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보복하려다 반정부 시위 '역풍'맞은 이란... 여객기 격추, 파장 시위로 불붙어
미국에게 보복하려다 반정부 시위 '역풍'맞은 이란... 여객기 격추, 파장 시위로 불붙어
  • 이의정 기자
  • 승인 2020.01.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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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반정부 시위, 지역 확산... 트럼프, 시위대 적극 지지나서
이란 시위대, 최고지도자 비판 및 퇴진 요구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이란의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지방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모여 여객기 격추 피해자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테헤란의 한 대학교 주변에 수십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란 정부가 여객기 격추를 은폐했다고 비판하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여객기 격추 피해자의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고 슬퍼진다"라며 "이란 정부는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또 다른 시민은 "이란 정부와 국영 언론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여객기 격추를 숨겼다가 상황이 바뀌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했다"라며 "최고지도자는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엄격한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다. 

테헤란에서는 전날에도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이란 매체는 "이날 집회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이 배치됐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자욱한 최루가스와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린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자디 지하철역에 최루가스가 발사됐으며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핏자국 장면과 함께 "7명이 총에 맞는 걸 봤다. 사방에 피다"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보고했다.

온라인을 통해 여객기 격추 항의 집회가 타브리즈, 시라즈, 케르만샤 등 다른 지역 집회 사진 여러 장이 유포됐다.

국영 TV 진행자 2명은 여객기 피격 사건에 대한 잘못된 보도에 항의하며 사임했고, 이란 매체들도 1면에 '수치스럽다', '믿을 수 없다' 등 제목을 달아 반발했다.

지난 7일 이란 상공에서는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전원 사망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여객기가 당시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던 이란 미사일에 격추당해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란 정부는 이를 극구 부인하다가 사흘 만에 인정했다.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사살에 보복하려던 이란은 여객기 격추와 반정부 시위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도 시위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 지도자들은 시위대를 죽이면 안 된다"라며 "이미 수천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고, 전 세계는 지켜보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영어와 이란어로 "용감하고 고통받는 이란 국민에게 나는 대통령이 되고 당신들과 함께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고,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주목하고 있으며, 당신들이 보여준 용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라고 지지 트윗을 올려 이란 국민의 시위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