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배관 '주철관'에서 'PVC'로 변경...유해성 및 산업법 위반 논란

1급 발암물질 VCM 검출 우려있는 PVC배관으로 변경
10여년간 계속되는 설계변경, 공사비 부풀리기 답습
LH, "새로 나온 PVC배관이라 KS안전규격 기준 없다"
청원인, LH의 배수관 교체는 산업법 24조, 25조 위반

  • 기사입력 2020.06.16 12:00
  • 최종수정 2020.06.16 12:09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LH가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를 부풀려 혈세를 낭비한다는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지난 8일 국민청원에는 “공공주택의 안전을 무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불법 배관재 설계기준변경을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면서 이같은 LH의 오배수관 설계변경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주철관에서 고강도PVC관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주민의 안전과 환경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LH의 오배수관 편법 설계변경 의혹

청원인에 따르면 LH는 관련법규를 위반하고 건물의 안전과 환경문제를 등한시 한 채, 2020년 1월부터 LH전문시방서에 공공주택에 사용되는 오배수 배관재를 주철관에서 속칭 고강도 PVC관으로 설계기준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LH는 주철관 사용시 자재 비용 증가와, 부식으로 인한 막힘현상이 발생되어 배관청소가 어렵다는 이유로 고강도PVC관으로 설계기준을 변경했다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 아파트 500세대 기준으로 세대당 약 2만 9000원의 추가비용이 발생되며, 주철관의 안전성을 감안한다면 굳이 화재에 취약한 고강도 PVC관으로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주철관 배수관은 관 내부에 에폭시가 도포되어 부식으로 인한 막힘현상이 거의 발생되지 않으며, 제품의 수명 또한 건물과 함께하는 반영구적인 제품이라고 전했다.

청원인은 LH가 공공주택 공사에 KS인증제품인 배수용 주철관을 삭제하고 비규격 고강도 PVC관으로 무리하게 변경하여 관련법규위반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산업표준화법 제24조에서는 공공기관은 물자조달시 한국산업표준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25조에서는 인증제품으로 우선구매하여야 한다고 명문화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현재까지 안정성과 품질이 검증이 안된 PVC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LH는 충분한 사전설명회나 공청회없이 수년간 공공주택건설에 비규격 PVC관을 암암리에 시범적용했다고 전했다. 이는 공공기관이 주민의 안전은 무시하며 중요핵심 건설자재를 불법적으로 도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었다. 각국에서는 화재연소로 인한 사망자보다 다이옥신, 발암물질배출로 인한 호흡기관련 사망자가 많기 때문에 가연성 화학자재사용은 규제가 엄격하다며 이런 이유에도 PVC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주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마루타식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LH 관계자는 “새로나온 PVC배관이기 때문에 KS안전인증을 받지 못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LH관계자에 따르면 "주철관은 막힘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단점이 크다. 이에 최근 트렌드가 고강도 PVC관이라 변경하게 된 것이다. 원가도 호당 28만원 정도 적게 들어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PVC는 휘발성유기기화합물 즉, 발암물질로 만든 배관인데 VCM(벤젠, 1,3-부타디엔, 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검출 테스트가 있었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기능성 테스트와 납, 카드뮴에 대해서만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납과 카드뮴은 PVC소재에 첨가된 가소재에서 검출되는 발암물질이지, PVC에서 검출되는 VCM검출 테스트와는 무관하지 않냐”고 묻자 관계자는 “VCM 검출테스트는 하지 않았지만, 납과 카드뮴은 안전하다고 나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변경한 PVC는 KS인증이 없는 제품이며 관련법령에 따르면 KS인증이 없는 제품일 경우 KS인증 받은 제품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PVC는 환경보건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의 플라스틱으로 이것이 사용된 제품의 제조과정과 그 제품의 사용 동안과 처분 시에 큰 위해를 유발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PVC는 생산시 다이옥신, 염화에틸렌 그리고 염화비닐이 필수적으로 발생돼 암, 내분비계 장애, 자궁 내막증, 출생 장해를 포함한 심각한 건강문제들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속적 환경 축적독성물질인 다이옥신류는 분해가 잘 되지 않으며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농축되어서 먹이사슬을 따라서 농도가 더 높아진다.

특히 PVC는 VCM검출 탓에 사용이 점차 규제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일하는 LH가 안전성을 검증받지 못한 PVC관으로 설계변경한 것은 서민들의 건강과 환경은 무시한 행태라고 우려하고 있다.

◆10여년간 답습되는 설계변경 논란...최근 세종시에서도 드러나

아울러 LH공사의 설계변경 논란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10여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지난해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LH에서 제출한 '2010년 이후 50억 이상 공사 중 설계변경으로 10억 원 이상 증가 공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는 313개 공사 현장에서 총 1439건의 설계변경이 발생하여 공사당 평균 30억 원씩 총 9412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대표는 “국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설계변경을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정동영 의원실)

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공사는 경남기업이 담당한 '청라5구역 및 남청라 JCT구간 매립폐기물 정비공사'로 총 6번의 설계변경을 통해서 공사비가 무려 669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은 기존 낙찰가격이 201억원으로 낙찰가의 3배의 설계변경이 이뤄진 것이다.

호반건설이 담당한 '성남고등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도 총 7번의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 215억 원이 증가했으며, ㈜서한이 담당한 '과천시 국도 47호선 우회도로 건설공사'도 1번의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 194억 원이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설계변경의 주요 원인으로 현장여건에 따른 설계변경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동영 대표는 “LH 충분한 현장조사를 통해서 설계 오류를 줄이고, 예산을 절약할 수 있도록 현장 실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LH가 설계의 내실화, 설계변경의 최소화를 위해 설계감리의 강화, 설계의 표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LH는 현장실사 및 사전검증을 강화하고 공사 착공 후에도 설계변경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여 설계변경 요인을 최소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LH의 공언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10일 금강일보는 "LH가 세종시 4-1생활권(반곡동)을 특화설계공모로 시공하면서 147억원의 시공비를 증액구체적 내역에 대해선 비공개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4-1 부지조성과 조경공사는 한화건설이, 공공주택과 ‘친환경 창조단지’의 생활권 특화 에코가로 청수마을 ‘청수배미길’은 롯데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시공했다.

하지만 한화건설이 시공한 조경석쌓기의 경우 ‘날림공사’에도 불구하고 2억 2000만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으며 에코가로 청수마을 ‘청수배미길’은 아파트준공 15개월이 지나도록 날림과 공사 중지 등으로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LH측은 ‘정보공개법’ 제11조 3항 등을 들어 제3자인 ‘건설사’와 관련이 있는 정보이므로 공개할 수 없으며 예산내역 역시 ‘제3자 의견수렴'으로 비공개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LH가 건설사의 뒷배가 되어 설계변경으로 인해 시공비를 부풀린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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