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세월호 사건 떠올리게 하는 도냐 파즈호 침몰 사건 (1)
[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세월호 사건 떠올리게 하는 도냐 파즈호 침몰 사건 (1)
  • 이의정 기자
  • 승인 2020.05.24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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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역사상 가장 참혹한 해상사고...사망자만 4000여명 넘어
(사진출처=위키백과)

20세기 최악의 여객선 침몰 사고를 꼽으하면 바로 1987년에 일어나 '도냐 파즈호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성탄절을 며칠 앞둔 12월 20일 밤, 필리핀 유조선인 '벡터 호'와 충돌한 도냐 파즈호의 사망자는 무려 4000명이 넘었으며 이 사고는 인재 중의 인재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도냐 파즈호의 고향은 사실 일본이다. 1963년 일본의 오노미치조선소에서 만들어져 류큐카이운에서 히메유리마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운항돼던 배였다. 1975년 필리핀에 팔리면서 이름도 돈 술리피치오호로 바뀌고 탑승 가능 인원도 초기 설계의 두 배에 가까운 1189명을 실을 만큼 개조됐다.

1979년 6월 5일, 승객 1100여명을 태우고 항해 하던 중 화재가 나 반파되었으나 기적적으로 승객 모두 구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후 반파된 배를 고쳐 도냐 파즈 호로 개칭하고 1981년부터 재운항됐다, 당시 배는 1450명의 승객을 실을 만큼 개조됐다.

1987년 12월 20일. 도냐 파즈호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려는 승객들을 가득 싣고 레이테섬을 떠나 마닐라로 향했다. 문제는 이날 성수기를 맞아 정원의 3배가 넘는 무려 4388명의 승객이 탔다는 것이다. 도냐 파즈 호의 소유주인 술피치오 선박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하필 어마어마한 승객을 태운 그날 마침내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대다수 승객이 잠자던 오후 10시 30분에 8800톤 가솔린을 적재한 유조선 벡터호와 충돌하고 만 것이다. 대규모의 폭발이 일어나고 두 배는 불길에 휩싸였다. 바닷물까지 불길에 휩쓸리면서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승객들은 불바다에 빠졌다. 

탑승객들은 대부분 필리핀 사람들이었는데 그 중 값싼 입석표를 산 가난한 서민들이 많았다. 

사고를 크게 키운 것은 정원 초과도 이유였지만 그 이외에도 문제가 많았다. 구명조끼가 들어 있는 라커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으며 승무원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선장은 자신의 방에서 TV로 야동을 보고 있었으며 다른 승무원들은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 폭발이 일어나자 놀란 몇몇 선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전원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암흑천지와 아수라장이 됐다. 탑승객들과 승무원들은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했으며 그 와중에 밟혀 죽는 이들도 속출했다.

겨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지만 구명정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승객들은 불타는 바다 위로 뛰어내렸으나 이미 바다는 불바다가 되었으므로 뜨거운 바다에 데어 즉사하거나 상어밥이 되었다.

덤으로 충돌한 벡터호는 운항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였고 자격을 갖춘 선원조차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기적적으로 도냐 파즈호에서는 4,388명에서 24명, 벡터호에서는 13명 가운데 2명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기적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비율상으로 따지면 겨우 0.55%가 살아남은 것이며 생존자들은 모두 지독한 중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무려 4375명 사망했다. 20세기 역사상 가장 참혹한 해상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더 큰 비극은 이 바다에는 상어가 가득해서 시체들이 상어밥이 됐다는 것이다. 수색대는 총으로 상어를 쏘면서 시체들을 인양해야 했다.

생존자들은 배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펄펄 끓는 물 속을 헤엄쳐 배의 파편 및 잔해에 올라가 산 사람들이다. 이들은 살아야 겠다는 집념으로 얼굴과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견디며 헤엄을 쳤다. 이에 이들이 구조됐을 때 온 몸은 화상 투성이었다. 이들은 여러 번의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은 필리핀 건국 이래 최악의 대참사인지라 당시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방송을 해야 했고 보상금으로 2,500만 페소(2010년대 미국 달러로 55만 달러)가 편성되었다. 필리핀에선 큰 액수이지만 보상금이라고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결국 슐피소와 벡터호 소유주이자 세계 굴지의 정유 회사 중 하나인 칼텍스 그룹에게 소송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무려 12년이나 지난 1999년에서야 승소했다.

이 사건은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우리나라 청해진 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와 여러모로 유사해 눈길을 끈다. 둘 다 일본산 배였고 인재였다는 것이다. 몇 번의 땜질로 승객정원을 늘리고 선원들의 제대로된 대처 미흡으로 안타까운 희생자만 생기게 한 참극이기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사건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나마 도냐 파즈호는 침몰 원인이 명백하지만 세월호는 사고원인 규명이 되지 않아 유가족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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