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8)
[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8)
  • 이의정 기자
  • 승인 2020.06.21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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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한 선장의 뺑소니 추돌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목숨 잃어
헝가리 다뉴브강 야경(사진출처=픽사베이)

지난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한국인 승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 등 총 35명이 탄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크루즈 선박과 충돌 후 침몰된 사건이다. 이 사고는 음주운항 뺑소니 사고로 기록되며 허블레아니호와 충돌한 크루즈 선박의 선장은 기소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재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과 헝가리인 2명이 사망하고 한국인 1명이 실종됐다. 

허블레아니호에 탑승한 한국인들은 여행사 참좋은여행이 기획한 동유럽+발칸 반도 6개국 패키지 여행을 위해 5월 25일 출국하여 6월 2일 귀국할 예정인 여행객들이었다. 이 패키지여행코스에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다뉴브 강의 유람선에서 관람하는 것은 부다페스트 관광에 있어 필수 요소인데 이날 악천후의 날씨라 여행하기가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당일에도 수많은 유람선들이 다뉴브 강을 운항하고 있었다.

허블레아니호는 5월 29일 밤 8시 전후로 다뉴브 강 항해를 시작하여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다다랐다. 당시 다뉴브강에는 유람선 외에 크루즈 형태의 대형 선박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 때 이 배를 뒤따르던 바이킹 리버 크루즈 소속 대형 크루즈 선 '바이킹 시긴' 호(Viking Sigyn)가 허블레아니호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바이킹 리버 크루즈는 다뉴브강, 라인강 등 유럽의 국제하천들을 일주하는 국제 크루즈 선사로 다뉴브 강 노선에 규모가 큰 배들을 투입하고 있었다. 당시 27미터의 작은 배인 허블레아니호는 총 135미터짜리 대형선과 충돌했다. 당연하게 허블레아니호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뒤집혔고 순식간에 침몰했다. 문제는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후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드래도 운항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허블레아니호 침몰 이후 또 다른 큰 배 한 척이 사고 현장 위를 그대로 지나간 것이다. 이에 생존자들이 일시적으로나마 수면 위로 다시 떠올라 부유물을 붙잡을 여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사고를 당한 선박인 허블레아니(Hableany)는 파노라마 데크(Panorama Deck) 사에서 보유한 관광용 선박이며 헝가리어로 '인어'라는 뜻을 가졌다. 최대 승선 인원 60명, 길이 27.25m, 동력 150 마력으로 1949년 소련 시절의 우크라이나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무려 70년이란 세월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2003년 헝가리에 매각되어 운항을 시작했고 중간에 엔진을 교체했고 건조 당시와 달리 탑승 인원도 크게 줄인 상태로 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사고 당시 탑승한 인원은 30~40명 수준으로 정원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매년 정기 점검을 받았고 침몰 징후조차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많은 비가 내려 다뉴브강의 수위가 평소보다 높았고 폭우가 쏟아지며 유속이 빨랐다. 일각에서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을 지적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원래 구명조끼는 비상시에 긴급히 착용하는 물건이지 정상 운행 중에도 무조건 입고 다녀야 하는 필수품은 아니다. 

사고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자 정부는 5월 30일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구조활동에 필요한 모든 가용가능한 자원을 총 동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이상진 재외동표영사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하고 6월 1일부터 헝가리 정부와 함께 수상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7월 30일 62일간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에도 끝내 1명의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수색이 종료됐다.

현지에서도 사고지역에 추모 물결이 일었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앞에서 흰 꽃과 촛불로 추모식을 했고 사고가 난 머르기트 다리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수색 작업을 지켜보고, 검은 리본이 달리고 촛불, 조화가 놓이는 등 추모가 이어졌다.  

추돌 후 그냥 뺑소니 친 우크라이나 출신의 크루즈의 선장이 체포됐으며 현재 재판 중이다. 헝가리 경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핵심 용의자인 선장을 체포한 상태라는 이유로 바이킹 시긴 호의 출항을 허가, 현재 해당 함선은 다른 승조원들의 지휘하에 운항 중이다.

지난달 29일 헝가리 정부는 사고 1주기 추모를 맞아 추모비 건립에 들어갔다. 또한 침몰 현장에서 선상 추도식이 열렸느나 코로나19로 인해 유족들은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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