "삼구이앤씨에서 파주근로자들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을 권유했지만 근로자들이 거절하면서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도 지금 상황이 많이 안좋다. 희망퇴직을 하며 직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남는 직원들이 있다보니 그들을 배치할 자리가 필요했다"며 "이 문제는 아웃소싱업체에서 퇴직위로금을 주지 않아 청와대 청원게시판까지 오른 것이다"라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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