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없는 세상에서 힘차게 달리길"...故 문중원 기수 102일만에 발인식

마사회 합의 번복으로 무산될 뻔...장례위 항의 농성
우여곡절 끝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영결식

  • 기사입력 2020.03.10 00:56
  • 최종수정 2020.03.10 11:06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지난 1월 7일 ‘고(故) 문중원대책위’는 광화문 시민분향소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마사회에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사진출처=공공운수노조)

지난해 마사회의 승부조작 및 채용비리를 폭로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문중원 경마기수의 발인식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됐다. 그가 눈을 감은지 102일만이다. 고인은 2019년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숙사에서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발인식은 '민주노총문중원열사대책위', '고문중원기수시민대책위'와 '한국마사회적폐권력청산문중원열사노동사회장장례위원회'(아래 장례위)의 진행으호 노동사회장으로 치러졌으며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와 두 자녀 등과 유가족 및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운구차에 관이 실릴 때 오씨와 자녀들이 오열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당초 장례위는 이날 오후 2시에 고인이 근무하던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영결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가 오루 5시에 열렸다. 한국마사회가 공공운수노조‧유족과 했던 합의서에 대한 공증을 하지 않겠다고 번복했기 때문이다.

마사회 측은 공공운수노조에 "시민대책위를 마사회적폐청산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에 반발, 평화선언을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장례위는 영결식을 미루고 부산경남경마공원 본관에서 항의농성을 진행했다.  이후 '민주노총문중원열사대책위'는 마사회측과 "마사회는 지난 6일 작성한 모든 합의가 이행되도록 하고, 마사회 합의서에 대한 공증은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와 부산경남경마본부가 수일 내에 진행한다"는 합의 내용을 밝히며 농성은 일단락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애도하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연대하며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고인의 부친 문국옥씨는 "중원이의 죽음을 접하고 억울함과 분노에 울고만 있던 저희 유가족들은 민주노총 관계자 분들과 여러 시민사회단체 모든 분들의 힘을 모아 마사회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억울하게 죽은 중원이 한을 풀고 장례를 치러 이제는 경쟁도 비리도 없는 저 하늘나라에서 별이 돼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고(故)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말을 대충타라는 부당한 지시와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마방을 받지 못한 것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그동안 고인은 땅에 묻히지 못한 채 김해 한 병원에서 서울 정부청사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결국 지난 6일 마사회측과 합의를 보고 장례절차가 진행될 수 있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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