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직원들 강제기부 논란...인사 관리팀 기부독촉 압박

급여의 1%, 최저금액 5000원 이상...5000원 이하는 입력 안 돼
기부하면 연두색 목걸이줄, 안하면 청색 목걸이줄...차별가해
기부금 사업내역 불투명 운용...기부금영수증도 발급 안 해

  • 기사입력 2020.03.19 17:41
  • 최종수정 2020.03.20 12:0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삼성화재 2019년 )
(사진출처=삼성화재 201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삼성화재해상보험(대표 최영무, 이하 삼성화재)이 강제 기부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화재직원들은 사회공헌활동 명목으로 ‘드림펀드’라는 기부금을 매달 급여에서 공제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액수는 월급의 1%이며 최저액수는 5000원이었다. 문제는 이 드림펀드가 강제적일 뿐만 아니라 정작 기부금을 납입하는 직원들에게 불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여부에 따라 차별을 유도하며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안하는 등 드림펀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 1000원 입력하면 "5000원 이상의 금액만 입력이 가능하다"는 문구 떠...탈퇴도 못해

드림펀드는 삼성화재가 2001년 9월부터 시작한 기부금 사업이다. 올해로 19년째인 드림펀드는 임직원이 매월 급여의 일부를 드림펀드에 기부할 시, 회사가 해당 기부금과 동일한 금액을 적립해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 드림펀드 기부금을 학교 숲조성, 1부서 1아동 결연, 드림 놀이터 등의 임직원명의사업 운영 및 사회복지시설 등의 임직원 결연봉사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출처=삼성화재 블로그)
2018년 삼성화재는 드림펀드로 학교숲 조성사업에 참여했다.(사진출처=삼성화재 블로그)

지난해 공시된 삼성화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직원의 드림펀드 가입률은 99.6%, 이 중 급여의 1% 금액을 기부하는 임직원은 89.6%다. 전체 임직원 약 5600명 중 약 5020명이 급여의 1%를 매달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드림펀드 적립 금액은 158억 원, 2019년 기부 금액은 약 113억 원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드림펀드에 미가입시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2014년 4월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2012년 상반기부터 드림펀드 참가 임직원에게 연두색 사원증 목걸이를 지급했다. 삼성화재 직원들은 급여 기부 여부에 따라 기부자는 연두색, 비기부자는 기존의 청색 목걸이로 자연스럽게 나눠졌다. 비록 연두색 목걸이 착용은 자유의사지만 은연중에 기부여부가 드러나면서 기부의 강제성이 부여되고 있었다.

또한 삼성화재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인사 관리팀에서 주기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드림펀드 가입을 압박하고 있다“며 ”드림펀드에 가입하지 않는 직원들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어쩔 수 없이 기부하는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삼성화재 관계자는 “드림펀드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가입 및 탈퇴가 가능하다”며 “또 가입 편의를 위해 금액을 다양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5000원 미만의 금액도 설정 가능하며, 5000원 미만의 금액을 공제하는 임직원도 현재 다수 있다”고 절대 강제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기부금액이 최소 5000원에서 월급의 1%로 정해져 있어 5000원 이하는 기부할 수가 없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실제 시스템에 들어가 5000원이하의 금액을 입력하자 화면에 ‘5000원 이상의 금액만 입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떴다. 직원들은 “드림펀드를 중간에 중단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이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더군다나 직원들이 월급의 1%에 못 미치는 금액을 기부하면 인사담당자가 계속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 기부금을 늘려달라는 식으로 압박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유니세프나 월드비전과 같은 많은 기부단체가 있고 그곳에 기부를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자기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자기 이름으로 기부를 해야지 왜 회사 임직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억지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기부금 불투명하게 운용...기부영수증도 발급안해

문제는 정작 직원들이 ‘이런 기부금이 얼마나 모였는지, 회사가 얼마나 보탰는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보험회사 홈페이지 공시 사항에 2012년부터 기부 및 집행 내역과 임직원 봉사활동 내역 등을 공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확인해 본 결과 공시에는 기부목적과 내용, 기부처만 기재되어 있었다. 경영보고서에도 기부금의 액수와 사업내용만 공개하고 있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001년 드림펀드 최초 운영 시부터 가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1회 메일을 통해 드림펀드 전월 적립금 및 사용액, 사용처 등을 공유해오고 있다”며 “매년 1월에는 각 드림펀드가 사용된 사업별로 구분하여 전년 전체 사용 현황을 종합하여 소식지 형태로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드림펀드가 생기고 지금까지 한 번도 구체적인 사업내역에 대해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회사 측과 상반된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본지는 삼성화재 측에게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드림펀드 소식지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삼성화재측은 거부했다.

제보자는 “기부처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얼마를 모아서 얼마큼 쓰고 얼마가 남았는지에 대해 직원들은 알지 못한다”며 “삼성화재 직원들이 5000원씩만 내도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그런 큰돈을 운용하는데 있어 직원들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제보자는 “1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재단도 만들지 않고 사회공헌실에서 관리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일정규모 이상의 공익법인도 감사받아야하며 공시를 의무화하는 2019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발표한 바 있다. 공익법인들의 출연금, 즉 기부금 활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부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렇게 공익법인의 기부금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직원들이 기부하는 기부를 강제하고 불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보자는 지금까지 기부금 영수증을 한 번도 발급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부금법에 의하면 급여명세서에 나와도 기부한 자가 원하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더구나 많은 기부단체들이 연말이면 사업보고서와 함께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임직원이 납입한 드림펀드의 전액을 임직원 연말정산시 자동 반영하여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또 개별적으로 기부금영수증을 원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기부처를 통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답변도 제보자와 달랐다.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는 자가 기부금영수증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기부자별 발급내역을 작성·보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기부금영수증 불성실 가산세를 부과 받게 된다. 기부금영수증이 사실과 다르게 발급된 영수증에는 기재된 금액의 2%가 가산되며 기부자별 발급내역의 경우 작성·보관하지 아니한 금액의 0.2%를 가산하여 부과한다.

◆ 기부를 강요하는 회사들...누구를 위한 기부인가?

지난해 4월 한국공항공사(대표 손창완, 이하 공항공사)는 직원들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강원도 산불피해 기부금을 원천징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앱 블라인드에 공항공사 직원이 ‘동의 없이 기부금 원천징수하는 회사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오르면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11일 공항공사는 강원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성금 5000만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공항공사는 "이번 성금은 공사 임직원과 공사 노동조합, 청원경찰 디딤돌 노조 등이 십시일반 해 모은 1850만원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이 기부금이 사실은 공항공사가 직원들의 동의 없이 급여 중 일부를 강제로 원천징수해 기부금을 기탁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KB증권(대표 김성현, 박정림)도 2009년부터 사내 사회봉사단을 발족하고 전 임직원이 매달 급여에서 5000원씩 기부하면 회사는 임직원이 낸 기부금의 액수만큼 회사도 추가 출연하는 매칭그랜트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은 “기부 참여율이 부서장의 인사고과에 반영돼 부하직원들은 기부 프로그램을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회사의 반강제적 기부에 직원들의 반감은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은 “사실 회사에서 기부금을 적절한 곳에 투명하게 사용하는지 의심이 든다”며 “기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이며 그것이 자발적인 참여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삼성화재 직원들도 억 단위의 돈을 20년 가까이 묻지마 기부로 운용한 드림펀드에 대해서도 투명한 사업내역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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