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단독]인천교통공사가 성희롱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괴롭혔던 상사와 동침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하지 않고, 정년까지 같이 다녀
무늬만 성교육 강화, “피해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 기사입력 2020.03.03 21:50
  • 최종수정 2020.03.04 14:4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지난해 제기됐던 인천교통공사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사건 처분을 두고 직장 내 게시판과 SNS상에서 논란이 크다. 당시 피해자는 가해자의 강력한 처분을 요구하며 인천시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인천시청은 공사 측에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분을 권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공사 측은 가해자를 ‘강등’조치한 데 그쳤고 심지어 피해자와 같은 직열에서 근무하게끔 상황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 공사 측 사내 게시판에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적 부담감과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글은 블라인드 게시판에도 게재돼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분을 사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이 사건 이후 공사 측은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정작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의견들이 크다. 공사 측이 성희롱 교육 사례로 들만큼 유명했던 사건마저도  “피해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이제라도 언론에 알려졌음 하는 누군가의 호소가 깊이 와 닿는 사건이다. 또한 “적과의 동침이 아닌, 괴롭혔던 상사와 동침을 겪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봐라봐야 한다”는 시각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지난해 4월 신입직원 A씨는 같은 통신직렬 상사인 차장 B씨를 성희롱 및 직장내 갑질 행위로 고발했다.

B씨는 공사의 초창기 시절에 입사한 직원이자 간부로, 신입사원인 A씨 및 직원들에게  “동기들이 1,2기로 파워가 막강하며 자신은 그 중에서도 성골이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날려 버리겠다”는 식으로 위협하고 성적인 이야기를 강요하며,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B씨에게 커피를 타지 않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하위직원은 ‘장애인 콜택시팀’으로 발령내기 위해 윗선에 압력을 가하는 갑질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인사를 안하는 여직원에게는 뒤에서 성희롱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

B씨의 이같은 행동에 직원들의 불만이 새어나오자 B씨는 직원들에게 공개사과 글을 보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는 신중치 못한 선배의 발언과 세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참담한 결과라고 사과했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파면 또는 해임의 중징계 처분을 할 것을 공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B씨에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A씨가 인천 감사관실에 이 사건에 대해 민원을 올리고 인천시에서 공사를 상대로 기관경고를 하고서야 징계를 위한 임사위원회가 움직였다.

공사는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에게 수위가 낮은 ‘강등’을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인사위원회 징계 의결 후 공사 감사부서에 재심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갑질행위와 관련된 지적사항은 뺀 채 성추행 부분만 징계 의결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강등’은 1계급 직급을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정직, 감봉, 견책 등과 함께 경징계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사건을 대하는 상위직원들의 태도다. B씨의 동기들은 “한 집안의 가장한테 너무한 조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하위직원들은 이러한 윗선들의 태도에 회사의 미래가 어둡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피해자는 가해자의 정년퇴직까지 같은 직렬에서 일해야 하며 윗선들한테 상사를 고발했다는 낙인이 찍혀서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위 사건은 공사의 성희롱 교육때 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명백한 비위행위임에도 가해자는 회사에 버젓이 다니고 있다.

고용노동부 배포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는 반드시 성희롱 행위자에게 지체없이 징계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500만원 이하 과태료) 성희롱 피해자 등에게는 불리한 인사상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하지만 A씨에게 내린 조치는 ‘강등’이라는 경징계여서 사측의 봐주기식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블라인드 갈무리)
(사진출처=블라인드 갈무리)

 

◆ 과거 인천교통공사, 성희롱 판단을 다수결로 결정하기도

인천교통공사의 성희롱 사건은 2014년에도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 인천교통공사는 상사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희롱을 당했다는 여직원의 고충민원을 두고 다수결로 성희롱 여부를 판단했으며 고충위원회에서는 성희롱이 아니라는 결정을 해서 비난을 받았다.

이에 문제가 확대되자 여성가족부가 직접 이 사건에 개입했다. 

이에 공사측이 사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사 관계자는 “징계권한은 인사위원회 안의 징계위원회에서 가지고 있다. 징계위원회에는 변호사, 노무사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이런 외부위원들이 상의해서 징계 수위를 정한다. 회사 내부관계자들이 참여해서 ‘강등’이라는 징계수위를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건이 발생한 후 사측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생긴 지 20년이 됐고 어떤 회사든 이런 일이 한 두 번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성희롱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은 회사측이 성희롱 문제를 대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실 2016년 9월에도 공사에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도시철도 회식자리에서 남자 직원이 여자 직원의 목덜미를 만지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건넨 것이다.

이에 피해자는 공사에 신고접수를 했고, 공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를 직위해제 조치했다. 직위해제(대기발령)는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있어서 계속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를 예방 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 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인사처분이다. 후에 인천지법은 가해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7년 11월 잇따라 불거진 공기업의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공기업들의 경영평가 항목에 성희롱 방지 조치 여부가 포함되고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면 성과급도 깎이게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장ㆍ임원급 고위직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상급 기관, 즉 해당 공공기관을 담당하는 부ㆍ처ㆍ청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건 처리에 대한 지휘 감독을 담당하도록 했다. 해당 공공기관은 사건 처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여성가족부 및 상급 기관에 동시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성희롱 방지 대책이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공기업의 성희롱 사건에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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