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성추행 사건 30대 남성 실형 선고..."피해자 진술 일관성 있어"

사건 당시 10살 사촌 여동생에 성추행 혐의
재판부,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 존재 등 신빙성 있다고 판단

  • 기사입력 2020.08.18 16:31
  • 최종수정 2020.08.18 16:3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무려 13년 전, 당시 10살밖에 되지 않은 사촌 여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형벌의 심판대에 오른 30대 남성이 결국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어떤 물증도 없이 피해자 진술만이 있는 상황. 법원은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37)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사건 정황은 이렇다. 2007년 A씨는 친척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 당시 10살 사촌 여동생 B씨를 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날 방 안에는 B씨의 남동생과 B씨의 또 다른 사촌인 C씨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범행을 당하고 3년 뒤인 2010년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추행 사실을 따졌지만 A씨는 이를 부인했다. 2018년 B씨는 마침내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잡아떼며 오히려 C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A씨 측은 “B씨로부터 추행 사실을 따지는 전화를 처음 받은 날 C씨와의 통화에서 C씨 본인이 B씨를 추행했다고 말했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피고소 당사자도 아닌 C씨의 부모가 먼저 나서 B씨 측에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또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는 사건 당시 자는 척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얼굴을 봤다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사건이 13년이나 지나 기억에 착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가 C씨의 범행을 피고인이 저지른 것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C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B씨를 추행했다고 A씨에게 말한 사실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친척 간에 사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A씨에게 거짓말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B씨는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B씨는 “방이 어둡기는 했으나 문이 열려 있었고 창문이 있어 시곗바늘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며 “피고인의 손과 얼굴을 확실히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려움에 자는 척하다가 물을 마시러 가는 척 일어났고, 이때 C씨가 싱크대로 안내해줘 물을 마셨다”며 C씨가 범인이라는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봤을 때 진술 내용에 다소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진술 자체에 모순이 없다면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진술이 구체적·세부적인 부분까지 일관성 있는 등 신빙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피고인과 B씨를 충분히 구분해 인식할 수 있는 나이였고, 방 안이 어두웠다지만 피고인을 식별하는 것이 곤란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씨가 A씨에게 본인이 추행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C씨가 피해자에 대해 추행을 미수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취지로, A씨를 가해자로 특정한 피해자 진술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A씨는 재판부에 “억울하다. 정말 내가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C씨가 사실상 자백한 점을 고려하면 상식선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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