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다시 날고 싶어요”...날개 못 펴는 하늘다람쥐의 슬픈 사연

천연기념물 328호·멸종위기 2급
무분별한 벌목으로 서식지 파괴 원인

  • 기사입력 2020.09.01 12:05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한국자연공원협회)
(사진=한국자연공원협회)

우리나라에는 비행사 자격증을 취득해 스카이다이버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작은 포유류가 있다. 튀어나올 것 같이 땡그란 눈에 무슨 냄새를 그리 맡는지 쉴 새 없이 벌렁이는 코, 종이처럼 널쩍한 몸통을 가진 이 귀여운 녀석은 바로 하늘다람쥐다.

설치목 청설모과에 속하는 하늘다람쥐는 나무껍질, 잎, 종자, 과실을 주로 먹으며, 울창한 활엽수림대에 서식한다.

세계적으로는 유라시아 대륙 북부와 중국 북부, 사할린, 일본 등에 분포하고, 국내에서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악 지대의 자연림이나 인공 조림지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하늘다람쥐는 대륙 하늘다람쥐의 아종으로 한반도 내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하늘다람쥐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데는 특별한 신체구조 덕분이다. 이 녀석의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는 날개 역할을 하는 활강막이 있다. 이 활강막은 자신의 피부를 넓게 펼쳐서 만든 비막이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순간적으로 앞다리와 뒷다리를 넓게 펼쳐, 마치 알라딘의 양탄자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신비롭고 앙증맞은 아이들은 현재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취약(VU)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제328호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분류돼 보호받고 있다.

하늘다람쥐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주 원인은 서식지 파괴에 있다. 하늘다람쥐는 둘레가 30cm 이상 되는 나무에 딱따구리가 구멍을 뚫어주면, 그곳에 가지와 잎을 모아 집을 짓고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의 벌목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됐다.

시도 때도 없는 국토개발과 도로건설이 산림을 파괴하면서 더는 하늘다람쥐들이 살 곳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골프장을 개발하면서 나무들을 밀어버리고, 농약을 마구잡이로 살포한 것이 생태계 파괴에 큰 영향을 줬다.

가뭄 등 기후 변화 역시 하늘다람쥐 멸종에 한 몫 했다. 녀석들이 마실 산림 계곡의 물이 모두 말라버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나무들도 모두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안락한 집도, 마음껏 뛰놀 나무들도 사라져버린 환경에서 하늘다람쥐가 지낼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하늘다람쥐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뛸 때는 순식간에 멀리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땅에서는 그리 민첩하지 못해 천적들의 좋은 타겟이 된다.

인간이 편하자고, 인간이 즐겁자고 생태계 배려 없이 마구 파괴하고 만든 것들이 이 작고 어린 것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을 주고 있다. 더 이상의 벌목을 막아 하늘다람쥐를 지켜줘야 한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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