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출신 송요익 사외이사 선임 논란...사외이사 취지 어긋나

5년만에 컴백한 현대상선 사장 후보 송요익 전무...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 견제하거나 해임하는 장치 필요...돈받고 손 들어주는 거수기로 전락하기 쉬워

  • 기사입력 2020.06.09 01:47
  • 최종수정 2020.09.14 11:47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HMM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HMM 홈페이지 갈무리)

201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HMM(옛 현대상선)이 지난해 선장과 항해사를 바꾸며 대대적인 경영체질개선에 나서며 외부 출신 사내이사를 선출한 것에 반해 현대상선 출신인 송요익 이사를 사외이사로 뽑은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사외이사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높다. 더구나 송요익 이사는 지금까지 의결이 있는 이사회에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어 일명 거수기 사외이사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다트 전자공시)
(사진출처=다트 전자공시)

◆ 5년만에 컴백한 현대상선 사장 후보 송요익 전무...사외이사 선임

극심한 실적부진에 시달렸던 HMM은 지난해 이사진들의 수를 줄이고 이사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HMM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HMM이 힘겹게 재기한 만큼 새롭게 회사를 이끌어갈 동력을 필요로 했다. 이에 현대상선의 인물로 대표되는 유창근 전 대표이사와 김수호 전무, 김만태 전무 등의 사내이사는 임기를 2년 남기고 지난해 모두 물러났다. 그리고 배재훈 사내이사를 대표로 선임했다.

배 대표는 LG통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범한판토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바 있다. 산은은 배대표를 물류전문가로서 영업 협상력·글로벌 경영역량·조직 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박진기 전 한진해운 상무도 사내이사로 새롭게 합류했다. 국제 경험이 뛰어나 영업력을 확대하고, 얼라이언스 협상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사내 이사진은 모두 현대상선과 관련 없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채권단 산은이 현대상선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실적부진을 만회하고자 한진해운 출신 임원들을 투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한진해운 출신 윤민현 전 장금상선 상임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출한 것에 반해 송요익 전 현대상선 컨테이너 부문 총괄부문장이 새로운 사외이사로 뽑혀 주목된다. 

송 이사는 현대상선 출신으로 해운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4년까지 컨테이너총괄부문장과 미주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2016년엔 신임 대표이사 후보군 최종 3인까지 올라간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내부 이사진에 외부 인물로 채워지면서 현대상선에 이해도가 깊은 인물을 사외이사진에 포함시키기 위해 송이사를 낙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대주주와 경영진과 무관한 사람을 선임해서 독단과 부패를 방지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내부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은 이런 취지에도 벗어나고 투명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회사측에서는 송 이사가 퇴임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이번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출신 사외이사 논란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 사외이사 견제하거나 해임하는 장치 필요...돈받고 선 들어주는 거수기로 전락하기 쉬워

 사외이사는 사내에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결정한다. 1998년 IMF 당시에 총수의 독단적,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에 의해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면서 사외이사를 영입해서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그동안 20년 정도 사외이사 제도를 실시하면서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기업들은 이 제도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사회적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서 기업의 방패막이를 위해서 사용했다. 정부인사, 권력 기관, 명문대 교수들, 또 변호사나 회계사 등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기업 내부 경영 감시보다 기업의 외부적 방패막이 역할을 자행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외이사가 등기 임원인데다 이사회 멤버지만 이사회에서의 활동 과정까지 어떤 책임과 권한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고액의 보수를 받고 그냥 도장 찍어주거나 손을 드는 거수기 노릇을 할 뿐이다. 송요익을 포함한 HMM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주총 안건에 대해 100%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회의 사추위를 통한다. 사추위는 기존의 등기임원이나 또는 대주주가 결정한다. 이에 친기업적인 사람이라든가 친분이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사외이사는 과거부터 서로 오려고 하는 자리였다"며 "조직의 중요 의사결정을 물론 실제 각 부서장들에게 영향력도 미칠수 있고 시간 대비 고연봉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전했지만 정작 우리은행 DLF문제 처럼 큰 사안이 발생하면 책임지는 사외이사는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사외이사는 견제하거나 해임하는 장치도 없다.

이에 지난 2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적격 이사에 대한 주주의 해임건의권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부각됐다”며 “현행 제도는 부적격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재제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만큼 부적격자가 이사가 되었을 때 주주가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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