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스칸디나비안 스타호 화재 사고 (4)

선원들 의사소통도 안되고 재난대비 훈련도 부족...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

  • 기사입력 2020.06.05 09:50
  • 최종수정 2020.09.14 11:5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평화롭게 운행하고 있는 노르웨이 유람선 (사진출처=픽사베이)
평화롭게 운행하고 있는 노르웨이 유람선 (사진출처=픽사베이)

스칸디나비안 스타호 사고는 1990년 4월 6일 노르웨이에서 출항한 유람선에 화재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482명중 159명이 사망한 사고다. 이 유람선은 1971년 프랑스의 Dubigeon-Normandie S.A.사에서 건조됐다. 길이는 142m, 무게는 1만 2500톤 규모로 크기로 라운지와 식당, 바, 디스코장, 슬롯머신 등 유흥시설이 가득한 호화 유람선이었다.

더군다나 이 유람선은 마이애미에서 카지노선으로 사용되고 있다가 갑자기 배의 용도가 카지노선에서 유람선으로 변경되면서 선원들 또한 교체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발단이 됐다. 북유럽에서 일하게 될 선원들이 누구도 북유럽어를 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영어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으며 덴마크에 투입되고 15일간 제대로 된 재난 대비 훈련은 단 10일이었다. 거기다 훈련항목 중 화재 대비는 없었다. 이 정도 크기의 배에서는 최소 6주의 대비 훈련을 받아야 내부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 선원들이 서로 대화를 못해 당황하고, 방 번호가 바뀌는 등의 일들로 증명됐다.[

이런 부실함과 안전불감증이 큰 화재사고를 발생시킨 것이다. 확실한 인재였다.

1990년 4월 6일, 부활절 휴가를 맞아 새로 단장한 스칸디나비안 스타호는 당시 인기항로였던 노르웨이와 덴마크 사이를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오전 7시 30분에 출항해야 했으나 선적작업이 늦어지면서 출항이 지연됐다. 두 시간이 지난 9시 45분이 돼서어 닻줄을 끌어올리고 스칸디나비안 스타호는 383명의 승객, 99명의 승무원과 함께 2시간 15분 늦은 항해를 시작했다.

다음날 오전 1시 45분경, 갑판 복도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 중 한명이 이불로 불이 난 곳을 덮은 뒤 발로 밟아 불을 껐고 이 상황이 선장에게도 보고됐다. 하지만 불은 완전히 꺼진게 아니었다.

오전 2시경, 이 불이 다시 커졌다. 더군다나 선박의 마감재가 불이 굉장히 잘 붙는 재질이어서 불은 점점 커져 갔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곳곳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덜 끝난 상태였다. 마감재가 타면서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를 내뿜었다. 불이 선박으로 점점 번졌지만 승객과 선원들 중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10여분만에 리셉션으로 불이 번졌고 연기가 나자 선장에게 보고됐다.

선원 중 한 명이 비상스위치를 눌러 경보를 울렸지만 선장은 화재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8개 갑판 중 2개가 불타자 선장은 버튼을 눌러 방화문을 닫으려 했다. 문제는 버튼을 누르면 방화문이 닫히는 게 아니라 방화문을 닫으라는 경보가 울리는 형식이었다는 것. 이런 것을 모르는 승객과 선원들은 방화문을 방치했고 불은 더욱 퍼져나갔다.

전체 경보로 화재를 알리긴 했지만 뒤쪽의 승객실의 구조가 경보기 소리를 작게 들리게 만들었고 설상가상으로 엔진소리가 경보음을 묻으면서 승객들 중 일부는 경보도 못 듣고 자던 도중 연기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매연을 빼내려고 설치한 대형 환풍기가 역으로 불을 빨아들이며 갑판을 더 빨리 태우는 데 도움을 줬다. 승객들의 대피가 시작되었지만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일부는 대피를 하다가 길을 잃고 질식해 숨졌다.

20분이 지나서야  선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그제서야 근처의 모든 배에 구조를 요청했다. 구명정을 띄우기 위해 엔진도 끄고 2시 30분에는 안전 조치로 통풍을 중단해 연기가 배 전체 객실의 환풍구로 스며들었다.

50분경 구조 신호를 받은 '스테나 사가호'가 도착해 구명정들을 건져내며 생존자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스테나 사가호의 선장이 스칸디나비안 스타호의 선장에게 모두 대피했냐고 묻자 선장은 "내가 알기론 그렇다"고 대충 말해버린다.

화재가 난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온 소방관이 도착했고 생존자 수색에 나섰으나 발견되는 것은 159인의 시체뿐이었다.

사고 조사팀은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일어난 불이라 결론을 내렸다. 사망자 중 한 덴마크인은 4건의 방화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리고 사고 후 선장과 여객선 회사 소유주, 해안 담당자 모두 직무유기혐의로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 유람선 화재 사고로 임신한 아내를 잃은 얀 하르셈은 사고를 계기로 해양안전전문가가 되어 전세계의 선박의 안전 개선에 앞장서게 되기도 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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