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천 물류창고 화재, 한익스프레스 준공검사일 6월 30일로 정하고 공사 강행 논란

불법 개조 지시 논란, 사고 당일 우레탄 폼 작업과 용접 동시 이뤄져
한익스프레스 건설사에 꼬리자르기..."그날 그날 공정률만 보고받았을 뿐 시공은 잘 모른다"
한화 김승연 조카 이석환 대주주의 공식 사과 논란에 사고 직후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 기사입력 2020.05.06 02:01
  • 최종수정 2020.09.14 15:2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한익스프레스의 사과공지 (사진출처=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38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물류창고의 시공사인 (주)건우의 이상섭 대표는 유족들 앞에서 무릎을 끓고 5분 넘게 사과를 하다 실신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사고의 책임이 시공사에서 비롯됐음을 자인하는 듯한 태도였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서 묻는 유족들의 거센 비난에 대해서는 애써 입을 꾹 다물었다.

12년 전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있었기에 이번 사고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2008년 발생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는 준공검사의 허점과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에 취약해 발생된 사고였다. 이 당시 사고역시 우레탄 발포 작업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너에 용접 불똥이 튀며 스티로폼 패널과 우레탄 패널에 불이 붙어 근로자 40명이 사망하였고, 9명의 부상자를 낳는 대형화재 참사로 번졌다.

이 사고로 인해 물류창고 시공을 맡긴 코리안 2000 발주자는 20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받아 사회적 비난을 크게 산 바 있다.

그러나 12년만에 답습된 이천화재 사고는 물류창고 발주자의 사과와 책임 경위에 대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본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익스프레스 측에 물었지만, 사회적 책임 외에 시공에 대해선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고 당시 이천 물류창고에는 9개 업체에서 78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여있었고, 엘리베이터 용접을 하는 동시에 우레판 폼 발포, 페인트 등에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시공사인 (주)건우가 발주자에게 약속한 준공검사 일을 무리하게 맞추려다 벌어진 사고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물류창고 사고 현장의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주)건우에 시공을 맡기고, 감리와 설계는 각각 다른 업체에 맡겼음을 확인했다. 또한 준공검사일도 6월 30일로 정해놓고, 날마다 공정률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견된 인재가 불러온 참사에서 사회적기업의 책임이란, 도의적 수준의 보상에 지나지 않아, 사업주의 엄정한 처벌이 요구되는 분위기다.

◆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경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5시간 만인 오후 6시 40경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이 사고가 우레탄 발포 작업을 하던 도중 시너 유증기에 불이 붙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인부이거나 이주 노동자였다.

문제는 해당 참사가 2008년에 발생한 화재 사고를 답습했다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여전히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사고당시 현장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노동자는 사고 당일 업체 측에서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아침부터 많은 인원을 출근시켰다고 전했다. 사고 당일 현장에는 9개 업체에서 78명의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됐다. 화약고나 다름없는 작업장에서 엘리베이터 용접작업과 도장작업, 우레탄폼 단열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우레탄은 불타면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게다가 안전장치 및 안전관리자 배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환기시설이나 비상구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입수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 심사 확인 사항'에 따르면 시공사 건우와 발주자 한익스프레스(대표 이재헌, 이석환)는 지난해 4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여섯차례나 '화재·위험(발생)주의"를 받았다. 해당공사는 안전성과 관련한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심사에서 가장 위험수준이 높은 1등급을 받기도했다. 이에 공단은 올해 1월 '향후 우레탄폼 판넬 작업 시 화재 폭발 위험 주의'라며 '조건부 적정'으로 판단하고 공사를 진행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화재 폭발은 기업과 관리당국의 합작품이었다.

사실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는 2008년 이천 물류 창고 화재 등 대형 재해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도입한 제도이다. 모든 사업장은 유해·위험설비를 설치하거나 이전·변경할 경우 공사 착공 15일 전까지 기계설비의 배치도면과 제조공정, 안전성 확보대책 등을 포함한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를 작성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인해 기업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런 계획서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참사가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비용 절감과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주의를 받았음에도 노동자를 죽음의 환경으로 내모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발주자 한익스프레스 꼬리자르기...건설에 대해선 잘 몰라, 시공사에게 모두 맡겼을 뿐

지난 1일 물류창고 시공사 건우, 공사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감리업체 전인씨엠 대표 3명은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아 피해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이들의 사과가 무책임하며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한익스프레스는 시공사측에 책임을 몰아가고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4일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데 대해 희생된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법률적인 책임을 떠나서 기업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익스프레스는 건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회사다. 발주자이긴 하나 원청사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 물류창고를 임대에서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물류창고를 소유하기 위해 전문적인 감리회사에 물류창고 건설을 맡긴 것이며 그 감리회사가 시공사를 선정해서 공사진행을 담당케 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공단에서 여섯차례나 받은 '주의' 지적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기존에 임대하고 있는 물류창고가 많은데 굳이 공사일정을 재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익스프레스의 이같은 답변은 단지 사고의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기려는 꼬리자르기에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공단은 '화재·위험(발생)주의'를 시공사 건우와 발주자 한익스프레스에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공사가 발주자에게 공사기간 및 공사단가, 그리고 공사자재 등에 대해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할 일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꼬리자르기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한익스프레스의 민낯은 과거의 행태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한화케미칼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가 다른 회사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 제재 검토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국내운송(화물운송), 국제물류(운송주선서비스), 유통물류, 창고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운송 사업의 주요고객은 한화케미칼, 한화토탈,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등 한화계열사다. 국제물류 사업부문에서는 한화케미칼, 한화큐셀의 해외 물류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출 절반 이상을 한화계열사로부터 올리고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김영혜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2009년, 1351억원이던 매출이 2018년 5658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한익스프레스는 한화케미칼을 비롯한 한화토탈,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등 타계열사와도 수의계약으로 매출을 올렸다. 공정거래법 23조 7호(부당지원 금지)는 기업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품·용역·부동산·인력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화케미칼이 한익스프레스에 물류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시장에서 거래하는 정상가격 비해 높게 가격을 책정해 김영혜 씨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출처=다트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대해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공정위의 검토는 아직 진행중이지만 한익스프레스는 한화그룹과 분리된지 오래 되었으며 이젠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현재 한익스프레스는 석유화학 및 반도체 등 특수 유독성 화물운송만 담당하는 등 한화그룹이 아닌 다른 기업과의 거래가 더 활발하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김영혜 씨(20%), 차남 이석환씨(20.6%), 김씨의 손주 등 한화그룹 오너가가 한익스프레스의 주식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 오너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한화토탈은 유증기 유출사고로 환경부에 의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회사는 비정상적으로 운영했다고 사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잇달아 7월에는 대산 공장 정전 사고로 인근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지난 2015년 폐수처리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은 지난해만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에 거듭되는 한화그룹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점검과 사고예방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계속되는 노동자의 사망사고로 공염불이 됐다. 잇따른 안전사고에 대해 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번 이천 화재 참사는 주문자가 화재에 취약한 엉터리 컨테이너를 짓게한 것이므로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엄중하게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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