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긴 여행에서 ‘쉴 곳’ 잃고 죽어가는 넓적부리도요

국내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IUCN 적색목록 위기 심각(CR)
새만금 간척 사업 등 갯벌 매립돼 철새들 쉼터 사라져

  • 기사입력 2020.09.10 12:0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WWT)
(사진=WWT)

미니 밥주걱 모양의 특이한 부리를 갖고 있는 귀여운 새가 있다. 이 부리 덕분에 이름도 ‘넓적부리도요’다.

넓적부리도요는 도요목 도요과에 속하는 조류다. 몸 길이는 14.5cm 정도로 작고 주걱 모양의 부리는 색이 검다.

이 새는 여름 전용과 겨울 전용 두가지 색의 옷이 있다. 여름에는 얼굴, 가슴 등이 붉은 갈색이며 가슴 옆에는 작고 어두운 회색빛 얼룩무늬가 있다. 반면 겨울에는 머리는 옅은 회색, 눈썹선과 가슴은 모두 흰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주로 해안의 간척지나 염전, 소택지, 하구 등 모래가 섞인 갯벌을 찾아 다닌다. 갯지렁이와 작은 새우류같은 해양무척추동물을 잡아 먹기 위해서다.

보기만 해도 웃음짓게 하는 이 깜찍한 친구는 몸집은 작아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엄청난 체력을 갖고 있다. 타고난 비행가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넓적부리도요는 극동 러시아의 베링해 연안에서 알을 낳고 무려 8,000㎞ 떨어진 동남아까지 날아가 추운 겨울을 난다. 그 중간에 우리나라 새만금 등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에 들려 좀 쉬다가기도 하고, 일부 개체는 그대로 호주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친구를 보통 봄이나 가을에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작년 10월 넓적부리도요를 이달의 해양생물로 선정하면서 우리에게도 어느덧 친숙한 바닷새가 됐다.

그러나 점차 넓적부리도요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201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새를 적색목록에 위기 심각(CR) 종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 역시 넓적부리도요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견된 이 아이들은 20개체에 불과하다. 지구상에서도 300~6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새 가운데 하나가 됐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새만금 간척 사업 등 강의 하구를 막고 매립한 땅들이 많아지면서 철새들이 쉼터를 잃어버렸다.

장거리 여정을 위해서 우리나라 갯벌은 이들에게 매우 소중하다. 뱃속도 든든히 채우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이곳은 고속도로의 휴게소와도 같은 곳이다. 갯벌들이 사라지면서 넓적부리도요 역시 긴 비행을 실패하고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다.

철새들이 살아갈 길을 인간이 방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생태계의 섭리를 망치는 화살은 그대로 다시 돌아와,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가슴에 꽂힐거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