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단독]세금 감면받은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구역 헌인마을, 서초세무서와 유착 의혹②

1800억 원대 재개발 땅 미등기전매로 거액의 세금탈루 의혹
세무서, 30억 원 로비 정황 녹취 파일 일파만파 의혹 제기
재개발PFV로 넘긴 마을공동자산도 세금 신고 안하다 들켜

  • 기사입력 2020.06.02 20:41
  • 최종수정 2020.09.14 11:58
  • 기자명 이의정 기자

2017년 언론에 부각됐다 묻혀졌던 서초세무서의 800억 원대 양도소득세 가산세 면제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강남 땅부자들한테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고, 800억 원대의 세금을 면제해준 서초세무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지난 15일 본지가 보도했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2006년 헌인마을 주민들이 우리강남PFV에 땅을 몰래 팔면서 불거진 세금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 19일에 청원인을 만나 서초세무서와 헌인마을 새마을추진위원회(새추위) 및 땅을 판 사람들 사이에 로비자금이 오가고 서초세무서가 가산세를 탕감해준 내막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듯 2013년부터 체납세금 1위라는 오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서초세무서가 수백억원의 세금을 감면해준 아이러니한 전말을 본지가 파헤쳤다.

◆ 부자동네 서초세무서의 통큰 세금감면, 이유는 법률에 무지한 한센인이라서?

고액상습체납자가 나날이 지능화되면서 정부는 38기동대까지 동원하며 세금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수백억원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통큰 세무서가 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서초세무서다. 당시 이 사건은 2017년 언론에 부각될 뻔 하다 국정농단 및 촛불탄핵 이슈로 묻혀졌다.

A씨가 서울시지방청과 국세청 및 검찰에 민원 및 수사를 의뢰한 문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가 서울시지방청과 국세청 및 검찰에 민원 및 수사를 의뢰한 문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헌인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센인 2세인 A씨는 오랫동안 서초세무서의 불법 세금감면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며 수없이 관계당국에 민원과 수사를 의뢰했지만 번번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에 다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문제를 제기하며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도시개발사업의 명암을 고발키로 했다. A씨는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을주민들 사이에 불신과 반목이 거듭되며 헌인마을이 쩐의 전쟁터로 전락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 문제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기했다.

본지 15일 기사에 따르면 2006년 110명의 헌인마을 토지주들은 우리강남PFV에  8만1684여㎡의 땅을 팔았다. 당시 3.3㎡당 700만~800만원이라 쳐도 개별 매각대금만 총 1800억여원이 넘는다. 또한 같은해 7월경 헌인마을 새마을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는 공동 소유의 토지 1만9571㎡를 우리강남PFV에 386억여 원에 넘겼다.

문제는 수십 억대 돈 방석에 앉은 주민들은 세무당국에 양도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마을 공동 토지를 판 새추위는 회원들에게 매각에 대한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9년 A씨는 새추위가 공동땅을 매각한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2013년 서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것을 계기로, 우리강남PFV가 뒤늦게 부동산실거래신고를 하면서 서초구청은 땅을 판 주민들에게 600억원의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를 부과했다.

국세청도 새추위의 공동땅 매각에 100억원 가량의 양도소득세 부과를 검토했다.

갑작스런 세금 폭탄을 맞은 주민들은 당황하며 세무법인을 동원해 조세심판을 제기했다. 새추위 또한 공동 땅은 자신들이 만든 헌인새마을추진위의 자산이므로 비과세(비영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땅값이 실제 오갔고, 공동토지 매각대금 중 153억원은 주민에게 분배하는 등 공익 목적에 쓴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국세청은 위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약 93억 원을 받기 위하여 마을 대표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매각대금에 압류조치를 한다.

그런데 2년 뒤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2015년 서초세무서는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을 이유로 땅을 판 주민들에게 세금을 재부과한 것이다. 개인 매각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만 물리고 신고불성실 등에 따른 가산세는 감면해 줬다. 또한 완강하던 국세청도 입장을 달리해 공동 땅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93억원을 전액 면제하고, 추진위 계좌 압류도 풀어줬다.

서초세무서는 "토지주들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해 정상적인 납세의무 이행이 어려웠음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감면 이유를 밝혔다.

또한 A씨의 민원제기에서 서초세무서 및 국세청은 이 사건에 대해 "과거 고양세무서와 용인세무서가 한센병력자 정착촌의 도시개발에 따른 양도소득세 과세문제 시 과세제외 결정하였던 선결정 사례를 인용하여 과세제외 결정을 했다. 이에 불법적으로 과세제외 처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개인 소유 토지매각분에 부과해야 할 가산세(약 380여억원 추정)와 공동 땅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99억여원) 등을 모두 합하면 최소 800억원의 세금을 '무지'를 이유로 탕감해 준 셈이다"라며 "서민들에게는 단돈 만원이라도 세금을 추적하는 세무서가 이같은 특혜를 준 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 취재팀은 서초세무서에 이 의혹에 대해 질의했으나 세무서 관계자는 "개별 납세자의 정보에 대해선 알려줄 수 없다"며 답변을 일축했다. 

서초세무서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듯 2013년부터 체납세금 1위라는 오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진출처=조세일보)

◆ 서초세무서 국세청 로비 정황 드러나...녹취록에 등장한 정관계 인사들

앞서 언급한 새추위는 1987년에 75명이 개별등기한 공동토지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단체이다. 이에 공동토지를 팔기 위해선 75명 중  2/3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새추위 집행부 10명은 허위 회의록을 작성해 임의로 우리강남PFV에 땅을 팔아버린다. 이에 75인 중 한 사람인 A씨는 새추위 집행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매각대금을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는 "공동 토지의 양도대금은 300여억원이었으나 현재 예금채권은 100억여원으로 나머지 양도대금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자산의 운영관리에 관한 일체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그 자료도 허위였다. 이에 집행부는 제멋대로 자금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매각자금 사용내역에 따르면 자금 중 일부를 시행사 아르웬에게 대여하는 등 우리강남PFV와 연류되어 있었다.

이에 A씨는 2010년도에 집행부 임원진을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판정을 받는다. 이를 고발한 A씨는 새추위에서 제명되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새추위에서 2006년부터 10년동안 일했던 총무로 부터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면제받기 위해 토지 매도자들로부터 약 36여억원을 거둬 세무사 및 민원대행자 등에게 25여억원을 주고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그동안 심증으로만 여겼던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A씨가 제시한 녹취록에는 이같은 당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 녹취록에는 2016년 1월에 헌인마을 공동 땅 매각대금 386억원을 관리해온 새추위의 전 총무와 옛 토지주 등이 음식점에서 만나 주고받은 대화다.

세초세무서에 로비했다는 새추위 전 총무와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의 일부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녹취록에는 "서초세무서장이 그래가지고 했는데 우리가 로비를 엄청 했어요", "그거 면제받기 위해 돈을 다 걷어 한 20억원은 세무사를 통해 썼다", "세무사000와 세무사 ***는 국세청에 오래 근무하고 세법 같은 책도 낸 사람이다", "○○세무서장과 (친분이) 있다더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 이름도 등장했다. A씨는 “국회의원했던 000씨는 동네에 와서 양도소득세 면제해야 된다고 다녔다”, “국세청 데모도 엄청 했다. 10번은 갔다” 등의 내용도 들어 있었다. 녹취록에 있는 00단체 회원들은 실제 2015년쯤 여러 차례 상경시위를 했으며 경비 등을 새추위로부터 지원받았다.

A씨는 해당 녹취록을 증거로 국민신문고 등에 진정을 제기했으며 해당 사건은 수원지검과 중앙지검을 오가며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2017년 1월 증거불충분으로 결말이 났다. 더군다나 검찰은 사전에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시켜놓고 A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의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당시 서초세무서의 세무서장과 과장들은 모두 정년퇴직해 이 사건에 자세히 알고 있는 직원은 현재 남아있지 않은 형편이다.

A씨는 "새추위와 땅을 판 토지주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정치권과 공무원 등에 줄을 대려 했던 건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국가가 이들에게 땅을 준것은 한센인 복지 증진을 위하였지만 실상 마을주민들은 땅을 이용해 돈 놀이에 빠져 있다"고 한탄했다.

또한 A씨는 이같은 서초세무소의 세금감면 의혹의 원인은 우리강남PFV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애초부터 주민들이 우리강남PFV측에 땅을 팔았을 때 양도소득세를 자진 신고했다면 기본적으로 10%를 감면 받고 또한 도시개발사업자에 매각했으니 20%를 더 감면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강남PFV는 미등기전매로 이 땅주인을 이용해 무자격조합원을 만들기 위해 토지주들에게 "신탁을 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토지주들은 양도소득세 신고를 미뤄 세금폭탄을 맞았다. 주민들은 이 세금을 해결하기 위해 로비자금을 뿌리며 불법적인 일을 자행한 것이다.

A씨는 "헌인마을은 국가로부터 한센인정착지로 수십여년간 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땅을 싼값에 불하받고 팔아 주민들은 적게는 10~20억, 많게는 100여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 그런데 서초세무서는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이라며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세초세무서는 2006년 서초구청으로부터 검인계약서를 송부받고도 땅을 판 사람들에게 양도소득세 결정 통지조자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모른척 하다가 2013년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를 부과했고 2년 후에는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수백억원의 가산세를 면제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으로 큰 돈이 오고가면서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세무서이고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 국민의 성실한 납세의 의무를 조롱하고 비웃는 땅부자들에게 특혜를 주다니...왜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는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는 해괴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것일까? 이런 부당한 행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되는거 아닌가?“라고 당국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다음편 우리은행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불법PF대출 의혹 ③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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