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기에 낀 故 김재순 청년 노동자, 사고 한 달 지났지만 장례식도 못 치뤄
파쇄기에 낀 故 김재순 청년 노동자, 사고 한 달 지났지만 장례식도 못 치뤄
  • 이의정 기자
  • 승인 2020.06.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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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시민단체, 광주노동청과 경찰 수사 발표 지연에 비판나서
안전 사각지대인 영세 사업장, 안전장치 필요
사업주 처벌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조속히 마련돼야
(사진출처=광주청년유니온 페이스북)

광주 하남산업단지 내 (주)조선우드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홀로 작업을 하다 파쇄기에 끼어 숨진 故 김재순 청년노동자의 사고가 한달이 지났지만 노동청과 경찰의 수사가 더디게 진행돼 유가족의 속을 애태우고 있다. 더구나 사고 작업장의 사업주는 해당 업체의 작업환경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김씨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22일 조선우드 폐기물 사업장에서 김씨는 파쇄기에 폐기물이 걸린 것을 제거하던 중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김씨가 숨진 현장에는 파쇄기 덮개, 추락방지 발판, 비상정리 리모컨이 없었으며 2인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故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4일 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육실에서 김씨의 작업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열악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작업환경을 폭로했다. 영상에는 김씨가 사수의 지휘하에 파쇄기 정비 및 가동 점검 작업시 일상적으로 파쇄기 상부에 오른 상태에서 회전칼날이 작동되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왔음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선우드 사업주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 하다 죽었다” “합성수지 파쇄기는 자기 업무가 아니다” “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경찰은 이제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김씨는 중증 장애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김씨는 장애인이었지만 일반인으로 고용된 상태였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있긴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여전히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니 장애인이 취업할 곳은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거나 혹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 그리고 영세한 사업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김씨가 일하던 조선우드도 매우 영세한 곳으로 안전의 사각지대였다. 2014년에도 이 곳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광주고용노동청과 조선우드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조선우드는 최근 6년 동안 한번도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광주청년유니온은 브리핑을 통해 "정기감독, 수시감독 등 종류는 있으나 매년 몇개의 사업장을 할지는 연도별로 정하기때문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라며 "1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은 안전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에서도 제외되는 등 안전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조사해야 할 노동부 산하 공무원들의 뒷짐행정과 사측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참사라고 전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광주고용노동청과 경찰에 조속한 수사 결과 발표와 사업주 구속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노조 또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사업주 구속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지난 22일 "스물 다섯 청년노동자 김재순이 산재로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광주고용노동청, 경찰 및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고 사업주는 사죄를 거부하며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85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로 꼽힌다.

노동계는 노동자 안전사고가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수사당국, 행정기관 등이 원인 조사와 수사를 하고 강력한 행정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8개 이상 제정되어 있는 안전관련법 대부분이 처벌수위가 낮다보니 안전의식 개선과 시설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사업주나 현장책임자에게 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조속히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